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최만섭 2016. 2. 9. 20:22



작성자: 최만섭     2007-02-01 12:48:06 


제목 : 마음     


나는 1978년도 포항 송도 바닷가에 섰다.

바다 끝에 나타난 귀인은 망상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따뜻한 허상이었다.


귀인이 물 위를 걸어 내게 다가올 때

가슴이 검게 탄 노인이 겨울 바다로 뛰어들었다.

노인은 하늘을 보고 섧게 노래를 부른다.


바다 속에서 새벽이 밝아올 때

바다에 남편을 빼앗긴 젊은 아낙은

소주잔을 기울인다.

가슴이 찢어진 사람은 거센 바닷바람을 맞아야 산다.


나는 2007년도 포항 송도 바닷가에 섰다.

방파제에 부딪혀 산산 조각난 인간의 마음이

바다 속으로 사라진다.


언어가 닿지 않고

생각이 근접하지 못하는

인간의 마음은 바다에 살고 있었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1 과 4  (0) 2017.11.12
함박눈과 까마귀  (0) 2017.06.13
어머니  (0) 2016.02.09
이별  (0) 2016.02.09
어둠  (0) 2016.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