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가에 앉아서

최만섭 2016. 2. 9. 11:30




작성자: 최만섭     2007-06-13 13:01:54     


제목 : 호수가에 앉아서 


외로움을 못 견뎌 도시 변두리로 쫓겨난 하늘이

눈물을 펑펑 흘린다.

멍든 눈물이 고여 깊은 호수가 되었다.


실연당한 왜가리가 날아와

상처 난 머리를 눈물 속에 숨긴다.


망각에 실패한 가련한 왜가리는 

그녀의 길고 딱딱한 부리로 수심 속

실없는 생각을 내쫓는다.


상처 입은 하얀 새가  떠나가고 나서

사람들은 초록 호수에 화려한 도시를 건설했다.

심야는 광대들의 세상이 되었다.


정체를 숨긴 늙은 광대는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야광에 통곡을 실어 세상에 내던진다.


나는 호숫가에서 바람에 떠밀려오는 가냘픈 소녀와 부딪쳤다.

40여 년 전에 가출한 소녀는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나는 구름 위에 사는 쌍둥이 자매에게 소리를 질러대었다.

“동생을 고향으로 데려가시오!”


외간남자의 출현에 상기된 중년여인은 소프라노 톤으로 노래를

부르면서 자취를 감추었다.


존재가 무너진 호수에는 슬픈 하늘이 살고 있었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리의 여인에게  (0) 2016.02.09
산에 사는 그림자  (0) 2016.02.09
자전거 타는 할아버지  (0) 2016.02.08
소통(疏通)  (0) 2016.02.08
가을 하늘  (0) 2016.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