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1.19 03:00
[은신 사흘째 한상균, 조계종에 신변보호·중재 요청]
"갈곳 없다, 넓은 자비심을" 폭력시위 향한 국민 비난, 노사분쟁으로 돌리려는 듯
곤혹 조계종 "신중히 처리"… 화쟁위 "오늘 2시에 논의"
지난 14일 서울 도심 폭력 시위를 주도하고 종로구 조계사(曹溪寺)에서 사흘째 은신 중인 한상균(53) 민노총 위원장이 18일 조계종에 신변 보호를 공식 요청했다. 그는 "현 시국 문제에 대해 조계종이 중재에 나서달라"고도 했다.
◇한상균, "사회적 약자 보듬어 온 조계종이 저희를 보듬어 달라"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조계사 부주지 원명 스님, 이세용 종무실장 등을 만나 "민노총은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가장 고통받는 노동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저(한 위원장)는 지금 당장 갈 곳이 없는 상태가 되었다"면서 "고통받는 중생과 함께하며 보듬어 오신 부처님의 넓은 자비심으로 저희를 보듬어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약자 문제에 앞장서 온 조계종 화쟁위원회에 현 시국 문제에 대한 중재와 큰 도움을 요청한다"고 했다.
지난 4~5월 불법 시위를 벌인 혐의로 경찰의 수배를 받아온 한 위원장은 지난 14일 서울 도심 폭력 시위 현장에 나타나 "나라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고 선동했다. 그는 "벌금이 무서워 투쟁하기 힘든 세상이다. 나부터 노역(勞役)을 살겠다"고도 했다. 그래놓고선 탄압받는 약자 흉내를 내며 종교계의 도움을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폭력 시위' 비난 여론 초점 흐리기
검찰과 경찰은 한 위원장의 이 같은 행태는 자신이 불법·폭력 시위를 주도한 것은 노사(勞使) 분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일이라는 식의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의도로 보고 있다. 약자를 대변하는 과정에서 나온 정당한 행위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 노동전문가는 "'대기업 기득권 노조'라는 비판을 들어온 민노총이 폭력 시위에 대한 비난 여론을 모면하기 위해 초점을 노사 분쟁 문제로 돌리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2013년 철도 파업을 주도해 경찰의 수배를 받다 조계사에 은신한 박태만 철도노조 부위원장이 조계종 화쟁위에 중재를 요청하자, 화쟁위가 코레일 측과 중재에 나선 적이 있다. 이때는 불교계는 물론 정치권까지 모두 나서서 노사 중재에 팔을 걷어붙인 상황이었다. 불법 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검경의 수배를 받고 있는 한 위원장의 경우는 철도 파업 때의 상황과 완전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조계사를 임시 '투쟁본부'로 삼아 12월 5일 2차 도심 시위를 기획하고 준비하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이런저런 전술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조계사에 은신하면서도 17일 민노총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고 18일엔 법보신문과 인터뷰를 하는 방식으로 12월 5일 도심 시위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외부에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