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약체 정권 우려 깬 기시다 총리… 듣는 리더십 통했다

최만섭 2021. 12. 22. 04:55

 

약체 정권 우려 깬 기시다 총리… 듣는 리더십 통했다

취임 석달 …日 내각 지지율 62%까지 치솟아

입력 2021.12.22 03:00
 
 
 
 
 

곧 취임 3개월을 맞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자민당 총재로 선출될 당시만 해도 “단명 정권으로 끝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던 기시다가 그동안 자신을 밀어 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시다 내각 지지율 추이 / 사진=교도 연합뉴스

아사히신문은 21일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전달보다 4%포인트 상승, 54%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포인트 떨어진 23%였다. 다른 주요 언론사의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기시다의 지지율은 상승세다. 6일 요미우리신문 조사에선 취임 직후인 10월 56%에서 이달 들어 62%로 치솟았다. 19일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는 같은 기간 49%에서 54%까지 뛰었다. 지난 10월 4일 출범 직후 첫 지지율 조사에서 2000년대 내각 중 가장 저조한 성적인 45%에 그쳐 정가의 우려를 살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기시다의 지지율이 상승한 데 대해 일본 언론 매체들은 ‘예상을 깬 리더십을 발휘해 코로나 방역에 성공한 점’을 최대 요인으로 꼽는다. 아사히 여론조사에서도 ‘코로나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응답자가 51%로 이 신문 조사 중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응답은 36%로 가장 낮았다. 실제 일본은 최근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하루 평균 180명 안팎으로 일상을 회복한 상태다.

특히 해외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유입 방지를 위해 ‘외국인 신규 입국 금지 조치’ 등 강경한 선제 대책을 발 빠르게 내놓은 결단력에 대해 높은 평가가 나왔다.

기시다 자신이 장점으로 내세운 ‘듣는 힘’ 리더십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아사히 여론조사에선 “기시다가 ‘듣는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절반에 육박해(48%), 반대 의견(29%)을 앞섰다. 자민당과 대척점에 선 야당 입헌민주당 지지층 중에서도 기시다 리더십을 긍정 평가한 비율이 39%에 달한 것도 주목받고 있다. 실제 기시다는 야당 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기존 정책을 수정하는 유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달 임시국회 최대 쟁점이 된 18세 이하 아동 대상 코로나 지원금(10만엔) 사업에서도 기시다는 5만엔씩 현금과 쿠폰(상품권)을 지급하겠다는 정책을 추진하다가,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현금 전액 일시 지급도 허용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이 나오긴 하지만, “잘못된 것을 고집하는 것보다 낫다”는 평가가 더 많았다.

 

임시국회 기간 보여준 성실한 언행도 ‘호감 포인트’로 작용했다. 그는 국회의원 질의에 답할 때마다 ‘지적하신 대로’ ‘말씀하신 대로’ 등 표현을 사용해 야당 의원의 비판에 대해 일단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회의원들의 지적에 오만한 자세로 받아치던 아베나, 준비한 대답만 반복해 ‘고장 난 테이프 레코더’라는 별명까지 생긴 스가 요시히데 등 전 총리와 차별화했다. 입헌민주당 오가와 준야 정조회장조차 “우리 질문에 메모까지 하며 답변하는 총리는 처음 봤다”고 했다. “듣는 힘을 내세운 총리가 야당 제안을 받아들이는 등 낮은 자세로 임시국회를 이겨냈다”(마이니치신문)는 평가도 나왔다.

기시다가 10월 말 중의원 총선에서 자민당의 압승을 이끈 뒤, 당내 보수파와 거리 두기를 본격화한 것도 지지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총재 당선 직후 기시다는 당내 보수파 거물인 아마리 아키라, 아소 다로, 아베 신조 등 이른바 ‘3A’의 측근 인사를 재차 기용해 “총재를 바꾼 의미가 없다”고 비판받았다. 하지만, 총선 뒤 아베 등의 반대를 뚫고 하야시 요시마사의 신임 외무상 임명을 강행했다. 하야시는 기시다가 수장인 고치카이(宏池會·기시다파)의 ‘넘버 2′로 한국⋅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한다. 정가에선 “기시다가 자신감을 가지고 당내 파벌 균형을 잡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여기에 전통적인 아내상으로 인기를 모으는 ‘퍼스트레이디’ 기시다 유코도 자민당 보수 지지층 공략에 힘을 보태고 있다. 유코는 영어에 능통한 국제파로 남편의 선거운동과 내조에 힘써 “지역구 히로시마에선 총리보다 인기”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호감도가 높다. 최근 기시다는 앞치마를 입은 아내 유코가 야식을 차려주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둔 기시다에겐 내년 초 코로나 재확산 가능성이 지지율의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연말연시 외출 증가로 코로나 유행 확산이 불가피하다는 전문가 경고가 나오는 가운데, 기시다는 델타 변이 확산을 막지 못해 1년 만에 물러난 스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