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제도

[朝鮮칼럼 The Column] 무너진 공교육을 어떻게 하나

최만섭 2016. 4. 25. 20:50

[朝鮮칼럼 The Column] 무너진 공교육을 어떻게 하나

손녀 키우며 '과외지옥' 절감… 대학 갈 때까지 12년 고통
대치동엔 전세사는 '대전 사람' 과외생 기숙사까지 넘쳐나
새 국회는 공교육 재건 위한 활발한 공론의 장이 됐으면

강만수 前 기획재정부장관 사진
강만수 前 기획재정부장관
지난 총선은 갈등과 분열과 막말이 난무한 가운데 공약은 빛을 잃은 선거였다. 드물게 떠오른 '양적 완화'와 '삼성 미래 자동차'도 별로 관심을 끌지 못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백척간두에 서 있는 안보와 수출과 청년 취업에 빨간불이 켜진 경제는 논의조차 되지 못했고 가장 절박한 민생의 하나인 사교육 문제는 관심 밖이었다. 새로 구성되는 국회에서는 사교육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竿-백척간두- 일백 백, 힘쓸 맥  자 척 竿 낚싯대 간  머리 두:

백 자나 되는 높은 장대 위에 올라섰다는 뜻으로,  위태()로움이 극도()에 달함 


나는 딸이 남기고 간 손녀를 키우면서 무너진 공교육의 많은 문제를 겪고 있다. 새 학년이 시작되면 학부모는 사교육에 대한 여러 가지 선택을 해야 한다. 어느 과목은 학원과외에 보내고 어느 과목은 방문 교습으로 할지, 학원은 어디로 보내고 교습지는 무엇으로 할지, 비용은 얼마나 들어가는지.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학교 공부를 충실히 하면서 학교에서 마련한 줄넘기·컴퓨터·한자 등 방과 후 수업만 하고 학원에는 보내지 않았다. 학원에서 가르치는 선행 학습은 필요하지 않고 반칙이라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지내다 보니 학력 격차가 크게 벌어졌고 더 큰 문제는 혼자만 학원에 안 가니 친구가 없어진다는 것이었다. 4학년이 되어서는 담임선생님의 권고에 따라 하는 수 없이 학원에 보냈다. 심한 학력 격차에 의해 학교 정상 수업이 어렵고 학원에 가지 않으면 '왕따'가 된다는 이유였다. 영어와 수학은 등급 시험을 쳐서 동급생보다 낮은 단계의 과외 학원에 보내고 국어와 역사는 학습지로 방문 교습을 하게 되었다. 동급생들은 대부분 6학년 과정을 듣고 있었고 '특목고'를 가려는 친구는 3년을 앞서 중1 과정을 듣는 경우도 있었다.

학원에 나가고서 학교 숙제에 학원 숙제까지 밤낮도 주말도 없이 해야 했다. 휴가 가서도 숙제를 해야 하고 방학도 한 주일만 쉬고 학원에 나가야 했다. 내 자녀를 미국에서 공부시킬 때 사교육이라고는 알지도 못했다. 학원가가 몰려 있는 서울 대치동은 오후부터 학생을 실은 차가 몰리고 고등학생의 과외가 끝나는 밤 10시 전후에는 때아닌 러시아워가 된다. 자녀의 과외를 위해 대치동에 전세 온 '대전 사람'이 가득하고 지방이나 멀리 있는 학생을 위해 과외생 기숙사가 생기더니 언제부터인가 여학생 전용 기숙사까지 생겼다. 1980년대 아파트를 개발할 때 외곽이었던 대치동에 이사 올 때는 이런 동네가 될 줄 몰랐다.

대학에 갈 때까지 불안한 '블라인드 게임'을 해야 하니 길게는 12년간 과외 지옥을 피할 수 없다. 중학교부터 입시가 있던 과거보다 고통이 더 길어졌다. 좋은 대학에 보내려면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 할아버지의 경제력이 필수라는 말이 유행이다. 입시 지옥을 피하려 만든 평준화는 더 가혹한 과외 지옥을 만들었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또 어디에 있을까. 우리가 본받은 일본은 교육 경쟁력을 강화하고 노벨상 수상자를 더 많이 배출할 수 있는 교육 여건을 만들기 위해 문부성과 도쿄대학을 없애야 한다는 논의까지 나온 끝에 40여년 시행해 왔던 평준화를 10여년 전 폐지했다.

나는 지지난번 대통령 선거 때 선거 공약 작성에 참여하면서 평준화에 대해 교육 전문가들로부터 많은 의견을 들었다. 평준화가 사교육 번성과 함께 공교육의 하향 평준화를 초래했고 저소득층 자녀에게 불리한 제도라는 견해가 많았다. 평준화 폐지에 대해 반대가 많은 현실의 벽을 넘을 수 없어 대안으로 자율형 사립고, 기숙형 공립고, 마이스터고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채택했다. 이것도 지금은 흐지부지하게 되고 있다.

1949년 처음 제정된 교육법은 선진국을 모델로 하여 교육 자치와 대학 자치가 보장됐다. 그 후 입시 지옥을 해결하기 위해 1969년 중학교 입시가 폐지됐고 1974년 고교 입시도 폐지되어 50년이 흘렀다. 1995년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됐지만 지방자치의 핵심인 교육 자치가 빠졌다. 기본권의 하나인 학문의 자유도, 그 제도적 장치인 대학 자치가 학생 선발부터 간섭당하고 있다.

교육은 나라보다 부모가 더 걱정한다. 시대 상황이 왜곡한 평준화는 재검토해야 하고 교육 자치는 회복되어야 한다. 선진국은 사립학교가 자율화돼 있고 중학교부터 입시도 있어 다 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평준화 여부는 학부모의 선택에 맡기고 대학 입시는 엘리트 집단인 대학에 맡기자. 고교까지 평준화한다고 대학과 취업까지 평준화할 수 없지 않은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과외 지옥은 입시 지옥보다 가혹하고 부담도 크다. 서민에게 더 불리하고 정의롭지도 못하다. 새 국회가 공교육을 재건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되기를 학부모로서 간절히 바란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