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뉴 소프트 스킬' 시대

최만섭 2015. 11. 1. 10:05

Weekly BIZ] 늑대보호 캠페인으로 소비자의 열광적 호응 얻은 '샹테카이'처럼… 이젠 '뉴 소프트 스킬' 시대

  • 김경민 이화여대 경영전문대학원장

  • 입력 : 2015.10.31 03:04

    최근 소비자들, 빈부 격차·환경오염 등 기업의 사회 가치 실현에 큰 관심
    비즈니스 리더는 이제 기업 이윤과 연결하는 방법 고민해야

    김경민 이화여대 경영전문대학원장
    ▲ 김경민 이화여대 경영전문대학원장
    비즈니스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뉴 하드 스킬'을 얘기하는 전문가가 많아졌다. '뉴 하드 스킬'이란 첨단 기술을 이해하고 기업 경영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최근 기업들이 새롭게 선보이는 상품이나 서비스는 대부분 기술 집약적이다. 차량 공유 업체 우버(Uber)나 집카(ZipCar)는 구매자와 판매자를 효율적으로 연결해 수익을 낸다. 여기에는 엄청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첨단 기술에 대한 이해가 기업 성패를 좌우하는 셈이다.

    다만 뉴 하드 스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잊기 쉬워진 것이 있다. '뉴 소프트 스킬'이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나 다른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능력, 조직원을 이끌 수 있는 능력 등을 '소프트 스킬'이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간 '뉴 소프트 스킬'은 내부 조직원과 소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와 소통하면서 사회 가치 실현에 앞장서는 능력을 말한다. 뉴 소프트 스킬 중에서도 특히 기업의 사회적 배려를 강조하고 싶다.

    세계 경제 위기 이후 자본주의의 폐해에 대한 거부감은 더 커졌다. 2011년 개봉했던 '마진 콜(Margin Call)'이라는 영화가 있다. 지난 2008년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렸던 금융 위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인데, 금융회사의 부도덕성으로 경영진은 살아남고, 돈을 투자했던 고객들은 큰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 줄거리다. 비슷한 이야기는 현실에도 있다.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로 위기에 처한 폴크스바겐이 대표적이다.

    최근의 소비자들은 기업의 사회 가치 실현에 과거보다 훨씬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빈부 격차, 저성장, 환경오염 같은 문제에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한다. 소비자들은 해당 기업이 만든 상품이 환경에 해가 되지는 않는지, 제3세계 어린이를 부려 만든 것은 아닌지, 동물에게 나쁜 항생제를 먹여 생산한 상품은 아닌지 꼼꼼히 따져보며 구매하고 있다. 과거와는 다른 경향이다.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는 것이 기업에 도움이 될까. 하버드대의 마이클 포터 교수와 컨설팅 회사 FSG 의 창업자 마크 크레이머가 지난 2011년 발표한 '공유 가치 실현(Creating Shared Value)' 논문에 따르면 기업이 경제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환경,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노력하면 기업 이윤은 오히려 증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신발 유통 전문점인 탐스 슈즈(Toms shoes)는 신발 한 켤레를 팔면 다른 한 켤레는 중남미의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성공을 거뒀다. 특히 젊은 소비자들에게 열광적 호응을 얻어냈다. 화장품 브랜드 샹테카이는 '늑대를 보호하자(Protect the Wolves)'는 이름의 한정판 제품을 내놓고, 판매 수익금 일부를 늑대 보호 기금에 기부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소비자들은 늑대의 얼굴이 새겨진 화장품을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통해 공유했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 실현이 기업의 이윤과 배치되기 때문에, 기업의 사회 공헌은 사후 성격을 띠는 기부 형태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는 종전 '사회적 책임' 개념을 벗어나지 못한 주장이다. 앞으로의 기업의 환경 및 사회적 가치 실현은 전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비즈니스 모델에 이 전략이 녹아있어야 한다는 것이 공유 가치 창출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경영자가 반드시 배우고 공감하고 실천해야 하는 것이 뉴 소프트 스킬, 즉 사회적 배려이다.

    비즈니스 리더라면 사회적 가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를 기업의 이윤 창출과 연결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가령 비즈니스 리더가 환경오염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고, 더 나아가 열정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전기차나 수소전지와 같은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가 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에서도 세상을 바꾸는 미래 지향적 혁신 기업이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