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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옥의 말과 글] [232] 규칙 없음

최만섭 2021. 12. 25. 06:51

 

[백영옥의 말과 글] [232] 규칙 없음

입력 2021.12.25 03:00
 
 

한 해를 마무리할 때 ‘다사다난’이란 말을 쓴다. 우리가 복잡계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나심 탈레브의 책은 주로 12월에 다시 읽는다. 반복해서 읽는 건 새겨야 할 문장이 많아서고 내가 그 부분을 자주 잊는다는 뜻이다. 어쩌면 그가 말하는 ‘복잡계’나 ‘비선형성’이 우리의 관념을 뛰어넘기 때문이다. 이솝 우화를 읽고 자란 우리는 인과론에 익숙하다. 게으른 베짱이는 굶고, 일찍 일어나면 더 많이 먹이를 얻는 새처럼 말이다. 하지만 인과론은 종종 우리의 예측을 빗나간다. 우리는 스트레스가 나쁘다고만 생각하지만, 실상 근육이나 창의성은 스트레스나 자극 없이는 성장하지 못한다.

‘창의적인 사람’들의 필수 요소가 위험 감수 능력이라고 믿는 것 역시 그렇다. 흔히 ‘혁신가’ 하면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하거나, 대학 중퇴 후 벤처에 뛰어든 사람들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빌 게이츠만 해도 대학을 바로 그만둔 게 아니라, 장기 휴학 후 사업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중퇴를 결정했다. 스타트업을 성공시킨 전략가들이 그렇듯 이들은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과 ‘관리’하는 것이 다르다는 걸 알았다.

 

나심 탈레브가 말한 ‘바벨 전략’은 변화하는 삶 속에서 활용해볼 만하다. 바벨 전략은 떨어져 있는 양극단 조합을 추구하고 중간을 기피하려는 생각이다. 투자를 예로 들면 재산의 90%는 안전한 곳에 투자하고, 10%는 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식이다. 이 전략의 핵심은 이익 극대화가 아니라, 최악의 경우에도 돈을 10% 이상 잃지 않고 지키는 데 있다.

이것은 바람이 하나의 ‘촛불’을 꺼뜨리지만 ‘모닥불’은 살리기도 한다는 걸 깨달은 자의 전략이자, 세상을 직선의 사다리보다 정글짐처럼 불규칙한 경우의 수를 가지고 보는 사람들의 관점이다. 이제 ‘복잡계’를 받아들이고 공부해야 성공할 수 있는 세상이 왔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유연하다는 넷플릭스의 철학도 ‘규칙 없음’일 정도다. 2022년에도 여러분의 건투와 건강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