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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州, 2000년대 이후 범칙금 5배 인상… 정치인이 먼저 나서"

최만섭 2015. 11. 7. 11:10
  • "캘리포니아州, 2000년대 이후 범칙금 5배 인상… 정치인이 먼저 나서"

  • 김충령
    사회부 기자
    E-mail : chung@chosun.com

입력 : 2015.11.07 03:06

[지정차로 선진국을 가다] [2] 美 교통경찰 단속 르포

-LAPD 스미스 대변인
"美 교통질서 핵심은 벌금… 치안 강화할수록 표 얻어"

앤드루 스미스

미국에서 교통질서를 잡는 핵심 대책 중 하나가 교통 법규 위반자에게 가혹할 정도의 벌금을 매기는 것이다. 로스앤젤레스 경찰국(LAPD) 앤드루 스미스(Smith·사진) 대변인은 '교통사고를 줄이는 미국의 해법을 하나 소개해달라'는 질문에 "교통 범칙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의 교통 범칙금은 동일한 위반이라고 하더라도 교통법원의 판단에 따라 벌금액에 차이가 난다. 영업용 화물차가 지정차로를 위반해 왼쪽 차로로 달리다 적발되면 대개 500달러 안팎의 기본 범칙금이 부과된다. 여기에 덧붙여 법원과 주(州) 정부, 카운티(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각종 수수료를 위반자에게 물린다. 또 유전자 정보 파악비, 사고 희생자나 목격자 보조금, 경관 교육 훈련비 명목 등으로 추가 부담이 위반자에게 매겨진다. 이런 돈을 모두 합하면 기본 범칙금의 5배 이상이 된다. 이 돈을 내지 않으면 구류(拘留)에 처해진다.

LAPD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2000년대 이후 교통 범칙금이 5배 이상 인상됐다. 스미스 대변인은 "높은 범칙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정치인·시민단체는 찾아볼 수 없다"며 "미국 정치인들은 '사고와 범죄 예방에 미온적이다'는 인상을 받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히려 LAPD는 단속을 강화할 때 정치인들의 도움을 받는다. 의원들은 자기 지역구의 치안 강화를 치적(治績)으로 내세워 유권자의 지지를 얻으려 한다. 스미스 대변인은 "저소득층에겐 교통 범칙금이 과도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지만 도로는 결코 혼자만을 위한 곳이 아니다"며 "모든 이용자가 사고 없이 안전하게 도로를 달릴 수 있도록 높은 범칙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한국의 일부 국회의원은 지난 2일 "정권이 경찰을 앞세워 서민의 호주머니를 터는 데 급급하고 있다"며 '최근 1년 내에 도로교통법 위반을 한 적이 없는 국민은 해당 법규를 위반하더라도 1회에 한해 범칙금 등을 면제한다'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교통단속에 폭언? 美선 상상초월한 손해 각오해야"

입력 : 2015.11.07 03:00

[지정차로 선진국을 가다] [2·美]

우리와 달리 교통경찰 권한 막강 "그래야만 도로질서 유지된다"

"엑시트 더 프리웨이(Exit the freeway·고속도로 출구로 나가라)." 지난달 20일 오전 9시쯤(현지 시각)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405번 고속도로 샌타모니카 인근 구간에서 미국 캘리포니아 고속도로 순찰대(California Highway Patrol·이하 CHP)의 크리스 발도나도(Baldonado) 경관이 교통 법규를 위반한 현대 싼타페 차량을 발견하고 운전자에게 고속도로에서 당장 빠져나가라고 지시했다. 경찰차 확성기로 울려 퍼지는 발도나도 경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이면도로에 차를 세운 운전자는 운전대에 손을 올린 채 정면을 응시했다.

싼타페 운전자는 이날 운전 중에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운전자는 불안과 불쾌감이 뒤섞인 표정으로 발도나도 경관이 발부한 위반 고지서에 서명했다. 이 운전자는 캘리포니아 교통법원(Traffic court)의 결정에 따라 500달러에서 최대 1200달러(약 57만~136만원)의 범칙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그는 경찰관에게 어떤 항의도 하지 않았다.

본지 취재팀이 찾은 미 캘리포니아 5번, 110번, 405번 고속도로 단속 현장은 한국의 고속도로 단속 현장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지난 7월 본지가 한국 경찰의 지정차로 위반 단속에 동행했을 때 경찰관에게 심한 항의를 하거나 욕설을 내뱉는 운전자가 부지기수였다. 한국 경찰은 이들이 내뱉는 폭언을 감내할 뿐이었다. 그러나 미국 캘리포니아 경찰관은 서슬이 퍼렜다. 권총과 테이저건(전기충격기)으로 무장했고, 순찰차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엔 실탄 30발이 장전된 소총 2정이 거치돼 있었다. 발도나도 경관은 "단속에 대한 가벼운 항의는 받아주지만 그 선을 넘으면 상상을 초월하는 큰 손해를 보게 함으로써 도로 질서가 유지되는 나라가 미국"이라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