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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5일-법이 개천용 만드는 시대 끝내야-안경환

최만섭 2015. 10. 11. 11:06

2015105-법이 개천용 만드는 시대 끝내야-안경환

법은 속성상 느리다. 법은 신중해야 한다. 그래야만 상식에 어긋난 일탈성과 분별없는 열정을 다시릴 수 있다. 법은 사회의 다수가 합의한 규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이 세상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면 오히려 불의가 된다. ‘죽느냐 사느냐로 시작하는 그 유명한 햄릿의 독백도 감내하기 힘든 불의의 하나로 법의 지연을 들었다. 셰익스피어가 고발한 법의 지연은 목전의 재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시대보다 한참이나 늦게 오는 법의 본질적 속성을 질타하는 것이다. 법의 눈은 과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의 판단을 내린다. 그 판단은 미래를 구속한다. 법이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끊임없는 자기 혁신과 성찰이 따라야만 한다.

 

과거 우리나라의 법은 소수 법조집단의 공고한 독점 아래 있었다. 1987년을 계기로 거세게 밀어닫친 민주화의 물결과 함께 사법개혁의 논의가 움트던 1994, 우리나라 변호사의 총수는 800여명에 불과했다. 법원은 있으나 변호사가 한 사람도 없는 무변도시도 많았다. 불과 20년 만에 숫자는 2만으로 급증했다. 변호사의 모습도 과거에는 상상조차 못 할만큼 다양해졌다. 텔러비전에 고정출현하는 정치평론가가 있는가 하면 아파트 단지나 재래시장에 카페 사무실을 연 젊은이들도 있다 과거 기준으로 보면 밥 굶기 일쑤인 공익, 인권 전문변호사도 적지않다.국민의 입장에서는 사법서비스의 접근이 한결 용이해 진 것이다. 지극히 바람직하고 자연스러운 시대의 변화다.

 

법률가 양성 제도도 마뀌었다. 단판 승부로 개천에서 용이난다는 곧 역사의 유물로 물러난다. 사법시험이 폐지되는 2017년 부터는 법학전문대학원 출신만이 법률가가 될 수 있다. 이 또한 시대의 발전이다.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적절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다양한 전공의 바탕위에 법학 교육을 받은 법률가 집단이 존재해야만 한다. 이미 폐지하기로 한 사법시험의 존치를 고집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새 현대판 음서제도라고 비난한다. 대의보다는 이해관계에 집착한 시대착오적 단견이다.

 

법학계의 기상도도 달라졌다. 법학전문대학원은 정통학자와 실무법조인 출신의 동거로 새로운 문화가 일고 있다.

법원의 판결에도 시대의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 3, 헌법재판소는 마침내 형법의 간통죄를 폐지하는 경정을 내려 오랜 논란을 종결지었다. 7월에 대법원은 형사 사건에서 이른바 성공보수금을 지급하는 약정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려 국민의 찬사를 받았다.

 

법이 노인의 지혜만이 아니라 젊은이의 감각으로 보충되어야만 나라의 장래가 밝다. 시대의 변화와 장래를 내다보는 열린 사법의 필요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