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지능론' 창시한 교육계 스타, 하워드 가드너 하버드대 교수]
"'공부하라' 다그치면서 부모가 TV 보면, 아이는 헷갈려
기회의 문을 열어놓고 뭔가에 몰두할 환경 조성하라"
'지능이란 무엇인가' 번역 출간
미국 보스턴에서 만난 하워드 가드너(73) 미국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되라'고 강요하면서, 자신은 걸맞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집에서 '공부하라'고 다그치면서 부모는 TV나 휴대폰만 쳐다보면 아이는 헷갈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드너 교수는 다중지능(Multiple Intelligence) 이론의 창시자이자 세계적인 석학이다.
그는 "한국의 교육열은 존중한다. 하지만 아이들을 들볶는(whip) 경향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한다고 천재가 되진 않아요. 천재는 호기심이 넘쳐 스스로 배움에 대한 격렬한 불길(rage)에 사로잡힙니다. 질문을 많이 하고 다양한 세상을 보여주세요. 부모의 사고체계를 뛰어넘는 신비한 경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창의력에 대해 요즘 전 열 달 된 손녀한테 배우는 걸요."
그는 동양계 아이와 함께 있는 사진을 지갑에서 꺼내 보이더니 "며느리가 한국 사람"이라며 웃었다. "저희 애들에게도 항상 하는 말인데요. 아이들은 절대 부모의 말을 듣지 않아요. 대신 부모의 행동을 그대로 보고 따라 하죠. 책을 읽는 부모 밑에선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밖에 없습니다."
가드너 교수는 기회의 문을 열어놓고, 무언가에 몰두(engage)할 환경을 조성하라고 강조했다. "몰두하게 되면 사랑에 빠지게 되고, 미래에 대해 흥미진진하게 탐구합니다. 그게 없다면, 아이들은 휴대폰이나 만지작거리며 남들이 뭐하고 놀고 있나 쳐다보게 되는 거죠."
그는 "지적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반드시 옳은 행위를 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이제는 바르고, 선하며 윤리적으로 사회에 실현하는 행동력이 제시돼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몰입(Flow)' 이론으로 유명한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와 발달심리학 권위자인 윌리엄 데이먼 교수와 함께 1990년대 중반부터 '굿 프로젝트' 활동을 하면서 리더십과 사회 변화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중시되는 3M(Market, Money, Me) 대신 3E(Excellence, Engagement, Ethics·뛰어남, 사회적 참여, 윤리)를 제시하는 것이다.
그는 "좋은 리더란 나와 다른 지능과 성향을 갖춘 이를 포용하고 함께 성장하는 장을 만들어준다"며 "자신이 무얼 알고 모르는지 파악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를 보세요. 굉장히 위험한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자기가 아는 게 최고라고 자만하기 때문이죠. 세상엔 그런 사람 천지이긴 해요. 도로만 나가봐도 알잖아요! 하지만 나라를 운전하는 건 다른 문제죠. 독선과 권력이 맞물리면
☞하워드 가드너
하워드 가드너 교수는 인지 이론과 발달 심리, 창조성과 리더십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존 듀이 이후 최고의 교육학 이론가로 꼽힌다. ‘인간은 어떻게 배우는가’ ‘다중지능: 인간 지능의 새로운 이해’ 등 20여권이 넘는 책을 썼다.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가 꼽은 가장 영향력 있는 사회참여 지식인 100명에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