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조·신문.카페 등 236

'What is Success?'-'무엇이 성공인가?'

미국의 사상계에 큰 영향을 미친 사상가이자 시인 랄프 왈도 에머슨 (Ralph Waldo Emerson). 오늘도 내가 좋아하는 그의 시를 내 버전으로 번역해본다. 'What is Success?' BY Ralph Waldo Emerson '무엇이 성공인가' -랄프 왈도 에머슨 To laugh often and much; 많이 그리고 자주 웃는 것. To win the respect of intelligent people and the affection of children; 현명한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 애정을 받는 것. To earn the appreciation of honest critics and endure the betrayal of false friends; 정직한 비평가로부터 ..

[별별다방으로 오세요!] 43년 동행한 우리 부부, 오늘 처음 만났다면 서로를 선택했을까요

[별별다방으로 오세요!] 43년 동행한 우리 부부, 오늘 처음 만났다면 서로를 선택했을까요 [아무튼, 주말] 조선일보 입력 2021.02.06 03:00 일러스트=안병현 결혼은 여행이 아니고 조난입니다. 부부가 탄 배는 유람선이 아니라 난파선입니다. 너를 믿고 가다가, 너 때문에 죽겠다가, 너를 잡아먹어야 내가 삽니다. 먼 훗날 둘이 함께 어느 해안가에 떠밀려와 정신을 차리고 보면 오직 너밖에 없습니다. 그 무시무시한 파도와 미칠 듯한 갈증과 밤의 불안을 함께한 사람은…. /홍여사 요즘은 늘 집에만 있다 보니, 아내와 대화가 많아집니다. 젊었을 때 같으면 하루에도 몇 번씩 언성이 높아졌을 겁니다. 그 시절엔 제가 뭘 모르고, 아내의 문제를 다 해결해주려고 했거든요. 뭐 그런 걸 고민이라고 하느냐? 그런 ..

[한현우의 미세한 풍경] 멸치에 관한 짧은 명상

[한현우의 미세한 풍경] 멸치에 관한 짧은 명상 잡아먹히기 위해 태어나는 멸치…1g에 20마리 초라한 목숨 후손을 낳고 바로 죽는 하루살이의 생은 얼마나 경이로운가 자연의 위대한 단순함을 보며 탐욕스러운 세상을 되돌아본다 한현우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1.02.04 03:00 잔멸치 한 봉지를 사다가 간장과 물엿으로 간을 해 볶았다. 주걱질할 때마다 수백 마리씩 엉켜 뜨거운 쇠솥바닥을 훑는 멸치를 보다가 문득 이 물고기의 삶과 운명에 대해 생각했다. 이 생명은 어쩌다 태어나자마자 잡혀 바짝 말려진 뒤 낯선 사내의 부엌에서 들들 볶이고 있는가. 마침 ‘멸치 1g’이 뉴스에 오르내리던 때였다. 월성 원전에서 삼중수소라는 방사성 물질이 엄청 나왔다고 호들갑을 떨었는데, 알고 보니 사람이 1년에 멸치 1g 먹을..

[장강명의 사는 게 뭐길래] 새해 첫날, 좋아하던 팝송의 가사를 외웠다

[장강명의 사는 게 뭐길래] 새해 첫날, 좋아하던 팝송의 가사를 외웠다 쾌락 성취 헌신 안분지족… 새해 첫 질문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봉우리 높으면 골짜기 깊듯 영광과 짜릿한 기쁨도 결국 한순간 웃고 노래하고 허리 펴고 걸으며, 그 시간의 품질 높이련다 장강명 소설가 입력 2021.01.14 03:00 새해에는 지난해보다 더 좋은 삶을 살고 싶다. 그런데 좋은 삶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다 보면 먼저 좋은 삶이 뭔지 규정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조금 뒤에는 형이상학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 여태까지 쭉 그래왔다. 사색하는 재미가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는 모르겠다. 좋은 삶이란 무엇일까? 주관적으로 느끼는 쾌락의 총량을 최대화하는 삶? 종교 경전에 적힌 가르침을 충실히 따르는 삶..

[신년 희망 에세이] 난 그래도 낙관한다, 눈에도 바람에도 지지않기를

[신년 희망 에세이] 난 그래도 낙관한다, 눈에도 바람에도 지지않기를 소설가 김연수 입력 2021.01.01 03:00 /일러스트=이철원 추자중학교의 전교생은 스물두 명에 불과하다. 그 학생들에게 강연을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온 건 지난가을의 일이었다. 누군가에게 들려줄 지혜가 내게 많지 않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됐다. 그래서 거절하려는데, 중학교 시절의 일을 바탕으로 쓴 단편소설 ‘비에도 지지 말고 바람에도 지지 말고’가 생각났다. 그 소설의 제목은 일본 시인 미야자와 겐지의 시구에서 빌려왔다. 중학생 시절, 내가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한 한 친구에게 뒤늦게 전하고픈 말이었다. 그 말을 이제라도 중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강연하던 날, 첫눈이 내렸다. 추자도에는 눈이 귀하단다. 아이들은 강아지처럼 ..

성탄 이브, 폴 오스터가 마스크를 선물한 걸까

성탄 이브, 폴 오스터가 마스크를 선물한 걸까 2020 미니픽션, 코로나와 나 문지혁 소설가 입력 2020.12.23 03:00 ① 이혁진 - 돼지방어 ② 문지혁 - 어떤 선물 ③ 장강명 - 또 만나요, 시리우스 친구들 문지혁 소설가 지하철역 근처의 약국을 발견한 것은 이사 직후였다. 집에서 역으로 가는 길 중간쯤에 있는 약국은 이면도로 안쪽으로 들어와 있어서 남들 눈에 잘 띄지 않는 위치였다. 두통약과 진통제를 달고 사는 인생인 탓에 나는 약국 위치를 눈여겨보았고, 아니나 다를까 며칠 후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애드빌하고 타이레놀 있나요?” 약국에는 나이 지긋한 약사가 앉아 있었다. 그녀는 돋보기안경을 낀 채 책을 읽고 있었는데, 직업병이 발동해서인지 책에 먼저 눈길이 갔다. 나를 발견한 그녀가 책..

[김윤덕의 新줌마병법] RM은 보았다, 몸으로 쓴 여인들의 詩를

[김윤덕의 新줌마병법] RM은 보았다, 몸으로 쓴 여인들의 詩를 단디, 차곰차곰, 뒤숭시러운… 여인들 말엔 삶의 지혜와 해학이 담겼다 야만의 시대를 살아냈지만 그이들 말엔 이념도 편가르기도 없었다 “몸땡이살 보타지게 일만 하고 살아온” 어머니들의 말은 별이고 시였다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입력 2020.12.15 03:00 종지와 대접도 분간 못해 부엌에서 허둥대다 접시나 깨먹는 둘째 딸에게 충청도 엄마는 “투깔맞은 지지배”라며 혀를 찼다. 툭하면 넘어져 무르팍에 피딱지 마를 날 없는 ‘둔자바리’ 딸이었다. 늦잠이라도 잔 날엔 엄마의 지청구가 문지방을 뚫었다. “이적지 자빠져 잔겨? 머리는 오강쑤시미에, 으더박시가 따로 없네.” 그래도 소낙비 내리는 여름날, 엄마가 은색 양푼에 비벼주는 열무비빔밥은 꿀맛이었..

[별별다방] 엄마의 마음이 바뀌었다... “시집가, 예쁠 때 시집가”

[별별다방] 엄마의 마음이 바뀌었다... “시집가, 예쁠 때 시집가” [아무튼, 주말] 조선일보 입력 2020.12.05 03:00 일러스트= 안병현 우리는 달의 이면을 보지 못합니다. 달이 늘 우리 쪽을 바라보며 부지런히 돌고 있으니까요. 부모님이 우리를 애써 기르실 때 우리는 그분들의 뒷모습을 알지 못합니다. 그 고난의 자전과 공전이 끝나고 이젠 우주의 가운데에 우뚝 멈춰 서실 때, 가렸던 절반의 진실을 보게 되지요. 당신도 미처 몰랐던 인생의 뒷면을. / 홍 여사 “옷이 그게 뭐냐? 잘 입고 다니지.” 엄마가 늘 하던 말을 오늘은 아버지가 하십니다. 새벽까지 잠 못 들고 서성였다는 엄마는 낮잠에 빠져 있고, 덩달아 잠을 설친 아버지는 충혈된 눈으로 저를 보고 계십니다. 마흔이 훌쩍 넘도록 ‘시집을 ..

[한은형의 느낌의 세계] 마스크로 가릴 수 없었던 조용한 열기

[한은형의 느낌의 세계] 마스크로 가릴 수 없었던 조용한 열기 예술인들이 작품에 몰입하고 싶을 때 집을 떠나 찾는 곳 ‘레지던스’ 일상과 단절하고 자신을 고립시키면서 원하는 것과 선택적으로 연결 코로나시대 레지던스는 ‘줌’으로 중개하고 군중 속 고립감 즐기는 공간 한은형 소설가 입력 2020.11.05 03:00 나 같은 소설가나 음악이나 미술을 하는 사람들은 가끔 레지던스라는 곳에 간다. 레지던스의 사전적 정의는, ‘숙박용 호텔과 주거용 오피스텔이 합쳐진 개념으로, 호텔식 서비스가 제공되는 주거 시설’이라는데 내가 가는 곳은 그런 호화로운 데는 아니다. 호텔에서 소설가에게 제공하는 레지던스를 경험해본 적도 있지만, 대개는 그렇지 않다. 아주 소박한 생활을 한다. 원룸형 방에 침대가 있고, 샤워실 겸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