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제도

[고전 이야기] "인간의 삶은 끊임없는 기다림과도 같아"

최만섭 2016. 7. 14. 05:42

[고전 이야기] "인간의 삶은 끊임없는 기다림과도 같아"

입력 : 2016.07.14 03:11

고도(Godot)를 기다리며

작가 사뮈엘 베케트.
▲ 작가 사뮈엘 베케트. /위키디피아
어린이 여러분은 '기다림'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기다림은 지루하고 따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드나요? 지난여름 가족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을 기다리며 설렜던 순간이 생각났을 수도 있겠네요. 회사에 간 엄마·아빠가 집에 돌아오길 기다리며 읽었던 책이 생각난 친구도 있을 거예요.

오늘은 '기다림'이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을 소개할까 해요. 바로 아일랜드 출신의 프랑스 작가 사뮈엘 베케트(Samuel Beckett·1906~1989·사진)가 쓴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예요. '인간의 삶은 끝없는 기다림과 같다'는 메시지를 담은 이 작품으로 베케트는 1969년도에 노벨 문학상을 받았답니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어요.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시골길에서 만난 블라디미르(Vladimir)와 에스트라공(Estragon)은 아무런 맥락 없이 '고도(Godot)'라는 인물을 기다리며 수다를 떨어요. 고도를 기다리며 이어지는 둘의 대화 사이사이에는 이따금씩 긴 침묵이 흐르지요. 이 연극을 보는 관객 중에서는 이 침묵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거예요.

그렇게 하루가 끝나갈 무렵 한 소년이 두 사람에게 다가가 '오늘 고도는 오지 않는다. 하지만 내일은 반드시 올 것'이라고 알려 주지요. 떠나야 하는 시간이 되었지만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두 주인공을 무대 위에 내버려 둔 채로 1부는 막을 내립니다. 2부에서도 두 주인공은 같은 장소에서 같은 행동을 반복하며 고도를 기다려요. 다만 두 사람의 대화를 들어보면 1부와 2부 사이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흘렀음을 알 수 있어요.

"이 모든 혼돈 속에서도 단 하나 확실한 게 있지. 그건 우리가 고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거야."

[고전 이야기]
▲ /그림=이병익
"확실한 건 이런 상황에선 시간이 길다는 거야. 그리고 그 긴 시간 동안 우린 온갖 짓거리를 해가며 그 시간을 메울 수밖에 없다는 것도 확실해. (중략) 하지만 난 가끔 이런 생각을 해. 이미 우리의 이성(理性)은 한없이 깊고 영원한 어둠 속을 방황하고 있는 게 아닐까. 너 내 말 알아듣겠냐?"

해가 저물고 2부가 끝날 무렵, 다시 소년이 등장해 '오늘 고도는 오지 않는다. 하지만 내일은 반드시 올 것'이라는 전갈을 남기고 사라져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그 자리를 뜨지 못하고 뻘쭘하게 선 채 연극은 무심하게 막을 내립니다.

두 주인공이 간절히 기다리는 고도는 대체 누구일까요? 'Godot'라는 이름 때문에 많은 사람이 고도가 신(God)이 아니냐고 추측하기도 했지만, 사뮈엘 베케트는 "이 작품에서 신을 찾지 말라. 고도가 누구이며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더라면 작품 속에 썼을 것"이라고 말했어요. 어쩌면 베케트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 것일 수도 있어요. "당신의 고도는 무엇인가. 당신은 기다림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시간을 보내며 무언가를 기다릴 때 느끼는 막막함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감정이에요. 이 작품은 1953년 연극으로 처음 공연된 이래 뉴욕과 런던의 유명 극장에서 현재까지도 꾸준히 무대에 올려지고 있어요. 여러분이 기다리는 고도는 무엇인가요? 그 고도를 기다리면서 무엇을 하려고 하나요? 언젠가 친구들과 '고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세요. 마치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된 것처럼 말이죠.


박경진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선임연구원 |
기획·구성=김지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