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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의 커피하우스] 자유라는 나무는 저절로 자라지 않는다

[박성희의 커피하우스] 자유라는 나무는 저절로 자라지 않는다 취임사 35회, 광복절땐 33회 ‘자유’ 언급했지만 윤 대통령, 확고한 자유의 로드맵 제시엔 미흡 북에 경제적 지원 같은 실용적인 제안에 앞서 그들이 두려워하는 자유·인권 문제 언급했어야 위기였던 자유 살리라고 국민이 정권교체한 것 박성희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한국미래학회 회장 입력 2022.08.26 03:00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에 진심인 것 같다. 취임사에서 자유를 35회 언급한 데 이어, 제77회 광복절 축사에서도 33번 말했다. 연설문 내 최다 빈도다. 대통령은 또 독립운동은 끊임없는 자유 추구의 과정이었다고 그 의미를 되새기며, 자유를 찾고, 지키고, 확대하는 과정은 현재도 진행 중이라고 했다. 행사 슬로건에도 ‘되..

그대 앞에 봄이 있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 -김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관계의 재발견/고수리]

전체메뉴 검색 읽기모드공유하기0 동아일보|오피니언 좋은 하루 보내세요[관계의 재발견/고수리] 고수리 에세이스트 입력 2022-08-12 03:00업데이트 2022-08-12 03:46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고수리 에세이스트 ‘서로 존댓말을 하면 기분 좋은 하루가 시작됩니다.’ 이른 아침 집 앞 편의점에 들렀다가 주인이 붙여둔 손글씨를 읽었다. 머리 희끗한 편의점 주인은 평소 아이들에게도 존댓말을 사용하는 사람. 편의점을 나서는 손님에겐 어김없이 소리 내어 인사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출근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을 때, 정문 바닥을 쓸던 아파트 경비원을 마주쳤다. 몇 동 몇 호에 사는 누구인지 주민들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 경비원은 언제나 활짝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오늘은 ..

[최영미의 어떤 시] [78] 청포도

[최영미의 어떤 시] [78] 청포도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입력 2022.07.11 00:00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이육사(李陸史·1905~1944) 청포도가 맛있는 7월에 생각나는 시. 3행의 ‘주저리주저리’라는 우리말 의태어, 하늘(빛)이 포도 알에 들어와 박힌다는 표현이 멋지다. 하늘, 푸른 바다, 흰 돛 단 배, 청포, 하이..

[한현우의 미세한 풍경] 우리가 미래에 대해 아는 건 모른다는 것뿐이다

[한현우의 미세한 풍경] 우리가 미래에 대해 아는 건 모른다는 것뿐이다 한현우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2.06.21 03:00 그림=이철원 뇌에 임플란트를 심어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제어하는 기술의 임상 시험이 미국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이 임플란트는 심장 혈관을 확장하는 기구인 스텐트처럼 가느다란 그물망 모양의 금속이다. 그물망 곳곳에 뇌 신경 신호를 기록할 수 있는 전극들이 붙어 있어 신경 신호를 가슴팍에 이식된 장치를 통해 컴퓨터로 전송한다고 한다. 이 기술의 궁극적 목표는 중증 신체 장애인이 생각만으로 스마트폰 문자를 보내거나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뇌 임플란트의 선구자 중 한 명인 일론 머스크의 꿈은 더 원대하다. 물건들을 인터넷에 연결시키는 사물인터넷을 넘어 인체를 인터넷에 연..

[조용헌 살롱] [1352] 80대 소설가의 일상

[조용헌 살롱] [1352] 80대 소설가의 일상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컨텐츠학 입력 2022.06.20 00:00 10여 년 전 일본 센다이의 다이묘(大名) 집안 모임에 갔더니 70대는 젊은 층에 속하였다. 80대 중반은 넘어야 어른 대접을 받았다. 결국 70대는 80·90대 어른들 담배 심부름을 하는 상황이었다. 전남 곡성군 신전리 산골에서 농사지으며 소설을 쓰는 이재백. 1939년생이니까 83세다. 히트작은 없지만 요즘도 계속 농사지으면서 소설을 쓰는 중이다. “요즘 꽃이 피어서 한창때이네. 꽃이 다 지기 전에 얼굴이나 한번 보세.” 노장 소설가를 만나기 위해 지리산 암자에 있다가 내려와서 함양에서부터 남원, 곡성의 녹음이 우거진 산천과 동네를 통과해야만 하였다. 곡성군 압록으로 차를 타고 갔..

[오세혁의 극적인 순간] “요즘엔 자식이 손 안 벌리는 것도 부모로선 호강이지요”

[오세혁의 극적인 순간] “요즘엔 자식이 손 안 벌리는 것도 부모로선 호강이지요” 못사는 집 외동아들인 나 “성공해서 엄마·아빠 호강시켜 주겠다” 커서는 연극인 꿈 숨기다 어머니 암 진단 소식에 포기하려고 생각 “먹고살 운명 타고났으니 걱정마세요” 스님 말에 용기 얻어 고백 오세혁 극작가·연출가 입력 2022.06.14 03:00 군대에서 시간을 보내는 2년 내내, 머릿속에는 연극 생각뿐이었다. 제대하면 학교 동기들과 극단을 만들 계획을 세웠다. 제대 날이 다가올수록 두근거렸다. 나는 외둥이였고 집은 어려웠다. 어릴 때부터 호언장담했다. 어른이 되면 반드시 성공해서 엄마 아빠를 호강시켜주겠다고. 학년이 오를수록 성적이 떨어졌고, 점수를 맞춰 대학에 갔다. 부모님은 별 내색이 없었다. 그 내색 없음이 나를..

달[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51〉

달[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51〉 나민애 문학평론가 입력 2022-06-11 03:00업데이트 2022-06-11 03:47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그대 보이지 않는 것은 없어진 것이 아니라 수미산이 가려 있기 때문이리 그대 미소가 보이지 않는 것은 없어진 것이 아니라 잎새에 가려 있기 때문이리 그대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없어진 것이 아니라 바람 속에 묻혀 있기 때문이리 아 두고 온 얼굴을 찾아 하늘로 솟구치는 몸부림 그대 가슴에 뚫린 빈 항아리에 담고 담는 반복이리. ―최원규(1933∼) ‘해가 좋아, 달이 좋아?’ 만약 시인에게 물어보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이건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질문에 필적할 만큼 난제다. 어려우니까 다수결에 따라보자. 정확한 수치를 헤아..

[백영옥의 말과 글] [255] 각자 혼자이듯 서 있으라

[백영옥의 말과 글] [255] 각자 혼자이듯 서 있으라 백영옥 소설가 입력 2022.06.04 00:00 턱밑에 뾰루지가 생겼다. 피부과도 별 소용이 없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일 년에 한두 번씩 같은 자리다. 어째서 늘 그 자리일까 고민하다가, 살면서 겪는 문제도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다. 가끔 노력해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프로그래밍이 내 안에 장착됐나 싶을 때가 있다. 노력해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꼭 탈이 나는 그곳에서 벌어진다. TV에서 이혼한 부부가 다시 만나는 프로그램을 봤다. 부부의 첫 재회를 보는 마음은 설렘보다는 어색함이 앞섰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배회하는 눈빛이 안타까워 보였다. 뜨거운 ‘발열’로 시작한 연애가 차가운 이별의 ‘오한’으로 끝나는 게 결혼과 이혼의 과..

[박성희의 커피하우스] 우리 모두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위하여

[박성희의 커피하우스] 우리 모두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위하여 박성희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한국미래학회 회장 입력 2022.05.27 03:00 그게 뭐라고 그동안 그렇게 맞섰을까. 합창이냐 제창이냐를 놓고 그동안 온갖 촌극을 연출했던 5·18 기념식에 보수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민주의 문’으로 입장해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함으로써 정치적으로 엉킨 실타래를 자르고 매듭지었다. 기념사는 “우리 모두가 광주 시민”이라는 새로운 좌표를 제시하며 광주의 정신을 자유, 민주, 인권의 보편적 가치로 끌어올렸고, 덩달아 ‘임을 위한 행진곡’은 누구나 힘차게 불러도 좋을 노래로 위상이 달라졌다. 윤 대통령이 한 일은 ‘임’을 재정의(redefine)해준 것이다. 단어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