예술 248

용감했던 소녀[이은화의 미술시간]〈192〉

용감했던 소녀[이은화의 미술시간]〈192〉 이은화 미술평론가 입력 2021-12-09 03:00수정 2021-12-09 03:0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글씨작게글씨크게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성 에울랄리아’(1885년경). 눈 내리는 광장에 알몸의 젊은 여자가 죽어 있다. 오른쪽엔 십자가가 세워져 있고, 창을 든 병사가 그 앞을 엄호하고 있다. 배경에는 마을 사람들이 보이고, 땅에 내려앉은 비둘기 떼가 죽은 여자 주변을 맴돌고 있다. 도대체 이 여성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스페인이 로마제국 통치하에 있던 304년, 바르셀로나 인근에 에울랄리아라는 이름의 열세 살 소녀가 살고 있었다. 귀족 집안 출신에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고, 무척 똑똑하고 당찬 아이였다. 당시 로마 황제는 자신을 숭배하지 않는 수..

예술 2021.12.09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 입력 : 2021.12.06 03:30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 ▲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의 장면들. 숲속에서 길을 잃은 헨젤과 그레텔은 과자 집을 발견하고 과자를 떼어 먹다가 마녀에게 붙잡혀요.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훌륭한 공연들은 언제 보고 들어도 좋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에 접하면 감동이 훨씬 커지는 작품들이 있어요. 이맘때 어른과 아이가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오페라로 많이 공연되는 작품이 바로 올해 서거 100주년을 맞는 독일 작곡가 엥겔베르트 훔퍼딩크(1854~1921)의 '헨젤과 그레텔'입니다. '그림(Grimm) 형제'로 잘 알려져 있는 야코프 그림(1785~1863)과 빌헬름 그림(1786~1859)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에요. 2019년 12월 ..

예술 2021.12.06

[최은규의 백 스테이지] 베토벤 ‘환희의 송가’ 연말에 더 사랑받는 까닭은

[최은규의 백 스테이지] 베토벤 ‘환희의 송가’ 연말에 더 사랑받는 까닭은 베토벤 ‘합창 교향곡’ 4악장… 올해도 서울시향·부천필 등 공연 이어져 2차 대전 중 파리, 장벽 무너진 해 베를린서도 “인류는 한 형제” 메시지 선율 19번 고치며 베토벤이 쓴 가사처럼 “더 환희에 찬 노래”가 필요해 최은규 클래식 음악 평론가 입력 2021.11.30 03:00 연말이 되면 자주 연주되는 클래식 명곡이 있다. 바로 베토벤의 교향곡 9번이다. ‘합창 교향곡’이라 불리는 이 교향곡은 프리드리히 실러의 ‘환희의 송가’에 바탕을 둔 4악장이 유명하다. 형제애를 강조한 실러의 시와 간결하면서도 힘찬 베토벤의 음악이 어우러진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은 1824년 초연 당시 관객들의 폭발적인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았고, 초연 이..

예술 2021.11.30

세계 지휘계는 지금 ‘한국 여성 돌풍’

세계 지휘계는 지금 ‘한국 여성 돌풍’ 샌프란시스코오페라 감독 김은선 뉴욕 메트서 ‘라 보엠’ 지휘 후 NYT서 리뷰·인터뷰로 연일 격찬 최근 암스테르담서 지휘한 성시연 내년 독일 뮌헨 명문악단서 데뷔, 진취적 레퍼토리에 유럽서 주목 김성현 기자 입력 2021.11.30 03:00 샌프란시스코 오페라극장 첫 여성 감독인 김은선(왼쪽)과 성시연 전 경기필하모닉 음악감독은 현재 세계 음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한국 여성 지휘자들이다. /프랑스 릴 국립 오케스트라·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 “오페라의 정서적 핵심인 3막에서 보여준 지휘자의 해석은 비할 바 없이 탁월했다.” 평소 깐깐하기로 소문난 미국 뉴욕타임스의 수석 음악 평론가 앤서니 토마시니(73)가 이런 격찬을 쏟아냈다. 최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메트..

예술 2021.11.30

[유현준의 도시 이야기] 메타버스는 진짜 혁명인가

[유현준의 도시 이야기] 메타버스는 진짜 혁명인가 유현준 교수·건축가 입력 2021.11.26 03:00 어느 분야든 새로운 용어를 만드는 자가 전문가가 된다. 개인적으로 우스운 경험이 있다. 어떤 컨설팅 회의에 참석했는데, 회의 테이블에 있었던 몇몇 사람이 경쟁적으로 영어 약자로 된 경제 용어를 쏟아냈다. 마치 신조어 배틀을 하는 것 같았다. 어려운 단어를 써서 더 전문가처럼 보이기 위해서다. 건축에서는 높은 곳에 앉아서 내려다보는 시선을 가진 사람이 권력을 가진다. 내려다보는 사람이 올려다보는 사람보다 볼 수 있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이렇듯 정보의 비대칭은 권력을 만들어낸다. 전문가처럼 보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새로운 용어를 쓰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경쟁적으로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낸다. 심지어..

예술 2021.11.26

[아트 인사이트] 실패를 새 예술로… 마지막에 한 발 더 내디딘 그들, 승자가 되었다

[아트 인사이트] 실패를 새 예술로… 마지막에 한 발 더 내디딘 그들, 승자가 되었다 김영애 이안아트컨설팅 대표 입력 2021.11.24 03:00 누구나 성공한 인생이라 생각할 만한 프린스턴 대학의 한 심리학과 교수가 자신의 웹사이트에 ‘실패 이력서’를 올렸다는 소식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논문 탈락, 교수 탈락, 수많은 실패 끝에 간신히 그 정도의 이력을 이루었다는 내용이었다. 그 이후 수많은 사람이 실패 이력서를 쓰기 시작했다. 벤처 사업가, 취업 준비생 등, 그들은 마치 바둑 기사들이 대국을 복기하듯 패인을 분석하면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해나가는 효과를 거두었다. 예술가의 삶도 다르지 않다. 브루넬레스키가 대표적이다. 1401년 피렌체 세례당 문 조각가 경쟁에서 패한 브루넬레스키(가운데 아래)..

예술 2021.11.24

[아무튼, 주말] “이 세상에 나만큼 아내를 사랑하고 미친 듯 보고 싶어한 사람이 또 있을까요”

[아무튼, 주말] “이 세상에 나만큼 아내를 사랑하고 미친 듯 보고 싶어한 사람이 또 있을까요” [김인혜의 살롱 드 경성] 65년을 버텨낸 ‘7년의 사랑’ 화가 이중섭과 아내 이남덕 김인혜 국립현대미술관 근대미술팀장 입력 2021.11.20 03:00 이중섭이 암탉과 수탉 한 쌍을 통해 부부의 애틋한 사랑을 표현했다고 해석되는 '부부'(1953년). /국립현대미술관 “날자꾸나 이상, 황소 그림 중섭, 역사는 흐른다~.”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라는 노래 마지막 구절이다. 유치원생부터 즐겨 부르는 이 ‘국민 송(song)’에 유일하게 등장하는 화가가 바로 ‘황소 그림’을 그린 ‘중섭’이다. 정확한 뜻도 모른 채 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아이들을 보면, 새삼 이중섭(1916~1956)이 ‘국민화가’..

예술 2021.11.20

숨죽여 그린 그림[이은화의 미술시간]〈189〉

숨죽여 그린 그림[이은화의 미술시간]〈189〉 이은화 미술평론가 입력 2021-11-18 03:00수정 2021-11-18 03:0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글씨작게글씨크게 게르트루데 잔트만 ‘졸린’, 1933년. 1943년 독일 나치는 유대인 없는 베를린을 선포했다. 반유대주의를 표방한 뉘른베르크법이 발표된 지 8년 만이었다. 그렇다고 모든 유대인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악착같이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있었다. 화가 게르트루데 잔트만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1893년 베를린의 부유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잔트만은 베를린 예술인협회에서 공부하며, 케테 콜비츠에게 개인 수업을 받았다. 사회비판적인 작품을 했던 스승과 달리, 잔트만은 여성을 모델로 한 초상화를 주로 그렸다. 1935년 뉘른베르크법 발표 이후 ..

예술 2021.11.18

[클래식 따라잡기] 발레 '호두까기 인형' 원작자… 에드거 앨런 포도 영향 받았죠

[클래식 따라잡기] 발레 '호두까기 인형' 원작자… 에드거 앨런 포도 영향 받았죠 입력 : 2021.11.15 03:30 E. T. A. 호프만 ▲ E.T.A. 호프만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발레 ‘호두까기 인형’의 한 장면. /국립발레단 '호두까기 인형' 발레 공연의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해마다 12월이면 관객들을 찾아오는 '호두까기 인형'은 차이콥스키의 발레 음악으로 유명하지요. 차이콥스키는 어떻게 이 아름다운 선율의 작품을 썼을까요? 바로 독일의 소설가이자 시인, 작곡가이며 화가이기도 했던 E.T.A. 호프만(1776-1822)의 동화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예술에서 모방 없는 창조는 없다고 해요. 어느 분야든 앞서간 예술가들과 동시대 예술가들 간의 교류가 위대한 작품의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

예술 2021.11.15

“늙을수록 칭찬에 속아 넘어가… 아첨 멀리하고 아픈 충고 새겨야”

“늙을수록 칭찬에 속아 넘어가… 아첨 멀리하고 아픈 충고 새겨야” 87세 ‘세계 최고령 리어왕’ 이순재 박돈규 기자 입력 2021.11.03 03:00 배우 이순재가 연극 ‘리어왕’에서 모든 것을 잃고 추락하는 늙은 왕을 연기하고 있다. 그는 “분노와 광기를 표현해야 해 체력적으로 힘겹다”며 “셰익스피어를 재해석하지 않고 3시간 20분 길이의 정통극으로 올렸는데 전회 매진됐다. 우리 관객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파크컴퍼니 3시간 20분 길이의 셰익스피어 연극 ‘리어왕(King Lear)’은 개막하기도 전에 객석 3층 뒷자리까지 다 팔렸다. 전 회 매진. 이 사건의 중심에는 노배우가 있다. 지난 28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분장실에서 만난 이순재(87)는 “연극 포스터에 ‘이순재의 ..

예술 2021.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