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187

[주경철의 히스토리아 노바] [31] 다수에 의한 민주독재, 19세기가 대한민국 정치를 경고했다

[주경철의 히스토리아 노바] [31] 다수에 의한 민주독재, 19세기가 대한민국 정치를 경고했다 민주독재 주경철 교수 입력 2020.12.29 03:00 2020년은 병든 한 해였다. 코비드19가 우리 몸을 병들게 하듯, ‘다수의 압제’라는 열병이 대한민국을 괴롭혔다. 숫자 싸움에서 이긴 ‘다수’는 손안에 들어온 권력을 미친 듯 휘둘렀고, ‘소수’는 별다른 대처 방식을 찾지 못한 채 거칠지만 무능력한 저항을 일삼았다. 올 한 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를 고르라면 ‘이전투구(泥田鬪狗·진흙 밭에서 뒹굴며 싸우는 개)’를 택하고 싶다. 후대의 역사가는 현재 한국 정치 상황을 두고 민주주의가 어떤 방식으로 타락해 가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할 것 같다. 미국 화가 케일럽 빙엄의 그림‘카운티 선거’. 1840년대 미..

역사 2020.12.29

[박종인의 땅의 歷史] “세상 보탬 되지 않는 자 가운데 글 쓰는 선비가 으뜸이다”

[박종인의 땅의 歷史] “세상 보탬 되지 않는 자 가운데 글 쓰는 선비가 으뜸이다” [241] 실용주의 관리 서유구가 난세에 대처한 자세 ②/끝 전북 고창 청보리밭. 농민의 지혜가 담긴 땅이다. /박종인 박종인 선임기자 입력 2020.12.23 03:00 정도전과 서유구, 그리고 선비 고려 말기인 1375년 성리학으로 무장한 신진사대부 정도전이 전라도 나주 소재동으로 유배됐다. 유학자가 왔다는 소식에 노인 하나가 정도전을 찾았다. 마중 나온 종에게 유학자가 하는 일이 뭔가 묻자 종이 답했다. “음양과 오행, 초목의 크고 시듦, 삶과 죽음의 이치까지 통달해 아는 사람이외다.” 그러자 노인이 이리 답하곤 돌아가 버렸다. “실상이 없으면서 이름만 있으면 귀신도 미워한다고 했고, 스스로 어질다 하고 남을 대하면..

역사 2020.12.23

[송동훈의 세계 문명 기행] 독재자를 추앙한 죄… 비행왕의 추락이 시작됐다

[송동훈의 세계 문명 기행] 독재자를 추앙한 죄… 비행왕의 추락이 시작됐다 대서양 첫 단독비행한 찰스 린드버그, 그의 삶이 던지는 화두 뉴욕=송동훈 문명탐험가 입력 2020.12.22 03:00 1927년 5월 21일 린드버그가 몰고 간 ‘세인트루이스 정신’ 항공기가 파리 르부르제 비행장에 도착하자 수만 명 인파가 그를 환영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린드버그는 에펠탑 위를 선회한 후 활주로에 내려앉았다. 린드버그는 뉴욕 귀국 환영 행사에서도 400만명 이상에게 환호를 받았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뉴욕은 마천루의 도시다. 규모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동시에 퍼레이드의 도시다. 운이 좋으면 마천루 사이를 가로지르는 퍼레이드를 보게 되는데, 장관(壯觀)이다. 내가 본 가장 인상적인 퍼레이드는 3월마다 열리는 아..

역사 2020.12.22

[박종인의 땅의 歷史] “흙으로 만든 국과 종이로 만든 떡을 누가 먹으랴!”

[박종인의 땅의 歷史] “흙으로 만든 국과 종이로 만든 떡을 누가 먹으랴!” [240] 실용주의 관리 서유구가 난세에 대처한 자세 ① 전주성 풍남문 /박종인 박종인 선임기자 입력 2020.12.16 03:00 “내 인생은 낭비” 관찰사 서유구 올해 복원된 전라감영 동헌 앞에는 낯선 돌이 두 개 서 있다. 하나는 가석(嘉石)이고 하나는 폐석(肺石)이다. 가석은 경범죄를 저지른 자를 그 위에 앉혀서 죄를 뉘우치게 하는 돌이다. 폐석은 억울한 백성이 그 옆에 서 있으면 관리들이 자초지종을 물어 사연을 풀어주는 돌이다. 행정과 사법을 동시에 담당했던 조선시대 지방관 통치 율법을 상징한다. 19세기 초 이 전라감영에서 만 19개월 근무했던 행정가가 있다. 1833년 4월 부임했을 때 나이는 만 69세, 고희(古稀..

역사 2020.12.16

[주경철의 히스토리아 노바] [30] 팬데믹의 두 얼굴… 음모론 번져 유혈폭동, 또는 화해의 계기로

[주경철의 히스토리아 노바] [30] 팬데믹의 두 얼굴… 음모론 번져 유혈폭동, 또는 화해의 계기로 질병과 증오 주경철 교수 입력 2020.12.15 03:00 1892년 8월 6일 르 프티 저널에 실린 삽화 '아스트라한의 폭동'. 당시 러시아 볼가강 하류 지역의 경제·문화 중심지 아스트라한에서는 콜레라로 큰 혼란이 벌어졌다. 콜레라가 극성을 부린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세계 각지에서 발생한 ‘콜레라 봉기(Cholera riot)’ 중 하나였다. /게티이미지 2020년은 병으로 시작해서 병으로 끝난 끔찍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마치 온 세상이 몸져누운 것 같다. 무수히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경제는 거의 마비되어 모두 힘겨운 삶을 이어간다. 사회 전체를 불안과 공포 분위기가 무겁게 짓누..

역사 2020.12.15

[박종인의 땅의 歷史] 여기가 조선왕조의 시작이며 끝이었다

[박종인의 땅의 歷史] 여기가 조선왕조의 시작이며 끝이었다 [239] 전주 이씨 시조 묘 조경단 조선 왕조의 시작, 전주 조경단. 박종인 선임기자 입력 2020.12.09 03:00 전북 전주 덕진동 전북대학교와 덕진체련공원 사이에 제사 때를 빼고는 늘 닫혀 있는 문이 있다. 문 너머 공간 이름은 조경단(肇慶壇)이다. ‘경사가 시작된 제단’이라는 뜻이다. 또 있다. 옛 전주부성 남문 이름은 풍남문(豐南門)이고 서문 이름은 패서문(沛西門)이다. 풍(豐)과 패(沛)는 한나라 유방이 군사를 일으킨 강소성 패군 풍현을 가리킨다. 즉 제왕의 땅이라는 말이다. 이쯤이면 조경단이 무엇이고 풍남문과 패서문이 무엇인지 짐작이 가리라. 조선 왕실에 전주는 풍패지향(豊沛之鄕), 새 왕조를 일으킨 제왕의 고향이라는 말이다. ..

역사 2020.12.09

[송동훈의 세계 문명 기행] [66] ‘오하이오 갱’의 꼭두각시가 된 최악의 대통령… 초상화는 말이 없다

[송동훈의 세계 문명 기행] [66] ‘오하이오 갱’의 꼭두각시가 된 최악의 대통령… 초상화는 말이 없다 워싱턴 국립초상화박물관과 하딩 대통령 송동훈 문명 탐험가 입력 2020.12.08 03:00 시인 월트 휘트먼의 극찬대로 그리스 고전주의 양식을 본뜬 국립 초상화박물관의 외관은 웅장하고 우아하다./게티이미지뱅크 박물관 내부의 중정은 독특한 천장으로 인해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대영박물관 천장을 설계·시공한 세계적인 건축가 노먼 포스터 회사 작품인 탓에 대영박물관과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한다./위키피디아 APK 워싱턴의 국립초상화박물관은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이다.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을 닮은 외관부터가 웅장하고 아름답다. 특허청사로 썼던 이 건물은 백악관, 국회의사당(The Capitol..

역사 2020.12.08

[숨어 있는 세계사] 호미와 바구니로 만든 250㎞ 땅굴… 병원·극장도 있었대요입력 : 2020.12.03 03:30

신문은 선생님 [숨어 있는 세계사] 호미와 바구니로 만든 250㎞ 땅굴… 병원·극장도 있었대요 입력 : 2020.12.03 03:30 베트남 구찌터널 최근 베트남 호찌민(옛 이름은 사이공)시가 구찌(Cu Chi)터널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호찌민시 구찌현에 있는 이곳은 베트남전쟁 당시 베트남 공산주의 군사 조직인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이 근거지로 삼아 남베트남 정규군 및 미군과 전투를 벌인 지하 터널입니다. 지금은 베트남의 대표적인 관광지가 됐죠. 지금도 구찌터널 내부에 직접 들어가 그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체험해볼 수 있다고 해요. 구찌터널은 역사적으로 어떠한 의미가 있는 곳일까요? ◇프랑스군에 대항해 만든 터널 구찌는 호찌민시에서 북서쪽으로 60㎞ 정도 떨어진 작은 농촌 마을이..

역사 2020.12.03

[주경철의 히스토리아 노바] [29] 국민 43.9% 표를 얻어… ‘法의 이름’으로 의회와 사법부를 학살하다

[주경철의 히스토리아 노바] [29] 국민 43.9% 표를 얻어… ‘法의 이름’으로 의회와 사법부를 학살하다 히틀러와 법 주경철 교수 입력 2020.12.01 03:00 히틀러는 총칼로 권력을 탈취한 게 아니라 선거를 통해 합법적으로 집권했다.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반대 세력을 구금·살해하고 의회를 마비시키면서 무지막지한 독재 체제를 만들어 나갔지만, 이 또한 형식적으로는 법적 절차를 따랐다. 독재 체제는 법적 정당성을 통해 완수된다. 1938년 5월 독일 법무부 장관 프란츠 귀르트너(Franz Gurtner)가 오스트리아 빈 법무궁을 방문한 모습. 귀르트너는 나치 독재 체제 구축을 위해 사법부의 견제를 무력화하는 일을 맡아서 처리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만든 악의 체제가 어떻게 붕괴하는지 보지 못한 ..

역사 2020.12.01

[남정욱의 영화 & 역사] 제주도민 토닥여준 박정희식 위로

[남정욱의 영화 & 역사] 제주도민 토닥여준 박정희식 위로 참혹했던 제주 4·3의 비극… 상처 들쑤시고 슬픔을 정치화하는 집권 진보 세력 박정희 대통령은 형식적 위로보다 실질적 제주 지원책으로 화해·극복 추구 역사란 참극 묘사하고 분노 부추기기보단 위로와 치유 향해 나아가야 남정욱 작가 입력 2020.11.26 03:00 아름다워서 더 슬픈 것일까 슬퍼서 더 아름다운 것일까. 제주도에 갈 때마다 마음은 어지럽다. 그 섬의 참혹했던 역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아마 다들 비슷할 것이다. 치유와 화해를 놓고 그러나 해법은 갈린다. 이른바 진보라는 사람들은 상처를 들쑤셔 슬픔을 극대화해놓고는 그것을 치유라고 부른다. 그리고 마치 그 일이 자신들의 역사라도 되는 양 독점하고 생색을 낸다. 보수는 알아서 죄인이다. 주..

역사 2020.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