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노조

[단독] 코로나로 집회 제한한다고 경찰관 폭행한 민노총 조합원

최만섭 2020. 9. 10. 05:36

[단독] 코로나로 집회 제한한다고 경찰관 폭행한 민노총 조합원

발전소 건설 현장서 “우리 조합원 채용하라” 요구
경찰, 신고 인원 6배 넘는 집회 규모에 해산 통보하자 충돌

김정엽 기자

입력 2020.09.10 05:00

 

 

 

 

 

 

 

지난 8일 전북 군산 비응도동의 건설 현장 앞에서 부당노동행위 중단을 요구하는 민주노총 소속 플랜트건설노조 조합원 등의 집회에 경찰 병력이 투입돼 대치하고 있다. 이날 경찰을 폭행한 혐의로 민주노총 조합원 A씨 등 2명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될 예정이다. /뉴시스

경찰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을 우려해 집회 제한을 통보하고 해산을 시도하자, 민노총 조합원들이 이에 저항하며 경찰관을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민노총 소속 전국플랜트노조 전북지부가 군산의 한 발전소 공사장에 “민노총 조합원을 채용하라”며 집회와 고공 농성을 이어오다 8일 600명이 넘는 집회를 개최하던 중 벌어진 일이다.

 

군산경찰서는 9일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전국플랜트건설노조원 A씨 등 2명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8일 군산시 비응도동의 한 발전 시설 건설 현장에서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A씨 등을 현장에서 검거했다.

 

민노총은 이날 집회 인원을 99명으로 신고했지만, 실제론 650여 명(경찰 추산)이 모였다. 군산은 현재 코로나 확산 우려로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를 시행 중이다. 대규모 집회는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날 민노총 집회에 대해서도 “감염병 확산 우려가 크다”며 해산할 것을 통보했다. 그러자 조합원들은 “고공농성장에 있는 노동자에게 먹을 것을 전달하겠다”며 공사장 진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A씨 등이 경찰과 대치하면서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군산 건설현장서 경찰과 충돌한 민노총 - 8일 전북 군산시 비응도동의 한 발전 시설 건설 현장에서 “고공 농성 중인 노조원에게 음식을 전달하겠다”며 공사장 진입을 시도하는 민노총 소속 전국플랜트건설 노조원(사진 왼쪽)들을 경찰이 막아서고 있다. 당초 민노총은 집회 인원을 99명으로 신고했으나 현장에는 650여명이 모였고 집회를 해산하기 위해 경찰 병력 800여명이 동원됐다. 경찰관을 폭행한 노조원 2명은 이날 현장에서 검거됐다. /뉴시스

경찰은 “당초 신고보다 많은 집회 인원이 몰려 부득이하게 내린 결정”이라고 했지만, 노조 측은 “정당한 집회를 공권력으로 가로막고 있다”며 맞섰다.

 

민노총 조합원들은 지난 6월 20일부터 발전소 건설 현장에 “우리 조합원을 채용하라”며 집회와 고공농성을 이어왔다. 지난달 17일부터는 20m 높이 구조물에서 노조원 3명이 고공농성도 하고 있다. 시공사 측은 고공농성을 하는 노동자들이 물건을 집어던지는 등 공사를 방해한 혐의로 경찰에 고발장을 냈다. 법원에도 공사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접수했다.

시공사 측은 이미 2018년부터 한국노총과 하청 업체가 단체협약을 맺고 공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민노총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이 건설 현장에서는 12개 하청업체에서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 250여 명이 일을 하고 있다.

 

 

시공사 관계자는 “민노총 조합원을 고용하기 위해선 이미 일하고 있던 노동자들을 해고해야 한다”며 “이럴 경우 단체협약을 맺은 한국노총에 대한 노조 탄압이 된다”고 했다. 이어 “기존 협약을 체결하여 성실하게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한국노총 조합원을 내보내고 자기 조합원을 채용토록 하기 위해 온갖 불법, 부당한 도발을 자행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공권력 등이 개입해 합법적으로 사태를 마무리하고 정상적으로 공사가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전북지부가 조합원들에게 보낸 집회 소집 문자 메시지. /독자 제공

6월부터 집회를 이어오던 민노총은 이번 주 들어 본격적으로 집회 규모를 키웠다. 전북지부는 지난 7일 도내 각 지부 조합원들에게 ‘9월 8일부터 11일까지 군산지역 발전소 총력투쟁’이라는 제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문자메시지엔 ‘전북지부 전 조합원 동지들은 한 명도 예외 없이 취업현장 작업을 중단하고 내일부터 시작되는 총력투쟁에 모두 집결해 달라. 중앙투쟁본부 회의에서 전북지부 투쟁에 집중하기로 하고 내일 즉시 타 지부 확대간부 300여명 집결’이라고 적혀 있다. ‘불참으로 인한 모든 불이익은 본인이 감수해야 한다’는 문구도 들어 있다.

 

대규모로 민노총 조합원들이 모이자 군산시와 경찰에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세가 심각한데 왜 많은 인원이 모이게 내버려 두느냐’는 민원이 빗발쳤다. 지역 주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대규모 집회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청원까지 냈다. ‘경제적으로 위급한 군산을 코로나로 또다시 위급상황을 만들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은 9일 오후 3시 현재 1156명이 동의한 상태다. 경찰은 앞으로도 대규모 집회를 허락하지 않을 방침이다. 군산시도 민주노총에 집회 중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전달했다./군산=김정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