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의 어떤 시] [28] 음주(飮酒) (제9수)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입력 2021.07.12 00:00 음주 (飮酒) (제9수 시 전문) 맑은 아침에 문 두드리는 소리 듣고 허겁지겁 옷 뒤집어 입고 나가 문을 열어 그대 누구인가 묻는 내 앞에 얼굴 가득 웃음 띤 농부가 서있다 술단지 들고 멀리서 인사 왔다 하며 세상을 등지고 사는 나를 나무란다 남루한 차림 초가집 처마 밑에 사는 꼴은 고아한 생활이라 할 수 없노라고 온 세상 사람 모두 같이 어울리기 좋아하거늘 그대도 함께 흙탕물을 튀기시구려 노인장의 말에 깊이 느끼는 바 있으나 본시 타고난 기질이 남과 어울리지 못하노라 말고삐 틀고 옆길로 새는 법 배울 수도 있으나 본성을 어기는 일이니, 어찌 미망(迷忘)이 아니리요? 자, 이제 함께 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