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노조

엄정하게 공정하게… "法不阿貴"-조선일보

최만섭 2015. 12. 3. 09:20
입력 : 2015.12.03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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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김수남 검찰총장 취임식… 법질서·원칙 10번 넘게 강조]
檢의 가장 중요한 임무, 법질서 확립하는 것… 폭력시위 용인 한도 넘어

기업인 수사 구분해야 - 회사 살리려는 사람과 탕진한 사람 엄연히 달라
중수부 부활? - 大檢이 수사할 필요 없어… 관리·감독 기능 잘하면 돼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찰총장 취임식에서 김수남 신임 검찰총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김 총장은 취임사에서 “법질서를 훼손하는 각종 범죄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며 “최근의 폭력 시위 행태는 용인의 한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찰총장 취임식에서 김수남 신임 검찰총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김 총장은 취임사에서 “법질서를 훼손하는 각종 범죄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며 “최근의 폭력 시위 행태는 용인의 한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김수남 검찰총장이 2일 취임식을 가졌다. 이날 오전 10시 검사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별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김 총장은 '법질서'를 강조했다. 그는 200자 원고지 22장 분량에 이르는 취임사를 직접 썼다고 한다. 그는 취임사에서 '법질서' '법과 원칙' '법치' 같은 말을 10번 넘게 반복했다. 취임식 이후 전국 검사장들과 가진 간담회, 국립현충원 참배 때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고 한다. 현충원 방명록에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뜻을 기려 법질서 확립에 신명을 바치겠다'고 썼다.

김 총장은 앞서 총장 후보자(대검 차장)이던 지난달 본지 기자와 만났다. '검찰의 가장 중요한 임무'를 묻자 그는 "법질서 확립이다. 법과 질서를 무시하는 불법 집단행동을 엄벌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2008년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광우병 촛불 시위' 이후 언론에 대한 광고 불매 협박 사건을 수사했던 일을 거론하면서 "지금처럼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사회에서 법질서를 무너뜨리는 집단행동은 어울리지도 않고,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사에서도 "아직도 많은 국민이 '법대로 하면 손해를 본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법에 의한 해결보다는 실력과 힘에 의한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며 "최근의 폭력 시위 행태는 용인(容認)의 한도를 넘어섰다. 불법과 폭력은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적(敵)"이라고 했다.

김 총장은 "총장 후보로 지명됐을 때 많은 지인이 편지와 이메일로 '공정한 검찰이 되어 달라'고 하더라"고 소개했다. 그는 "검사들에게 '겸손'을 주문할 것"이라며 "앞으로 검찰의 캐치프레이즈는 '원칙을 지키되 자세를 낮추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검찰의 원칙을 바로 세우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으로 법률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수사 협의 기구를 통해 검찰 내부 의견 대립을 해소하고 '정치 중립' 논란을 불식시키겠다는 구상도 공개했다.

김 총장은 또 "횡령·배임 등 기업인 수사에 있어서 정말 회사를 살리려고 자금을 빼돌린 사람과 흥청망청 탕진하려고 빼돌린 사람은 엄연히 다르다"며 "그런데도 검찰이 범죄 구성 요건만 맞춰 처벌에만 매달려 온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간 검찰의 기업 수사에 다소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출국 금지나 기소 중지를 해놓고 1년 넘게 소환 조사도 하지 않은 채 피의자를 불안하게 하는 일도 있었고, 압수 수색까지 해놓고도 수사 결과도 알려주지 않은 채 캐비닛에 처박아 놓는 경우도 있었다"며 "바로 이런 게 부당 수사"라고 했다.

김 총장은 취임사에서 중국 고전 한비자에 나오는 '법불아귀(法不阿貴·법은 신분이 귀한 사람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소개하며 "수사의 객관성·공정성은 검찰의 존재 이유이며 지켜야 할 절대 가치"라고 했다. 그는 이어 "헌법적 가치를 부정하는 세력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며 "공안 역량을 재정비하고, 체제 전복 세력이 더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원천 봉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본지와 만났을 때 '그동안 수사한 사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을 묻는 질문에 대해 "2013년 수원지검장 때 직접 지휘한 이석기 내란 음모 사건"이라며 "건국 이래 처음으로 정당 해산이라는 결과를 낳았고 종북 세력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려는 시도를 밝혀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김 총장은 검찰의 특별 수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대검 중앙수사부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는 "꼭 최고 검찰청(대검)이 직접 수사할 필요는 없다. 대검은 전국 검찰청의 관리·감독 기능을 잘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1987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김 총장은 3년간 판사를 하다 1990년 검사로 옮긴 특이한 경력을 가졌다. 그는 현 정권 들어 고검장 승진에서 한 차례 탈락했으나, '통진당 해산'을 이끈 이석기 사건을 수사하며 서울중앙지검장, 대검 차장을 거쳤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