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제도

책·신문 같이 읽으면… 수능 국·영·수 최대 34점 높아

최만섭 2016. 4. 7. 20:33

책·신문 같이 읽으면… 수능 국·영·수 최대 34점 높아

[창간 96 특집 / 읽기 혁명]

중3·고3 추적 조사해보니… "신문 읽기가 수능 성적 향상시켜"

세화여고, 수업前 칼럼 읽고 작문… 모의고사 국어 1등급 3.4%p 올라
경희여중, 11년째 신문 활용 수업… 국·영·수 '기초학력 미달' 1%이하
학원·과외 없이 명문대 진학 등 신문 읽기가 '대입 사다리' 역할도

"신문을 읽는 것은 수백만톤의 금을 캐는 것보다 귀하다" ㅡ미국 노예 폐지 운동가 헨리 워드 비처

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희여중 2학년 4반 국어 시간.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30명의 학생들이 책상 위에 일제히 신문을 펼쳤다. 1면 헤드라인부터 순서대로 읽어 나가는 학생, 자신이 관심 있는 스포츠면부터 펼치는 학생, 뒷면 사설을 형광펜으로 줄 쳐가며 읽는 학생….

국어 과목 강용철 교사가 "신문에서 내 삶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되는 기사를 하나씩 골라보라"고 주문하자, 박예담(14)양은 정치면의 '1발만 쐈다던 북한 미사일, 알고 보니 3발'이라는 기사를 골랐다. 박양은 "꿈이 군인이라 국방이나 외교 기사에 눈길이 간다"고 했다.

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희여중 2학년 국어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신문을 읽고 있다.
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희여중 2학년 국어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신문을 읽고 있다. 학생들은 각자 20분간 신문을 읽은 뒤‘나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기사’를 하나씩 골라 토론했다. /박상훈 기자
경희여중은 2005년부터 교과 수업에 신문을 활용하고 있다. 처음에는 논술·신문 동아리 학생들만 대상이었지만, 학생들 공부 습관과 발표력에 도움이 되자 2010년부터 국어·사회 등 정규 수업 때 신문을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층간 소음으로 아파트 이웃끼리 갈등을 겪는 단편소설 '소음 공해'를 공부할 때, '쌓인 눈 치우다 이웃 간 주먹다짐'이란 신문 기사를 먼저 보여주고 해결 방안에 대해 토론하는 식이다.

◇세화여고·경희여중 신문 교육 효과

청소년 사이 스마트폰 등을 통한 정보 유통이 유행이지만, 신문 읽기가 학생의 사고력과 학력을 끌어올리는 동력(動力)이라는 것을 잘 아는 학교들은 일찍부터 '신문 읽기' 교육을 하고 있다.

서울 세화여고는 1998년부터 '아침 신문 읽기' 프로그램을 진행해오고 있다. 이 학교 1·2학년 학생 약 800여명은 정규 수업이 시작되기 전 30분간 모두 신문을 읽는다. '그 시간에 영어 단어나 외우지 무슨 신문 읽기냐'라던 학생과 학부모들의 볼멘소리는 신문 칼럼을 요약하고 이를 활용한 글쓰기를 하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신문 구독 여부에 따른 수능 점수 차이 외
원유신 세화여고 교장은 "신문을 읽으면 학생들의 독해력은 물론 논리력, 사고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며 "자신의 진로에 맞춰 기사를 찾아 읽기 때문에 대학입시는 물론 앞으로 내가 무슨 일을 하며 살아갈지에 대해 도움도 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세화여고 3학년 학생들이 본 모의고사 국어영역 1등급 비율은 30.6%로, 2년 전 이 학생들이 1학년 때 본 모의고사 1등급 비율(27.2%)보다 3.4%포인트 올랐다.

11년째 신문 활용 수업을 진행 중인 경희여중은 낙오 학생이 없는 학교로 유명하다. 매년 치르는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경희여중의 국어·영어·수학 과목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0~1%대로, 서울 중3 평균(4.3%)보다 훨씬 낮다.

◇신문 읽기의 사다리 효과

'신문 읽기'를 통해 사교육 없이 명문대에 진학한 경우도 적지 않다. 연세대 2학년인 장두원(23)씨는 어머니 송재연씨가 홀로 생계를 꾸려 학창 시절 사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지만, 고교 시절 내내 내신 1등급을 놓치지 않았다. 장씨는 "어머니가 아침에 일을 나가시면서 좋았던 신문 기사를 오려 냉장고나 벽에 붙여주셨다"며 "매일 신문 칼럼을 읽고 내 생각을 요약하는 습관을 들였더니 스스로 공부하는 힘,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신문 읽기'는 부모 학력이나 소득이 낮은 학생의 학력 증진에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직능원이 2004년 당시 중학교 3학년 학생 2000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부모 학력이 고졸 이하인 학생 중 신문을 구독하는 학생의 수능 성적은 비구독 학생보다 전 과목에서 높았다. 가구 월 소득이 중산층(월 200만~400만원)인 학생 중 신문을 구독하는 학생의 수능 성적도 비구독 학생보다 모든 과목에서 높았다.

일부 학력·소득 구간에서는 신문 읽기의 '사다리 현상'도 나타났다. 예컨대 어머니 학력이 고졸 이하면서 신문을 구독하는 학생의 수능 성적(수학)은 대졸 어머니 밑에서 신문을 구독하지 않는 학생보다 0.21등급(표준점수 환산 2점) 높았다.

채창균 직능원 선임 연구위원은 "어려서부터 신문과 책을 동시에 꾸준히 읽은 학생의 수능 성적(국·영·수 총합)이 책만 읽은 학생보다 최대 34점 높았다"며 "자녀에게 책과 신문을 꾸준히 읽도록 하는 것이 사교육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