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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방산비리는 이적행위' 절박감 안 보이는 정부 대책

최만섭 2015. 10. 30. 09:16

[사설] '방산비리는 이적행위' 절박감 안 보이는 정부 대책

입력 : 2015.10.30 03:23

정부는 29일 방위 사업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주요 사업의 착수와 진행, 계약 체결 등 전 과정을 감시·감독하는 방위사업감독관을 방위사업청장 직속으로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방사청 퇴직 공무원과 무기 중개상 간의 유착을 막기 위해 퇴직자의 유관 업체 취업 제한 기간을 종전 3년에서 5년으로 늘리고, 무기 중개상 등록 및 수수료 신고 의무제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모두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것이 뿌리를 뽑을 대책이냐에 대해선 의문을 갖게 된다. 당장 방위사업감독관이 생기더라도 어차피 방사청 내부 조직이고 같은 식구인데 냉정한 평가와 감찰을 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가 터지면 그 해법을 조직 키우고 자리 늘리는 데서 찾는 관료 사회의 생리가 이번에도 되풀이되는 듯하다는 비판이다.

방위 사업 비리는 군(軍)과 방사청, 방산 업체, 무기 거래상 간의 뿌리 깊은 유착 구조에서 출발한다. 그 한가운데에는 같은 사관학교를 나왔다는 등의 학연과 지연, 근무 연줄 등으로 얽힌 군 인맥이 있다. 통영함 사건 등 대표적 방위 사업 비리는 예외 없이 이런 유착 구조에서 싹텄다. 업체 선정이나 가격 결정 과정에서 쉽게 기밀이 유출되고 아무렇지 않게 돈이 오가는 이유도 끼리끼리 유착한 구조 때문이다.

군 간부가 방사청 요직을 차지한 채 각 군의 요구나 업체의 이해를 반영해 폐쇄적으로 사업을 결정하는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 대부분 관리 책임자도 군 출신이고 실무자도 군 출신이다. 군 출신들이 사업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심지어 방사청에선 실무자 한 명이 관리하는 사업이 290건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외부와 차단된 가운데 너무나 크고 많은 사업이 결정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어떤 견제·감독 장치를 둘 것이냐가 관건이다. 방위사업감독관을 검사나 감사관 등 외부 민간인으로 뽑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더 근본적으로는 군 인맥 중심으로 이뤄지는 방위 사업 구조 전체를 점진적으로 문민화(文民化)할 필요가 있다. 군과 다른 시각을 갖고 군 인맥에서 자유로운 민간 군사·회계 전문가나 조달·재정 분야 공무원 출신을 영입·육성하는 방안이다. 단기적으로는 업무 효율성과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 기존 군 출신들이 조직적으로 저항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밀고 나가면 투명성을 높이고 예산 낭비와 비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특정 무기 분야의 연구 개발과 도입 업무는 민간에 맡기는 외주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무기 중개상 문제도 단순히 등록 및 수수료 신고 의무를 부과한다고 비리 커넥션이 해소되진 않는다. 단 한 번이라도 불법이 적발되면 모든 부당이득을 토해내고 다시는 여기에 발을 붙일 수 없게 만드는 실효적 처벌을 강구해야 한다.

방위 사업 비리가 연이어 터지자 인터넷에선 "이적 행위로 보고 사형하라"는 여론이 들끓었다. 물론 극단적 주장이다. 그러나 비리로 조달된 엉터리 무기는 유사시 우리 군인들을 죽이게 된다는 점에서 본질을 짚은 것이기도 하다. 정부의 대책엔 이적 행위와 벌이는 싸움이라는 절박감이 들어있지 않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