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제도

[발언대] 전문대 수업연한 다양화 재고를

최만섭 2016. 9. 26. 06:25

[발언대] 전문대 수업연한 다양화 재고를

  • 최성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부회장·동양대 총장

입력 : 2016.09.26 03:02

최성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부회장·동양대 총장
최성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부회장·동양대 총장
최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이 '전문대 수업연한 다양화'는 정부의 국정 과제로 추진된 것으로 전문대학에 힘을 실어주는 차원이지 4년제 대학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전문대협의회에서 수업연한 다양화의 입법을 재추진하겠다는 것을 천명한 셈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명확히 이를 반대한다고 지난해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전문대교협은 전문대생 중에는 저소득층이 많아 전문대 지원(支援)을 정부의 친서민정책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전문대 수업연한의 연장은 가계 부담을 급증시킨다. 수업연한의 다양화는 일부 수도권 전문대의 재정적 안정을 위해 학생을 희생하는 것이다.

전문대 측은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서 볼 때, 일부 학과는 2~3년으론 부족하다고 강변한다. 그렇게 따지면 수많은 4년제 대학도 수업연한을 6~7년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나올 수 있다. 기술이 급변하고 다양화되면서 융합 현상이 곳곳에 나타나는데, 당연한 요구일 수도 있다. 건축학과의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결과는 부정적이다.

전문대의 최대 장점은 수업연한이 짧다는 것이다. 산업 현장에 투입돼 가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학습이 반드시 대학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장을 통해 익히고 배우는 것도 많다. 미국에서도 ICT 분야에서는 대학을 마치지 않고 기업에 바로 입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빌 게이츠가 대학을 떠난 이유도 마찬가지다.

4년제 대학교가 산업 현장의 기술 수요를 완벽하게 소화하려면 교양 교육이나 인문학 교육도 모두 포기하고 그 시간에 기술 교육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업연한을 최소 2~3년 연장하여야 한다.

고등교육기관은 각자 역할이 있고 그 역할에 맞도록 설계됐다. 전문대는 단기 전문인 양성을 위해 설계된 것이다. 불황기 에는 교육 소비자의 전문대 선호도가 4년제 대학보다 훨씬 더 높다. 수업연한 다양화의 대상이 되는 수도권 전문대학 수는 37개이고 관련 입학 정원을 합치면 1만295명 정도다. 그러면 입학 정원 1000명인 중형 4년제 대학이 10개 이상 수도권에 등장하게 될 것이다. 지방대와 지방전문대의 붕괴는 명백하다. 전문대의 수업연한 다양화 논의는 중지되어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