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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폭력 시위대의 對美 사대주의

최만섭 2015. 11. 23. 09:06
  • [특파원 리포트] 폭력 시위대의 對美 사대주의

입력 : 2015.11.23 03:00

윤정호 워싱턴 특파원
윤정호 워싱턴 특파원
저 멀리서 보이기만 해도 가슴이 철렁한다. 뭘 잘못한 게 아닌지 지레 겁부터 난다. 안전벨트는 맸는지, 규정 속도는 지키는지 다시 한 번 챙기게 된다. 미국에서 제일 무섭다는 교통경찰 이야기다. 혼자만 그런가 했는데, 다들 마찬가지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식은땀이 난다는 사람도 있다. 굴욕담(談)도 쏟아진다. "대들었더니 바로 밖으로 나오라더니 가슴을 땅바닥에 대게 하더라" "순식간에 사방에서 총을 들고 떼로 나타나더라"…. 반면 공손하게 조용히 "예 써(Yes, sir)"라고 하자 가중처벌금 200달러를 빼주고, 법원 출두를 면해주더라는 증언도 있다. 경찰관 재량이 상대적으로 크고, 그의 한마디가 사실상의 증거로 인정되기 때문에 운전자는 완벽한 '을(乙)'일 수밖에 없다. 교통경찰만 해도 이렇게 겁나는데, 다른 경찰은 말할 것도 없다. 과잉 대응이나 편견 등이 문제가 되곤 하지만, 경찰로 상징되는 공권력은 거의 절대적이다. 한 미국인 친구는 "미국이 자유국가라지만, 사실상 경찰국가"라고 할 정도다.

밤에 백악관 앞을 지나다 낭패를 당할 뻔했다. 인도에서 차도로 내려서는 순간, 불빛이 쏟아지며, "올라가라"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렸다. 통제구역을 침범한 데 대한 경고였다. 물론, 백악관 앞에는 피켓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경찰과 이야기도 나눈다. 하지만 정해진 곳을 벗어나면 끔찍한 일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 시위의 자유는 보장하지만, 정해진 룰을 깨면 반드시 책임을 지게 한다.

최근 광화문 시위를 놓고 경찰의 과잉진압이 문제니, 불법시위대의 폭력이 문제니 말들이 많다. 미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답은 하나다. 어떤 경우든 경찰을 해코지하면 잔인할 정도로 응징을 당한다. 버스 위의 경찰을 떨어뜨리려고 사다리를 던지는 행위는 살인죄로 다룰 수도 있다. 미국에서도 과격시위를 하고, 보도블록도 던진다. 이를 놓고 언론들은 시위라고 하지 않는다. '폭동'으로 표현한다. 정부는 군을 동원한다. 백인 경관의 총격으로 흑인 청년이 사망해서 빚어진 '퍼거슨 사태'가 대표적이다. 일종의 계엄령이다. 우리 같으면 무슨 5공 때로 돌아가느냐며 난리가 날 것이다. 민주국가의 상징이라는 미국에서는 오히려 문제 되지 않았다.

과거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를 보면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수천 명의 시위대 속을 경찰이 비무장으로 누비며 하나둘씩 체포하는 장면이었다. 시위하던 청년 몇 명이 경찰 면전에서 소리 질렀다. 그러나 누구도 잡혀가는 동료를 구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공권력에 대한 '복종'을 교육받았기 때문이다. "우리 같으면" 하고 쓸데없는 자문(自問)을 해본 적이 있다.

외국에 나가면 제일 중요한 게 적응력이다. 다른 세상에서 힘들지 않게 살려면 최우선적으로 필요한 덕목이다. 대한민국의 '폭력 시위대 '는 이 분야에서는 최고인 듯하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잘 따른다. '한국식 데모'를 한두 번 선보였다가 엄중하게 처벌받자, 현지 경찰이 시키는 대로 한다. 미국 경찰과 한국 경찰이 뭐가 다른 모양이다. 걸핏하면 정부를 향해 미국 편만 드는 '사대주의' 외교를 한다고 비난하던 이들이다. 물 건너가면 '순둥이'로 돌변하는 행태야말로 대표적인 사대주의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