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작성자: 최만섭 2007-04-25 13:55:02 제목 : 이별 나무는 세상을 향해 초록 가슴을 활짝 열었습니다. 나무는 이별의 상처를 갓 돋아난 잎 새에 숨깁니다. 그의 본성이 이별을 허락하지 않아, 나는 그의 슬픔을 읽지 못합니다. 이별이란 만났다가 헤어지는 행위가 아니라 마음이 황폐해 지는 것이.. 시 2016.02.09
어둠 작성자: 최만섭 2007-05-22 12:29:40 제목 : 어둠 고향 가는 길을 망각한 노인은 어둠을 절망이라고 되뇐다. 고향 가는 길이 두려운 성직자는 어둠을 죽음이라고 절규한다. 세상 만물이 각각의 이름을 가지고 있듯이 어둠의 이름은 어둠일 뿐, 죽음이나 절망이 아니다. 세상 만물이 각각의 본성.. 시 2016.02.09
슬픔 제목 : 슬픔 나는 세상의 끝에 서서 수명이 다한 나무에 둥지를 튼 새를 바라봅니다. 시어(詩語)로 태어나지 못한 새의 영혼을 위로하고자, 나는 나의 슬픈 역사를 대지에 묻었습니다. 이별을 준비하는 시인으로 다시 태어나고자, 나는 나의 눈물이 새의 영혼을 흠뻑 적실 때까지 기다립니.. 시 2016.02.09
거리의 여인에게 제목 : 거리의 여인에게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엉덩이를 하늘에 맡긴 채 외간 남자를 찾아 헤매는 한 여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저 여인의 찬란했던 사랑의 역사에 가슴이 멘다. 그녀의 남자가 결혼 대신 입산수도를 선택하였을 때 그녀는 이 세상 모든 남자와 결혼하기로 했다. 세.. 시 2016.02.09
산에 사는 그림자 작성자: 최만섭 2007-05-31 16:50:35 제목 : 산에 사는 그림자 바다가 내려앉은 산에 올라 흑백연회 복으로 치장한 만물을 만난다. 바람은 나목을 공작새 날개 속으로 나르고 햇빛은 하얀 미소를 손잡이 없는 항아리에 내던진다. 산에 사는 그림자는 팔다리가 없다. 나는 오늘도 산에 올라 그의 .. 시 2016.02.09
호수가에 앉아서 작성자: 최만섭 2007-06-13 13:01:54 제목 : 호수가에 앉아서 외로움을 못 견뎌 도시 변두리로 쫓겨난 하늘이 눈물을 펑펑 흘린다. 멍든 눈물이 고여 깊은 호수가 되었다. 실연당한 왜가리가 날아와 상처 난 머리를 눈물 속에 숨긴다. 망각에 실패한 가련한 왜가리는 그녀의 길고 딱딱한 부리로 .. 시 2016.02.09
자전거 타는 할아버지 작성자: 최만섭 2007-08-09 12:37:11 제목 : 자전거 타는 할아버지 마음씨 여린 휴머니스트(Humanist)가 살기에 버거운 세상만큼 높고 커다란 바퀴 위에 늙고 병들어 새털같이 가벼워진 몸뚱이를 작은 고집 하나로 지질러 놓은 이웃집 할아버지는 오늘도 허전한 마음 떨쳐버릴 땅을 찾아 사력을 .. 시 2016.02.08
소통(疏通) 작성자: 최만섭 2007-09-04 14:49:12 제목 : 소통(疏通) 그곳으로 가는 전철은 항상 만원이다. 옆구리에 체온계를 끼고 사는 젊은이가 휴대전화로 시시각각 변하는 몸 온도를 그의 여인에게 보고하고 있다. 그는 “왜? 창밖으로 지나가는 세상과 끊임없는 이별을 해야 하나?”라고 고함까지 질.. 시 2016.02.08
가을 하늘 작성자: 최만섭 2007-09-10 12:17:38 제목 : 가을 하늘 가을은 모진 세월을 타고 소리 없이 다가와 허(虛)한 하늘을 살며시 내 가슴에 내려놓았다. 나는 그 빔과 가벼움이 낯설고 생소하여 나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 사이로 하얀 하늘을 훔쳐보았다. 나이테에 따라 늘어난 고집과 철학은 미동(微.. 시 2016.02.08
가을 작성자: 최만섭 2007-10-16 12:32:04 제목 : 가을 가을 한기(寒氣)가 엄동설한(嚴冬雪寒) 보다도 춥게 느껴지는 것은 그 가을이 시작도 끝도 보이지 않는 맑은 하늘에 살기 때문이다. 나는 금강산 초록 머리카락이 시야를 가려주어 가파른 상팔담을 무사히 오를 수 있었다. 자연은 이렇게 내게 .. 시 2016.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