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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노벨상, 이러고도 못 받으면 그게 비정상

최만섭 2015. 10. 12. 14:26

중국 노벨상, 이러고도 못 받으면 그게 비정상

이영완 과학전문기

입력 : 2015.10.12 03:00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일본 과학의 힘이 세상을 놀라게 했다. 2년 연속 노벨상 수상에다 생리의학상과 물리학상을 잇달아 받는 2관왕 기록까지 세웠다. 하지만 현대 과학의 역사가 이미 100년을 훨씬 넘은 과학과 경제 선진국의 수상보다는 우리와 같이 2차 대전 이후 세워진 중국의 첫 노벨 과학상 수상자 배출이 더 놀라웠다. 과학자들은 "왜 우리는 일본처럼 노벨상을 받지 못하느냐"는 지적에 대해 "최소한 그만한 역사가 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할 수 있었지만, 우리와 같은 출발선에 섰던 중국의 이번 수상에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중국의 성공은 경제 규모와 상관없이 과학자들에게 지속적인 투자를 한 결과였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투유유(屠呦呦) 중국전통의학연구원 교수는 1600년 전 고대 의학서에서 영감을 받고 개똥쑥으로 말라리아 특효약 '아르테미시닌'을 개발했다. 투 교수는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의 지시로 말라리아 특효약 개발에 참여한 수많은 과학자 중 한 사람이었다. 문화혁명 이후 중국 정부는 먼저 과학자부터 데려왔다. 중국과학원은 1994년 해외에서 과학자 100명을 데려온다는 '백인(百人)계획'을 세웠고, 이는 후진타오 정권의 '천인(千人)계획'과 시진핑 주석의 '만인(萬人)계획'으로 발전했다.

10년 전 베이징의 벤처타운인 중관춘(中關村)에서 만난 한 젊은 유치 과학자에게 미국 시장에서 전통의학이 먹히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중국 13억 인구에게 통하면 그만"이라며 "훗날 미국이 먼저 우리를 찾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의 대답이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었음을 이번 노벨 의학상이 입증했다.

중국은 유치 과학자들을 통해 해외 네트워크도 강화했다. 중국 과학자 단독으로 학계에서 인정받기 힘든 상황이면 외국 석학을 내세운 공동 연구로 세계 수준에 바로 진입한다는 전략이다. 노벨상의 보고(寶庫)라는 중성미자(中性微子) 연구에서 이 전략이 이미 힘을 발휘했다.

중성미자는 다른 물질과 거의 반응을 하지 않아 '유령 입자'로 불리는 기본 입자이다. 1988년과 1995년, 2002년에 이어 올해 물리학상도 중성미자 연구에 돌아갔다. 중성미자는 세 가지 형태로 변환된다. 이 중 두 가지 변환의 비율을 밝힌 과학자들은 이미 노벨상을 받았다. 남은 마지막 변환 비율을 밝힌 주인공이 바로 2012년 중국 연구진이다. 서울대 김수봉 교수도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지만, 중국이 한 달 먼저 선수를 친 뒤였다.

발표 한 해 전만 해도 중국보다 한국의 우위가 두드러졌다. 우리보다 먼저 연구를 시작한 프랑스도 인정할 정도였다. 당시 중국은 연구시설도 완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중국은 우리의 6배나 되는 돈을 쏟아부었고 미국과 손잡고 38개 기관 240여명의 대규모 국제 공동 연구진을 꾸려 속도전을 진행했다. 미국 과학자들을 앞세운 덕분에 실험 결과가 나오자마자 바로 학술지 게재를 승인받았다. 우리는 국내 연구진만으로 중국의 5분의 1에 불과한 연구진을 운영했다.

내년 정부의 실질 연구개발(R&D) 예산이 1982년 국가 연구개발 사업이 본격화된 이래 처음으로 삭감됐다. 1998년 IMF 경제 위기 당시 줄였던 연구원 정년을 복원하지도 않았는데 연구원 임금피크제부터 논의되고 있다. 이래서는 과학계의 노벨상 수상은 요원한 꿈이 아닐까.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