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철학 1033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96] 제 배 불리며 남에겐 ‘공유’를 강요하는 사람들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96] 제 배 불리며 남에겐 ‘공유’를 강요하는 사람들 김규나 소설가 입력 2021.01.27 03:00 캐서린 맨스필드, '가든 파티'. “전부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 로라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만두다니, 뭘?” 조즈가 놀라서 큰 소리로 물었다. “물론 가든파티 말이지.” 그러자 조즈는 더 놀란 모양이었다. “파티를 그만두자고? 그런 바보 같은 소리가 어딨어? 일을 그런 식으로 처리할 수는 없어. 또 아무도 그걸 기대하지 않는다고.” “이웃에 살던 사람이 죽었는데 파티를 할 수는 없잖아.” 캐서린 맨스필드 ‘가든파티’ 중에서 민주당 대표가 이익 공유제를 제안했다. 최고 권력자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바람직하다며 동의하자 정치권은 입법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발표했다..

종교-철학 2021.01.27

무명 '구두 아저씨'의 죽음… 슬픔에 빠진 국회의사당

무명 '구두 아저씨'의 죽음… 슬픔에 빠진 국회의사당 [중앙일보] 입력 2021.01.23 09:00 인쇄기사 보관함(스크랩)글자 작게글자 크게 기자 김기정 기자 SNS 공유 및 댓글SNS 클릭 수0카카오톡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스토리SNS 공유 더보기 핀터레스트URL 복사SNS 공유 더보기 닫기 “20년 국회 인들의 구두를 닦아 주셨음에도 돌아가시고 나서야 이름을 알게 되었네요. 편히 쉬십시오.” 22일 국회 의원회관 5층의 한 귀퉁이. 손글씨로 ‘구두수선실’이라고 적은 종이 명패가 걸린 한 사무실 문에 수십장의 포스트잇(메모지)이 나붙었다. 20여년간 국회에서 근무한 어느 무명(無名)의 ‘구두 아저씨’에 대한 추모의 글이다. 사망 날짜조차 누구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구두 아저씨’ 고(故) 정순태(63)..

종교-철학 2021.01.23

102세 철학자 김형석 "韓 진보, 민주주의서 자라나지 않았다"

4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서 ‘100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를 만났다. 올해 한국 나이로 102세다. 1920년에 태어나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군사정권과 민주화 과정을 거치며 지금까지 몸소 현대사를 관통하며 살아왔다. 궁금했다. ‘100년의 눈, 100년의 인생’으로 바라보면 보일까. 한국 사회의 고질병이 돼버린 ‘진보와 보수의 무조건적 대립과 갈등’. 그에게 그걸 극복할 수 있는 혜안을 물었다. 좌파냐 우파냐 흑백논리는 안돼 냉전시대식 사고가 낳은 잔유물 현실에는 100% 흑도 백도 없다 선진국가, 진보·보수 공존 경쟁 한국 사회가 너무 시끄럽다. ‘100년의 눈’으로 바라보면 근본 이유가 뭔가. “한마디로 말하면 ‘흑백 논리’ 때문이다.” 흑백 논리, 더 구체적으로 풀어달라. “물리학자들이 하는..

종교-철학 2021.01.14

[아무튼, 주말] 순박한 미소의 그 청년은 ‘화성연쇄살인범’이 아니었다

[아무튼, 주말] 순박한 미소의 그 청년은 ‘화성연쇄살인범’이 아니었다 윤성여의 무죄를 믿은 단 한사람, 박종덕 교도관 청주=곽창렬 기자 입력 2021.01.09 03:00 1993년 10월, 가을날이었다. 충북 청주시 서원구에 있는 청주교도소 내 복도에 수형자(受刑者) 30여 명이 줄지어 섰다. ‘출력(出力·교도소 내 작업)’을 끝낸 뒤 ‘검신(檢身·신체검사)’을 받기 위해서였다. 신입 교도관 박종덕씨 눈에 한 남성 수형자가 눈에 띄었다. 키 160㎝를 조금 넘는 아담한 체구에 한쪽 다리를 절면서도 “안녕하세요!”라고 소리 높여 인사했다. 그때였다. 고참 교도관들이 박씨 귀에다 대고 “쟤가 화성 연쇄 살인 사건 범인이야. 살인·강간해서 들어왔어. 유심히 살펴봐”라고 했다. 믿기 어려웠지만, 박씨는 침착..

종교-철학 2021.01.09

[아무튼, 줌마] 해가 뜨려면 저녁놀이 져야 하듯

[아무튼, 줌마] 해가 뜨려면 저녁놀이 져야 하듯 [아무튼, 주말]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입력 2021.01.02 03:00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저녁노을이 종소리로 울릴 때, 나는 비로소 땀이 노동이 되고, 눈물이 사랑이 되는 비밀을 알았습니다’로 시작하는 이 시(詩)는 이어령의 것입니다. ‘종이 다시 울려면 바다의 침묵이 있어야 하고, 내일 해가 다시 뜨려면 날마다 저녁노을이 져야 하듯이, 내가 웃으려면 오늘 울어야 한다는 것을 이제야 압니다’라는 대목에선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한 시대를 비평하고 그 다음 시대를 예견해온 지성인 이어령이 이렇듯 감성적인 시를 쓰는 사람이었다는 것에 새삼 놀랐습니다. 해 지는 전남 순천시 와온해변은 인기척 하나 없다. /김영근기자 이어령 선생에게 놀란 적이 또 있습니다..

종교-철학 2021.01.03

"시신 350구 해부하니 삶 보여" 의대 6년차 이 남자가 간 곳

백성호의 현문우답 "시신 350구 해부하니 삶 보여" 의대 6년차 이 남자가 간 곳 백성호중앙일보 종교전문기자vangogh@joongang.co.kr + 이메일받기 [중앙일보] 입력 2021.01.01 00:30 수정 2021.01.01 01:21 | 종합 26면 지면보기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스토리 댓글 29 PDF인쇄기사 보관함(스크랩)글자 작게글자 크게 “죽음을 생각하면서 사는 삶과 죽음을 외면하면서 사는 삶, 이 둘은 하늘과 땅 차이다.” [백성호의 현문우답] 코로나 공포의 뿌리는 결국 죽음 번뇌를 지혜로 바꾸는 계기 삼자 자신에게 솔직한 삶에 희망 있어 지난달 29일 경기도 여주시 강천면의 바람은 차가웠다. 그곳에 있는 도전 돌밭공동체에서 서명원(67) 신부를 만났다. 캐나다 출신이면서 예수회 신부..

종교-철학 2021.01.02

이어령 “눈물로 쓴… 지상에서의 내 마지막 흔적

이어령 “눈물로 쓴… 지상에서의 내 마지막 흔적” [아무튼, 주말] 병상 낙서를 詩로… 코로나 이길 특효약… 영정사진을 찍다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입력 2021.01.02 03:00 #암 투병 중인 노(老)학자가 마루에 쪼그려 앉아 발톱을 깎다가 눈물 한 방울을 툭, 떨어뜨렸다. 멍들고 이지러져 사라지다시피 한 새끼발톱, 그 가여운 발가락을 보고 있자니 회한이 밀려왔다. “이 무겁고 미련한 몸뚱이를 짊어지고 80년을 달려오느라 니가 얼마나 힘들었느냐. 나는 왜 이제야 너의 존재를 발견한 것이냐.” #햇볕 내리쬐던 가을날, 노인은 집 뜨락에 날아든 참새를 보았다. 어릴 적 동네 개구쟁이들과 쇠꼬챙이로 꿰어 구워 먹던 참새였다. 이 작은 생명을, 한 폭의 ‘날아다니는 수묵화’와도 같은 저 어여쁜 새를 뜨거운 ..

종교-철학 2021.01.02

[단독] 현각스님 “내가 돈받고 혜민과 화해? 예수와 부모의 심정이었다”

[단독] 현각스님 “내가 돈받고 혜민과 화해? 예수와 부모의 심정이었다” 현각스님 본지에 이메일...‘기생충' 비난 후 아우님으로 부른 까닭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입력 2020.12.28 21:07 “기독교에서는 ‘우리는 죄는 미워할 수 있지만, 죄인을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것이 바로 다음 날 제가 빠르게 그에 대한 글을 올린 이유이고, 제가 혜민 스님의 기본적인 선함을 믿고 있다고 말한 이유입니다.” 지난달 15일 페이스북에서 ‘도둑놈’ ‘기생충’ ‘연예인’ 등의 원색적 용어로 혜민(47) 스님을 격하게 비난했다가 이튿날 모든 비난 글을 내리고 ‘사랑하는 아우님’이라 부르며 화해했음을 시사해 대중을 어리둥절하게 했던 현각(56) 스님. 현각 스님이 28일 본지에 편지를 보내 저간의 사정을 소상..

종교-철학 2020.12.29

[최보식이 만난 사람] “굶은 사람 어떻게 내버려두나… 코로나 돌고 무슨 일 생겨도 밥은 줘야 해”

[최보식이 만난 사람] “굶은 사람 어떻게 내버려두나… 코로나 돌고 무슨 일 생겨도 밥은 줘야 해” 한번도 문 안 닫은 ‘원각사 무료급식소’, 운영자 손영화씨 최보식 선임기자 입력 2020.12.28 03:00 “구청이나 동사무소 직원들이 나와 ‘코로나가 확산하니 밥을 주지 말라’고 하는데, 배고픈 사람을 어떻게 내버려둬요.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365일 연중무휴 밥을 줘야 한다는 주의(主義)예요.” 손영화(66)씨와 통화하면서, 민주주의·공산주의·전체주의 등은 알지만 ‘밥주자주의’는 처음 들었다. 올 초 코로나가 전파·확산한 뒤로 전국의 무료급식소들은 문을 아예 닫았거나, 닫았다가 다시 열기도 했고, 열었다가 또다시 닫았다. 하지만 그녀가 운영하는 ‘탑골 원각사 무료급식소’는 지금껏 한 번도 문을 닫..

종교-철학 2020.12.28

[별별다방으로 오세요!] 진상 남편 밀고한 바른생활 아내… 그래도 사랑합니다

[별별다방으로 오세요!] 진상 남편 밀고한 바른생활 아내… 그래도 사랑합니다 [아무튼, 주말] 홍여사 입력 2020.12.19 03:00 “좋아하는 것을 해줄 때보다, 싫어하지 않는 것을 하지 않을 때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예전에 어느 텔레비전 광고에서 흘러나오던 문구입니다. 그 한 문장에 격하게 공감하며, 남편을 흘겨본 아내가 아마 많았을 겁니다. 그러나 그녀들은 기억해야 합니다. 좋아하는 것을 해주던 그 덕분에 내가 한때 얼마나 행복했는지. 그 행복이 오늘의 두 사람 어깨에 하얀 눈이 되어 내립니다. / 홍여사 별별다방 그림/일러스트= 안병현 “당신이야? 정말 당신이 그런 거야?” 샤워를 마치고 나오는데, 남편이 내게 다짜고짜 묻습니다. 잠시 당황했지만, 그의 손에 들린 제 휴대폰을 보고 대번..

종교-철학 2020.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