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제도

교육 문제는 지방에 맡겨라

최만섭 2016. 9. 30. 06:32

 교육 문제는 지방에 맡겨라

  •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입력 : 2016.09.30 03:14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교육부 고위 공무원에게 사설학원 입시설명회에 가본 적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한 번도 그런 자리에는 가본 적 없다"고 했다. 대단하다고 감탄했더니 "제 처가 부지런히 찾아다녔지요"라고 했다. 고등학교의 진학 담당 교사조차도 학원 입시설명회를 다녀야 하는 실정이다. 교육 관료주의가 빚은 결과이다.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의 하급기관인 교육지원청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 전국 176개의 교육지원청 중에서 인구 규모로 3만명, 학생 기준으로 3000명 이하인 지역은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2017년 8월까지 시범사업을 실시한 후에 전국적으로 확대한다고 했다. 해당 지역 교육청과 지방의회, 교육 단체 등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교육지원청은 시·도교육청의 하급기관이므로 그 존폐도 해당 지방에서 자치적으로 결정할 문제이다. 교육부에서 획일적인 기준을 설정해 강행하는 것은 교육 자치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다. 지역의 면적이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인구만을 기준으로 획일적으로 통폐합하려는 것은 반자치적인 관료주의에 기초한 토목적 발상이다.

교육 문제에는 하나의 정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역 특성에 따라, 학생의 소질과 관심에 따라 다른 처방이 요구된다. 그래서 교육은 다양성과 자율성을 본질로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지방마다 교육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하라고 교육 자치를 실시한다.

독일이나 스위스에서는 중앙정부에 교육부가 없다. 중앙정부는 교육에 관한 법률 제정권도 없다. 주(州) 정부가 교육법을 제정하여 교육정책을 결정한다. 주마다 교육법이 다르고, 교육 행정과 학교 운영 방식과 교과 내용도 다양하다. 전국적인 통일이 필요한 사항은 주 교육부장관들이 협의해 결정한다. 교육 행정은 주민이 수백 명 내지 수천 명인 기초지방정부가 자치적으로 수행한다. 우리의 교육 문제는 교육부가 지역 실정에 맞지도 않는 교육정책을 일방적으로 결정해 전국에 획일적으로 강행하는 교육 관료주의에 그 근본 원인이 있다.

교육 자치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일상적인 생활공간인 동네를 자치구역으로 해야 한다. 그래야 주민들의 생생한 생활 경험과 다양한 아이디어가 교육 행정에 반영될 수 있고 동네가 살아있는 교과서가 될 수 있다. 현재처럼 시·도 단위로 교육 자치를 하는 경우에 주민은 관리 대상인 소비자로 전락하게 되고, 학교는 주민으로부터 유리돼 직업관료들에 의해서 획일적으로 규격화된 교육 제품 생산공장으로 전락한다. 이런 교육은 어느 지방에도 맞지 않게 된다.

대한민국을 제외한 모든 OECD 국가는 기초지방자치 수준에서 교육 자치를 실시하여 주민들이 학교 문제를 자치적으로 결정하고 그 비용을 부담한다.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하고 창조적인 교육을 위해서는 교육지원청을 통폐합해 교육 관료주의를 강화할 게 아니라 226개 시·군·자치구마다 교육행정기관을 설치하고 주민 스스로 지방교육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초중등교육은 시·군·자치구 단위의 교육 자치에 맡기고, 시·도는 특수학교와 같은 광역적인 교육정책을 수행하도록 개편이 필요하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