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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식 칼럼] 野에 묻는다, 차벽 없으면 평화 시위되나

최만섭 2015. 11. 18. 13:56

[박두식 칼럼] 野에 묻는다, 차벽 없으면 평화 시위되나

차벽도 물대포도 야당이 처음 시작한 일
문재인 대표 등이 시위대 맨 앞줄에 서서 진짜 평화 시위 해보여라
그때는 국민이 차벽 치우라 할 것

박두식 부국장 겸 사회부장 사진
박두식 부국장 겸 사회부장

지난 주말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불법 시위는 19금(禁) 드라마였다. 도저히 가족과 함께 볼 수 없는 참담하고 끔찍한 장면이 이어졌다. 토요일 저녁 가족과 시위 현장 생중계방송을 보다가 TV 채널을 돌리거나 아예 아이들을 방으로 들여보냈다고 말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집회 관련 뉴스에 붙은 댓글 수천 건 중에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인 IS(이슬람국가)도 서울의 시위 장면을 보면 무서워서 한국에 들어오지 못할 것'이라는 내용도 있었다. 그날 밤만큼은 이 댓글이 결코 과장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날 시위대와 경찰의 공방은 차벽(車壁)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경찰 버스를 잇대어 성(城)을 쌓는 차벽은 다른 나라에선 보기 어려운 한국적 현상이다. 차벽은 '폴리스라인(사건 현장이나 집회 장소에 설치하는 경찰 저지선)'이 됐다. 요즘 폭력 시위는 차벽을 사이에 두고 공성전(攻城戰) 양상으로 진행된다. 쇠파이프와 돌·사다리·철제 새총이 등장하고, 밧줄로 묶어 버스를 끌어내고, 방화(放火) 또는 폭파 시도도 서슴지 않는다. 적어도 차벽을 둘러싼 시위는 집회·시위·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상 보장된 권리를 넘어선다. 그것은 살의(殺意) 가득한 전투 행위다.

야당과 좌파는 폭력 시위의 원인을 모두 차벽 탓으로 돌리고 있다. 평화 시위와 행진을 가로막는 차벽을 뚫기 위해 물리력을 쓸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차벽만 치운다면 평화 시위를 할 것이냐고 묻고 싶다. 야당도, 지난 주말 폭력 집회를 이끌었던 단체 53곳 대표들도 선뜻 '그렇다'고 약속하기 어려울 것이다. 처음부터 시위 목적이 자기들의 주장과 요구를 평화적 방법으로 외치는 데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차벽도 없고 경찰이 물대포도 쏘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김대중 정부는 집권 2년 차였던 1999년 '무(無)최루탄 선언'을 했다. 투석과 화염병, 이에 맞선 경찰의 최루탄 사용으로 시위 때마다 시가전(市街戰)이 벌어졌던 악순환을 끊겠다며 들고나온 게 경찰의 최루탄 사용 금지다. 집회 현장마다 여성 경찰로 폴리스라인을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평화 시위를 유도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 조치는 경찰과 전·의경(戰·義警) 부상자 수만 키웠을 뿐이다. 폭력 시위는 그대로인데 경찰만 무장해제한 꼴이 됐다.

1998년 166명이었던 경찰 부상자 수가 '무최루탄 선언'을 한 1999년에는 3배 가까운 484명으로 늘었다. 시위대는 무장하지 않은 여경(女警)에게도 폭력을 휘둘렀다. 무최루탄 선언 이후 죽창에 찔리고 돌에 맞고 쇠파이프에 두들겨 맞은 경찰관이 줄을 이었다. 경찰관 부상자 수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5년에는 893명이 시위 현장에서 이런 봉변을 당했다. 지금 야권이 집권했던 첫해인 1998년보다 경찰관 부상자가 7년 만에 거의 6배로 늘었던 것이다. 경찰이 차벽을 쌓고, 살수차(撒水車)에서 일명 물대포를 사용하게 된 것은 모두 노무현 정부 시절에 시작됐다. 경찰 피해 속출과 공권력 붕괴라는 비판 여론을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차벽과 물대포 사용 이후 경찰관 부상자는 급감했다. 광우병 시위대가 서울 도심을 몇 달간 장악했던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 경찰 부상자는 577명이었다. 2010년 이후로는 연간 경찰 부상자 수가 100명 이하인 해가 대부분이다. 지난 주말 시위로 경찰과 의경 113명이 다친 것은 최근 5년간 최다(最多) 피해다. 그만큼 이번 시위에서 작심하고 폭력을 행사했다는 뜻이다.

야당이 자신들 집권 시절에 벌어진 폭력 시위의 실상을 모를 리 없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누구보다 이 상황을 잘 알 것이다. 그 시절 문 대표가 직접 '폴리스라인 준수' 등을 요구하며 폭력 시위를 비판한 적도 있다. 그런데도 지난 주말 시위 이후 차벽과 물대포가 폭력 사태의 주범인 양 몰아가고 있다.

이런 야당에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야당 의원 전체가 오는 12월 5일로 예정된 서울 도심 집회에서 맨 앞줄에 서서 평화 시위를 이끌어 보라. 적어도 6개월만이라도 합법적으로 집회 신고를 한 장소와 차로(車路)를 준수하며 평화 시위 원칙을 지킨다면 국민도 이제는 볼썽사나운 차벽을 없애라고 호응하고 나설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나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반(反)정부 폭력 시위를 이끄는 주도 세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민노총과 전교조, 자칭 '진보' 운운하는 좌파 단체들이 무슨 일만 터지면 '총궐기'를 내세우며 앞장서고 있다. 야당은 자신들이 집권했을 때 이들에게서 온갖 봉변을 당하고서도 여전히 이런 세력을 '우군(友軍)'처럼 떠받들고 있다. 한국에서 폭력 시위의 악순환이 40년 가깝게 계속돼 온 것은 바로 야당과 폭력 시위 주도 단체들을 잇는 이해하기 힘든 연대(連帶) 때문이라 해도 달리 할 말이 없게 됐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