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조·신문.카페 등

개망초

최만섭 2021. 12. 27. 05:35
 
 
 
 
 
 
이달의 시 윤일현

개망초

-낙동강94

윤 일 현

 

 

서른둘에 홀로 되어

아들 하나 키우며 잡초처럼 살다가

며느리 들어오자 살림 물려주고

툇마루에 앉아 종일 흰 구름만 바라보며

어디든 훨훨 날아다니고 싶다던

영천댁 꽃상여 나가던 날

칠월 뭉게구름 하늘에서 내려와

길가 가득 개망초 꽃으로 흩어졌다

하얀 두건 쓴 개망초들

바람에 온 몸 흔들며 곡하다가

상여를 메고 뒷산으로 올라갔고

할머니는 구름이 되어 먼 길 떠났다

 

 

<시인소개>

윤일현은 1956년 대구에서 출생하여 ‘사람의 문학’ ‘현대문학’ 등에 시를 발표하고 시집 ‘낙동강’을 출간하며 등단했다.

시집 ‘꽃처럼 나비처럼’ 교육평론집 ‘불혹의 아이들’ ‘부모의 생각이 바뀌면 자녀의 미래가 달라진다’ ‘시지프스를 위한 변명’ 등이 있다. 지성교육문화센터 이사장, 대구시인협회 부회장, 대구경북작가회의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해설> 성군경 시인

기억이 있어 인생이 깊어진다.

나이가 들수록 사물이나 장소에 대한 기억이

삶을 추동시키는 큰 힘이란 것을 알게 된다.

이 시는 영화 속에 흔히 나오는 꽃상여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기억은 지나간 시간의 파편이고 흔적이다.

시인은 이별과 소실의 기억을 단순히 지워버리기 보다는,

삶의 행간을 자연스런 회화적 기법으로 묘사하여

파괴적인 감정을 온화하게 치유하는 법을 일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