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노조

[기고] 대한민국, 싸우느라 낭비할 시간이 없다

최만섭 2015. 12. 3. 09:45

[기고] 대한민국, 싸우느라 낭비할 시간이 없다

  • 문흥렬 HB코퍼레이션 회장-입력 : 2015.12.03 03:00

문흥렬 HB코퍼레이션 회장 사진
문흥렬 HB코퍼레이션 회장

대한민국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인이자 나라 걱정에 잠 못 드는 한 국민으로서 쓴다. 지난달 14일 있었던 광화문 집회에 참가한 이들에게 한 말씀 드리고 싶다. 어떠한 경우에도 폴리스 라인을 넘는 불법과 폭력 시위는 용인되어선 안 된다. 폴리스 라인을 넘는 순간 엄정한 공권력이 집행된다는 미국 사례를 재론할 것도 없다. 공권력에 대한 존중과 확고한 원칙주의야말로 생각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른 이들이 공존하기 위해 지켜야 할 민주사회의 기본 틀이다.

업무상 만나는 외국 바이어들은 첨단 IT 국가 한국의 폭력 시위를 보며 놀라워한다. 그럴 때면 낯이 뜨거워진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경찰이 과잉 진압을 했다며 폭력 시위를 두둔하는 이들이다. 국민은 자기 의사를 표현하고 주장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쇠파이프가 등장해서는 안 된다. 시위는 합법적이고 평화적이어야 한다. 이번 광화문 시위로 수사 대상에 오른 시위대가 250명에 달하고, 폭력 시위자의 74%가 복면이나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고 한다. 복면금지법이 '국민 주권 침해'라고 반대하지만, 법의 테두리 안에서 시위하면 온종일 얼굴 드러내도 사법 처리 대상으로 고려조차 되지 않는다. 폭력을 휘두르려니까 복면이 필요한 것이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피신 중인 조계종에도 유감이다. 천주교는 '지금은 민주화 운동 시대가 아니다'며 범법자를 배격하고 있다. 한 위원장을 보호하고 있는 조계종의 결정은 과연 부처님과 신자들의 뜻에 맞는가. 이렇게 불법과 폭력을 용인하면서 어떻게 국민의 공감을 바라겠는가.

5일로 예정된 제2차 궐기 대회를 걱정하는 이는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광화문이 또다시 쇠파이프와 폭력 시위로 얼룩진다면 대한민국의 국격은 땅바닥으로 곤두박질하고 말 것이다. 시위에 참가하는 이들은 평화 집회를 열어 그 집회장을 소통의 장으로 승화할 방법을, 조계종은 종교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국민 통합과 화합에 보탬이 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 정부에도 고언을 올린다. 경제 살리기가 한시가 급한데 주요 법안들은 몇 달째 통과될 기미가 안 보인다. 꽉 막힌 국회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대통령도 안타까워한다. 그래서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오바마 대통령은 철학이 있고, 영향력 있는 여야 의원들을 열몇 명씩 불러 조찬을 하곤 한다. 그들의 손을 꼭 잡으며, 건강보험 개혁 등 첨예하게 대립한 사안에 대해 협조를 부탁한다. 대통령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일이라고 납득시킨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렇게 설득하고 소통하면서 반대가 많았던 정책을 관철해 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 의원들과 가벼운 조찬 모임을 했다는 뉴스를 들은 기억이 없다. 메뉴가 중요하겠는가. 청와대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 대통령이 그렇게 몸을 낮추었는데 의원들이 꿈쩍도 안 한다면 우리 국민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엄중한 국민 여론이 무서워서라도 국회도 제 할 일을 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갈 길이 멀다. 싸우면서 낭비할 시간이 없다. 집회 참가자와 조계종, 청와대와 정부가 국익을 위해 깊이 고뇌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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