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과 4

최만섭 2017. 11. 12. 07:02





1 4

 

나는 스프린터 선수가 되어 400메타 트랙 출발선에 서서

숨결에 맞추어 달리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노련한 마라톤 선수가

더 빨리 달릴 여력이 있음에도 완주를 위해

힘을 비축하고 속도를 조정하듯이

나는 운동장 한 바퀴를 완주하고자,

숨을 깊이 들이키면서 드높은 하늘에 떠있는

늦가을을 쳐다보았다.

 

공설 운동장 원형 관중석에 갇힌 하늘이 뜬금없시 떨어져

뜨겁게 달구어진 머리를 강타한 후

오장육부를 지나 단전에 안착했다.

 

나는 갑작스런 떨어짐이 만든 용광로를 속에

부질없이 타고 있는 내 인생을 바라보았다.

낙하로 생성된 도통 세상에는

14만으로 충분히 풍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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