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위원장이 민노총을 폭로 "군림하는 정파 있다"
조선일보
입력 2020.07.21 03:00
김명환위원장, 이례적 내부 비판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1일로 예정됐던 '코로나 극복을 위한 노사정(勞使政) 사회적 대화' 합의가 무산된 것과 관련해 "(민노총 내) 일부 정파(政派)의 조직적 반대와 압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김 위원장은 20일 민노총 공식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유튜브 등에 10분 19초 분량 연설 동영상을 올리고 민노총 내 내부 의사 결정 과정을 공개 비판했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정파 문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김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 합의를 놓고 민노총이 사실상 내전에 들어간 이후에도 정파 문제에 관해 공개적인 언급은 가급적 자제했다.
지난 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 앞에서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에 반대하는 강경파 조합원들이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일 민노총 홈페이지에 '노사정 합의안'을 둘러싼 내부 갈등과 관련해 "가장 큰 두 정파 조직이 (노사정 합의) 최종안 반대를 합의했으니, 교섭을 그만하라고 압박했다"는 내용으로 연설하는 동영상을 올리며 공개적으로 내부 비판을 했다. /장련성 기자
동영상의 제목은 '정파의 판단이 아닌 민노총 대의원들의 결정을 요청드린다'였다. 오는 23일 열기로 한 온라인 대의원 대회에서 노사정 합의 찬성을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위원장의 적나라한 민노총 알력 공개
김 위원장은 영상 연설에서 노사정 합의안 추인이 무산된 과정을 굉장히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노사정 합의안 초안이 나온 지난달 29일 10차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열고, 다음 날 자정이 지나도록 7시간에 걸쳐 합의안의 성과와 부족한 점 등을 집중토론했다고 한다. 그 결과 67개 조항 중 휴업·휴직에 대한 협조 등 4개 조항에 대한 문제 제기와 수정 요구가 있었고, 최종 담판을 위해 김 위원장이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려 했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상황이 돌변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위원장실에서 수석부위원장, 사무총장, 교섭팀과 대책 논의를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부위원장 한 분이 들어오셔서 구체적 정파 이름을 대며 '우리 두 조직은 합의했다. 그러니 여기서 멈춰라. 노동부 장관 만나지마라'고 통보하듯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교섭을 그만하라는 것이냐'고 되물으니 '그만하라는 것이다'라며 위원장실을 나갔다"고 했다. 그는 "(당시) 너무 당황했고 참담했다. 직선으로 선출된 위원장의 대표성마저 거부당하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노동계에선 민주노총의 현장파와 중앙파 산하 일부 연맹 위원장들이 합의안 반대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새벽 3시 30분 이재갑 고용부 장관과 만나, 내부 반발이 있던 문구를 수정했다. 하지만 같은 날 아침 열린 중앙집행위원회 분위기는 이전과 또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중집위원 다수의 태도는 합의 최종안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으로 채워져 있었고, 전날과도 완전히 달랐다"고 했다.
◇"민주적 토론 할 수 없는 공포 분위기"
김 위원장은 노사정 대화 합의식이 예정됐던 지난 1일 일부 조합원이 본인을 민주노총 사무실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며 사실상 감금한 것에 대해서도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합의안 폐기를 저지하시는 분들이 사무실 출근부터 저를 저지했고, 중앙집행위원회가 열리는 회의장은 민주적인 토론을 아예 할 수 없는 공포의 분위기였다"고 했다. 그는 "사회적 대화가 중앙집행위원회에 다수가 참여하는 정파의 합의된 반대 입장으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고, 합의안 폐지를 주장하는 분들의 물리적 제지로 논의를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민노총 내부의) 정파 조직이 대중 조직 위에 군림하거나, 다수의 의견과 물리적 압력, 줄 세우기로 사회적 교섭을 끝내는 건 100만 민주노총 대중 조직에 해가 되는 길"이라고 했다. 그는 "민노총 위원장으로서의 명예를 걸고 거짓 없는 말씀을 드렸다"며 "위원장의 비민주적 독선적 결정이라는 비난을 멈춰주시길 부탁한다"고 했다.
◇찬성·반대 놓고 쪼개진 민노총
김 위원장의 이런 공개 비판은 23일로 예정된 '대의원 대회'를 앞두고 대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대의원대회는 조합원 총회 다음으로 위상이 높은 의결 기구다. 김 위원장은 대의원대회에서도 사회적 합의안이 부결되면 본인과 집행부가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영상을 놓고도 민노총 내부에선 의견이 엇갈렸다. 공개된 영상엔 "어디서 갈라치기냐" "그렇게 답답하면 다 내려놓고 사퇴하라"며 김 위원장을 비난하는 댓글과, "이제는 이념 정치 허물을 벗고 변해야 할 때"라는 조합원들의 찬성 댓글이 동시에 달렸다.
외부에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20일 노사정 합의안에 반대하는 민노총 부산지역본부장 등 일부 간부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민노 총 재적 대의원 과반수인 810명으로부터 합의안 폐기를 위한 서명을 받았다"며 그 명단을 공개했다. 반면 중집위원 중 한 명인 김태선 정보경제연맹 위원장은 이날 "직접 겪은 민주노총 중집회의의 진실"이라며 "중집 다수를 차지하는 정파 의견 그룹이 민주노총 위원장 위에서 교섭권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지금의 임시 대의원 대회를 둘러싼 본질"이라는 기고문을 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21/202007210007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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