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 서거-2021.10.26

軍, 일 터지면 돈부터 타내 非理로 날리고… 책임은 나몰라라

최만섭 2015. 10. 30. 09:08

軍, 일 터지면 돈부터 타내 非理로 날리고… 책임은 나몰라라

입력 : 2015.10.30 03:00

무기도입·개발 不實… 이번엔 소해함, 637억 떼일 판
18조 KFX 사업도 이대로 가면 거대한 부실사업 가능성

北장사정포 타격 '번개사업', 6000억 날리고 新개발 착수
'명품' 홍보 K-11 복합소총 해마다 결함발견, 사용중지

방위사업청이 성능 미달 소해함(掃海艦) 기뢰 제거 장비를 고가(高價)에 구매하는 등으로 소해함 전력화 시기가 3년 이상 지연될 상황인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이 29일 발표한 해군 전력 증강사업 추진 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방사청은 기뢰를 제거하는 핵심 장비(소해장비)에 문제가 있는데도 납품 검사 없이 대금을 지불하거나 시험 성적서도 없이 납품을 인정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해함은 '바다의 지뢰'인 기뢰를 제거하는 함정인데, 그 핵심 장비를 엉터리로 구입한 것이다. 방사청은 소해함 계약 과정에서 미리 지급한 선금에 대한 보증서도 작성하지 않은 채 계약을 해지해 5500만달러(약 637억원)도 떼일 위기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무기 도입 부실 사례는 한두 건이 아니다. 군 당국은 연평도 도발 등으로 '기회'만 생기면 "이런 무기가 꼭 필요하다"면서 사업 소요를 제기하고 예산을 타낸다. 그러고 나서는 제대로 수행도 못 하고, 중간에 비리로 국민 세금까지 새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개발가능" 자신했다가 나 몰라라

군 당국은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이 일어나자 2011년 초 암호명 '번개사업'에 착수했다. 연평도에 포탄을 날린 북한 장사정포는 벙커와 갱도에 숨어 있는데 이를 파괴하기 위해선 사거리 100㎞의 정밀 탄도미사일이 필요하다면서 시작된 비밀 사업이었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성공을 자신했지만 3년 만에 개발을 사실상 포기하고 설계를 완전히 바꿔서 새로 개발에 착수했다. 총사업비가 6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방부는 비밀사업이라는 이유로 낭비된 예산 내역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리 군이 대표적인 국산 명품 무기라고 홍보했던 K-11 복합소총은 애물단지가 됐다. 방사청은 최첨단 미래 보병 무기를 만들겠다면서 미국도 개발을 포기한 복합소총 제작에 나섰다. 2009년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했다고 자랑했으나 거의 매년 결함이 발견돼 현재 사용 중지 상태다. 원래는 일정 거리를 날아가 공중에서 폭발해야 할 공중폭발탄이 발사도 되기 전에 폭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미 만들어 놓은 공중폭발탄 15만발 240억원어치를 폐기해야 할 상황이다. 방사청은 내년 말까지 개량하겠다고 했으나 성공을 장담하기 힘들다. 군 소식통은 "K-11 사업을 폐기할 경우 지금까지 투입된 수백억원의 예산 낭비 등에 대한 책임 문제가 불거질 것을 우려해 계속 끌고 가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산 명품 무기라 홍보했던 K-9 자주포도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때 6문 중 2문이 고장으로 작동하지 못했다.

실패해도 책임지는 사람 없어

무기나 기술을 해외에서 도입하는 사업도 주먹구구로 진행돼 실패한 사례가 적지 않다.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군은 서북 도서 지역에서 북한군 동향을 24시간 감시하겠다는 취지로 일종의 열기구인 전술비행선을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2013년 12월 시험 평가 도중 비행선이 추락했고 사업자를 바꿔 추진했지만 사업자가 지난 5월 사업을 포기했다.

군이 2006~2009년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 등에 대응해 이를 공중에서 요격하겠다며 1조원을 들여 독일에서 중고 패트리엇 PAC-2 미사일을 도입했다. 하지만 원래 항공기 격추용으로 개발됐던 PAC-2는 요격 성능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그러자 2014년 3월 1조2000억원을 들여 요격 성능이 더 우수한 패트리엇 PAC-3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2010년부터 시작한 특수 침투용 항공기 사업도 좌초 위기에 놓였다. 방사청은 전시(戰時)에 저고도 저속으로 비행해 북한에 특수부대를 투입할 수 있도록 우리 공군의 수송기를 개량하기로 했다. 이스라엘에서 다기능 레이더 등을 들여와 장착했는데 작년 11월 공군 최종 검사에서 비행 중 레이더가 꺼져버리는 결함이 드러났고 아직도 이를 고치지 못했다. 총 1260억원의 예산 중 현재까지 700억원이 투입됐지만 사업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장명진 방사청장과 정홍용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은 지난 27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미 정부로부터 기술이전을 거부당한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과 관련해 국내 기술 수준이 충분히 높 기 때문에 목표 시기인 2025년까지 개발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군 관계자들은 "KF-X에 장착하는 AESA(위상배열) 레이더보다 훨씬 수준이 낮은 레이더를 수송기에 장착하는 것도 아직 해결을 못 해 문제가 발생했다"며 "예산 18조원이 투입되는 KF-X 사업도 지나친 낙관론으로 제2의 번개사업, K-11 복합소총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고 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