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

최만섭 2021. 12. 6. 05:09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

입력 : 2021.12.06 03:30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의 장면들. 숲속에서 길을 잃은 헨젤과 그레텔은 과자 집을 발견하고 과자를 떼어 먹다가 마녀에게 붙잡혀요.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훌륭한 공연들은 언제 보고 들어도 좋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에 접하면 감동이 훨씬 커지는 작품들이 있어요. 이맘때 어른과 아이가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오페라로 많이 공연되는 작품이 바로 올해 서거 100주년을 맞는 독일 작곡가 엥겔베르트 훔퍼딩크(1854~1921)의 '헨젤과 그레텔'입니다. '그림(Grimm) 형제'로 잘 알려져 있는 야코프 그림(1785~1863)과 빌헬름 그림(1786~1859)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에요.

2019년 12월 초 국립오페라단이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을 했었는데, 올해는 지역 공연장에서 조금 이른 가을에 공연했어요.

크리스마스 이틀 전 초연했죠

훔퍼딩크는 독일 지크부르크에서 태어났어요. 일곱 살 때 작곡을 할 정도로 음악에 대한 재능이 뛰어났는데, 부모님은 그에게 건축을 공부하라고 권유했죠. 하지만 그는 뮌헨 등지에서 음악 공부를 계속했고,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독일의 대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를 만나 교류했습니다. 바그너는 그에게 바이로이트의 자신의 극장에서 오페라 '파르지팔'을 만드는 데 조수로 함께 일하기를 권유했어요. 훔퍼딩크는 이 시기 바그너의 음악에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 후 프랑크푸르트, 베를린 등에서 교수와 작곡가로 활약하며 특히 오페라와 극음악 분야에 좋은 작품을 많이 남겼습니다.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 은 1892년 완성되어 1893년 12월 23일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지휘로 바이마르에서 초연됐고 결국 훔퍼딩크의 최고 히트작이 됐지요. 오페라는 훔퍼딩크의 여동생 아델하이트 베테가 대본을 썼는데, 원작에 나오는 다소 무섭고 잔인한 부분을 부드럽게 다듬어 어린이들도 볼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훔퍼딩크가 존경했던 바그너 오페라풍의 악상이지만, 친근한 독일 민요 가락들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발표 즉시 큰 인기를 얻었답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초연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연말에 자주 공연되죠.

숲으로 간 남매

오페라에서 헨젤과 그레텔의 부모는 빗자루를 만들어 팔아요. 1막은 엄마가 밖에 나간 사이 남매가 시킨 일을 하지 않고 배고프다고 투정하면서 놀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해요. 나중에 엄마가 집에 도착했는데 일을 안 해놓고 놀기만 한 남매를 막 야단쳤죠. 화가 난 엄마는 둘에게 숲에 가서 산딸기를 따오라고 시켜서 내보내요. 아빠는 그날 장사가 잘돼 기분이 좋아서 술에 취해 먹을 걸 들고 집에 돌아왔어요. 그런데 마녀가 있을지 모르는 위험한 숲에 아이들이 간 걸 알곤 걱정하며 아내와 함께 아이들을 찾아 나서죠.


2막은 숲에서 뻐꾸기 소리를 내며 노는 헨젤과 그레텔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둘은 산딸기를 땄지만 하나씩 먹었더니 어느새 바구니가 텅 비었어요. 다시 새 딸기를 따다 보니 금세 날이 어두워졌죠. 길을 잃고 헤매던 남매 앞에 모래 요정이 나타나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며 그들 눈에 금가루를 뿌립니다. 남매는 정신없이 잠이 들고, 꿈속에 수호천사 14명이 나타나요. 남매의 꿈을 그린 이 장면은 신비로우면서도 서정적인 분위기의 관현악이 감동적으로 연주되는 부분이에요.

아이·어른이 함께 즐기는 작품

3막에선 헨젤과 그레텔의 본격적인 모험이 펼쳐집니다. 잠들었던 남매는 이슬 요정이 뿌린 이슬 덕분에 눈을 떴는데, 눈앞에 온갖 과자로 뒤덮인 집이 나타나요. 배가 고팠던 두 사람이 과자를 떼어 먹고 있을 때 마녀가 나타나 집 안으로 들어오라고 유혹해요. 남매가 마녀의 유혹을 거부하자 마녀는 마법으로 둘을 꼼짝 못 하게 만들고 집 안에 가둬버립니다.


그 뒤 이야기는 우리가 아는 헨젤과 그레텔 이야기와 거의 비슷해요. 마녀는 헨젤은 살을 찌워 잡아먹고 그레텔은 일을 시키다 과자로 만들 속셈이었죠. 하지만 헨젤은 눈이 나쁜 마녀에게 자기 손가락 대신 나뭇가지를 내밀어 살이 찌지 않았다고 속이고, 그레텔은 마녀 지팡이를 훔쳐 마법에 걸린 헨젤을 자유롭게 만들어요. 그레텔은 마녀를 유인해 화덕 안으로 밀어넣어버리고, 두 사람은 자유가 되지요. 마녀가 죽자 과자로 변했던 다른 아이들도 모두 사람으로 돌아옵니다. 남매는 엄마와 아빠와 다시 반갑게 재회하고, 마녀는 거대한 과자로 변해버려요. 그걸 본 아빠는 "신은 우리가 가장 필요로 할 때 손을 내밀어 주신다"고 말하며 감사의 기도를 올립니다.

오페라는 그림 형제의 원작과 조금 다른 점도 있어요. 원작 이야기는 부모가 헨젤과 그레텔을 숲속에 버리는 것으로 나오지만, 오페라에선 산딸기를 따러 아이들이 숲에 들어가요. 그러니 원작처럼 길을 표시하려고 아이들이 빵 부스러기를 흘리는 장면도 오페라에선 안 나오고요. 또 원작에선 아이들이 집에 돌아왔을 때 엄마는 죽어있었지만, 오페라에선 엄마가 죽지 않고 온 가족이 다시 만나요.

보통 오페라 하면 무조건 어렵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훔퍼딩크의 '헨젤과 그레텔'은 아이들에겐 과자 집 같은 환상적 이야기가 재미를 주고, 어른들에겐 독일 낭만주의 오페라의 아름다운 매력을 전해주는 작품입니다.

[백설공주, 라푼젤… 모두 그림 형제 작품]

'헨젤과 그레텔' 원작자 그림 형제<사진>는 언어학을 전공한 학자인 동시에 동화 작가였어요. 흔히 '그림 동화'로 알려진 작품집 원래 이름은 '그림 형제에 의해 수집된 아이들과 가정의 민화(民話)'입니다. 형제는 독일뿐 아니라 프랑스, 영국, 세르비아, 인도 등에서 전해져 내려온 옛이야기를 수집하고 정리했어요. 1812년 '헨젤과 그레텔'을 비롯해 '백설공주' '라푼젤' '신데렐라' '빨간 모자' 등 86편이 담긴 첫 모음집을 발표했는데, 반응이 뜨겁자 계속 이야기를 고치거나 새로 보탠 증보판을 냈죠. 1857년 일곱 번째 책엔 200편 넘는 이야기가 실렸습니다.

 /위키피디아
김주영 피아니스트 김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