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영상] 볼트와 너트 던진 민노총, 경찰 폭행전엔 CCTV 가려

[단독 영상] 볼트와 너트 던진 민노총, 경찰 폭행전엔 CCTV 가려

지난 8일 군산 집회 당시 경찰과 충돌 전 비닐로 감싸
검찰, 증거 부족 등 이유로 경찰 신청한 영장 반려
조합원 2명 “단순 몸싸움, 폭행 없어” 진술

김정엽 기자

입력 2020.09.10 17:38

 

 

 

 

 

 

 

 

10일 전북 군산의 한 건설현장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던 민노총 조합원이 한노총 조합원에게 대형 볼트와 너트를 던졌다. /독자제공

지난 8일 전북 군산의 한 건설현장에서 민노총 조합원들이 경찰과 충돌하기 전 인근 방범카메라(CCTV)를 비닐로 감싼 것으로 확인됐다. 이 카메라는 경찰과 민노총 조합원이 충돌한 현장을 비추고 있었다.

경찰은 폭력을 휘두른 조합원 2명을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반려됐다. 결정적 증거가 될 이 방범카메라 영상을 확보하지 못한 경찰은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군산경찰서는 전날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민노총 소속 전국건설플랜트노조 조합원 A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돌려보냈다.

A씨 등은 지난 8일 군산의 한 건설현장에서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경찰은 이들을 현행범으로 검거했다. 지난 9일엔 현장에서 채증한 영상 등을 토대로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혐의를 입증할 구체적인 자료가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영장을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시공사 측이 건설 현장 입구에 설치한 방범카메라에 A씨 등의 폭행 장면이 담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민노총 조합원들이 경찰과 충돌하기 전 방범카메라 2대를 비닐봉지와 장갑으로 감싸 관련 영상을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 8일 전북 군산시 비응도동의 한 발전 시설 건설 현장에서 “고공 농성 중인 노조원에게 음식을 전달하겠다”며 공사장 진입을 시도하는 민노총 소속 전국플랜트건설 노조원(사진 왼쪽)들을 경찰이 막아서고 있다. 당초 민노총은 집회 인원을 99명으로 신고했으나 현장에는 650여명이 모였고 집회를 해산하기 위해 경찰 병력 800여명이 동원됐다. 경찰관을 폭행한 노조원 2명은 이날 현장에서 검거됐다. /뉴시스

현재 A씨 등은 경찰을 밀치는 등 몸싸움을 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지만, 주먹과 발 등으로 폭행을 한 부분에 대해서는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경찰 고위 관계자는 “민노총 측에서 고의로 CCTV를 가린 것을 확인했다”며 “현재 다른 채증 영상 등을 분석해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씨 등은 유치장에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며 “구체적인 증거가 나오면 다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지난 8일 집회를 시도하면서 인원을 99명으로 신고했지만, 실제론 650여 명(경찰 추산)이 모였다. 군산은 현재 코로나 확산 우려로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를 시행 중이다. 대규모 집회는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이날 민노총 집회에 대해 “감염병 확산 우려가 크다”며 해산할 것을 통보했다. 그러자 조합원들은 “고공농성장에 있는 노동자에게 먹을 것을 전달하겠다”며 공사장 진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A씨 등이 경찰과 대치하면서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민노총 조합원들은 10일에도 공사를 방해했다. 20m 높이 고공 농성장에서 대형 설비 장치에 사용하는 볼트와 너트를 한국노총 소속 노동자에게 던졌다. 무너진 안전시설(펜스)을 설치하던 한국노총 소속 노동자 3명이 부상당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 관계자는 “볼트를 던진 민노총 조합원들을 검거하기 위해 다가서면 높은 곳으로 올라가 버린다”며 “검거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추락할 수도 있어 (검거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본지는 민주노총에 사건 경위 등 입장을 묻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민노총 전북본부는 지난 9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사건과 관련된 입장을 내놨다.

민노총은 보도자료에서 “전국플랜트노조 전북지부 임원 및 조합원 2명은 건설사의 부당노동행위를 규탄하기 위해 고공농성에 합류했으나, 무장 용역들의 공격과 폭력으로 최소한의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지난 7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관이 현장에 나와 식량과 식수, 의약품 등 필수 물품을 전달하라고 이테크건설과 경찰에 요구했음에도 여전히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는 용역을 동원하여 식사 반입을 막다가 오늘 아침에서야 최소한의 식량반입만 허용했을 뿐, 다른 물품반입은 여전히 가로막는 중이다”며 “고공농성자들은 초강력 태풍이 오는 상황에서도 비옷하나 걸친 상태로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는 상황에 내몰렸고, 지금도 강풍이 부는 고공농성장에서 맨몸으로 H빔을 붙잡고 있는 실정이다”고 했다.

민노총은 또 “군산경찰서는 9일부터 해당 현장 앞 집회금지를 통고했다”며 “용역을 동원하여 농성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사측의 불법행위는 방치하다가 노동자들의 집회만 금지하는 것은 노골적인 민주노조 파괴 행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