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강경파, 새벽부터 위원장 막아… 협약식 15분전 불참 통보
조선일보
입력 2020.07.01 21:17 | 수정 2020.07.01 21:25
1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15층 위원장실. 한 민노총 조합원이 "위원장이 자리를 뜨려고 한다"고 하자 다른 조합원이 "총리실만 눈에 보이고 조합원은 눈에 안 보이냐"며 막아섰다. 이들은 김명환 위원장을 둘러싸고 "노사정 안건을 폐기하든지 사퇴하라"며 "(건물을) 나가려면 사퇴하고 나가라"고 했다. "노사정 대화에 대해 해명하라"고도 했다. 조합원들은 "자본과 정권에 야합하는 민노총 집행부 사퇴하라" "노사정 합의 집어치워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었다. 한 조합원은 욕설과 함께 "우린 한국노총과 다르다고 그랬는데, 말도 안하고 조합원들에게 사기칩니까"라고했다. "정부가 (민노총을) 가지고 놀고 있다"는 발언도 나왔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위원장 감금하고 "노사정 대화 집어치워라"
민노총 조합원 약 100여명은 이날 새벽부터 민주노총 사무실 근처로 모였다. 노사정 합의문을 민노총이 수용할지를 결정하기 위한 중앙집행위원회가 오전 8시에 예정돼 있었는데, 이 회의를 주재하려고 출근하려는 김명환 위원장을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민노총 내 강성파로 분류되는 '현장파' 소속 조합원들이 대부분이었다. 김 위원장은 중집위 개최가 불가능해지자 사무실 밖으로 나가려고 했는데, 이때 조합원이 수십명이 김 위원장을 둘러싸고 문 입구를 막아섰다. 김 위원장이 전날 일부 조합원들에게 "(합의안을) 살려야 한다는 게 내 판단이고 소신이고, 빠른 시일 내에 제 거취를 포함해 판단하겠다"며 민노총 내부 동의 없이 노사정 대화 합의안에 서명할 가능성을 내비치자 실력 행사에 나선 것으로 해석됐다.
최초 합의안이 나온 것으로 알려진 지난달 29일 이후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김 위원장은 당일 민노총 내 의사결정 기구인 중앙집행위원회를 소집했지만, 반대가 이어지며 30일까지도 합의문을 수용할 지를 놓고 결론을 내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30일 저녁 "7월 1일 오전 8시에 다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겠다"고 통보했다. 전날부터 계속 이어진 회의에서 결론이 안 나자 협약식 직전 막판 뒤집기를 재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반대파가 물리적 저지에 나서면서 회의는 열리지도 못했다.
국무총리실은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공관에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 협약식'이라는 문구가 적어놓고, 합의문과 서명을 위한 펜까지 준비했지만 민노총은 결국 행사 시작 15분을 앞두고 최종 불참을 통보했다. 합의식 직후 기자들을 상대로 열릴 예정이던 이재갑 고용부 장관의 브리핑도 취소됐다.
◇구급차 실려 응급실 간 민노총 위원장
김명환 위원장은 자신의 사무실을 막아선 조합원들에게 '오늘 독단적으로 사인하지 않고 내일 향후 방안을 다시 논의하겠다'는 약속을 한 오후 2시 30분쯤에야 건물을 나올 수 있었다. 이후 구급차를 타고 인근 강북삼성병원으로 이송됐다. 민노총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감금에서 풀려나 위원장실로 돌아갈 때 코피를 한바가지 쏟았다"며 "스트레스도 심하고 당뇨도 앓고 있고 원래 건강도 안 좋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조합원은 "병원 갔다가 또 기습적으로 노사정 대화에 사인하러 가는 것 아니냐"고 했다. "(병원 간 것은) 결국 본인이 자초한 일"이라는 발언도 나왔다.
◇민노총 위해 합의문을 추가로 고쳐줬는데도 반발
이날 협약식 불발은 민노총 내부의 강한 반발 때문이었다. 민노총은 '고용보험을 가입할 때 특수형태근로자는 그 특성을 고려한다'는 문구에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형태근로자란 택배 기사처럼 사업자와 근로자 성격을 동시에 가지는 근로자인데, 민노총은 이들을 모두 고용보험 대상 근로자로 간주해야된다는 주장을 펴 왔는데, 여러 업체와 계약을 맺는 특수형태근로자는 고용주가 누구인지가 명확하지 않아 누가 고용보험료를 내야할지가 불분명하다.
정부가 애초 무리하게 민노총만을 위해 노사정 대화를 끌고간 것이 실책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계 관계자는 "민노총은 처음부터 내부 의견 통일이 불가능한 상태였는데, 정부가 무리하게 사회적 대화를 추진했다"고 했다. 민노총은 2일 임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노사정 합의안 재추인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내부 반대가 여전한만큼 합의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노총은 협약식이 취소된 뒤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가 최종 무산됐다"며 "이 대화를 처음 제기한 정부와 민주노총은 사회적대화가 소모의 시간으로 끝난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01/2020070104667.html
'귀족 노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대차 실적 반토막인데, 노조 "작년 이익 30% 성과급 달라" (0) | 2020.07.24 |
---|---|
민노총 위원장이 민노총을 폭로 "군림하는 정파 있다" (0) | 2020.07.21 |
[시론] 사회적 대화, 대타협의 집착을 버려야 (0) | 2020.06.16 |
3000명 다닥다닥… 민노총 "붙어 앉는다고 코로나 걸리나" (0) | 2020.06.11 |
민노총 "전북도지사 만나겠다" 욕설-몸싸움... 도청 사실상 마비 (0) | 2020.0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