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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The Column] 나라 이끌겠다는 대선 후보들, ‘미래 비전’이 안 보인다

최만섭 2021. 12. 13. 04:45

 

[朝鮮칼럼 The Column] 나라 이끌겠다는 대선 후보들, ‘미래 비전’이 안 보인다

약 팔듯 공약 뿌리는 李, 아직도 ‘反文’뿐인 尹
큰 그림 제시 못하고 진정성없는 퍼포먼스뿐
“무조건 나만 믿고 타라”는 ‘묻지마 버스’ 기사 같아
낡은 이념 독선 벗어날지 새로운 보수 변신 이룰지
국민 불안·의구심 풀어줘야

입력 2021.12.13 03:20
 
 
 

 

 
 

대선이 석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 간 경쟁이 가열되고 있지만 대다수 유권자들은 여전히 그 분위기에 빠져들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된 것은 말은 화려하고 많지만, 이들이 당선되면 도대체 뭘 하겠다는 것인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많은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나라를 어디로 이끌고 가려는지 그 방향은 모르겠다는 말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21주년 기념식 및 학술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후보는 가는 곳마다 ‘속 시원한’ 공약을 던지고 있다. 또한 고객의 취향에 따른 다양한 상품을 구비해 둔 백화점처럼, 가는 곳마다, 만나는 사람마다, 입맛에 맞는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말을 듣고 있다 보면 그렇게도 쉬운 해결책을 두고 역대 정부는 도대체 왜 그렇게 힘들어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만병통치약을 파는 것 같다는 인상도 받는다. 개별 맞춤형 공약이다 보니 일관성도 없고 서로 모순되어 보이는 것도 적지 않다. 윤석열 후보 역시 많은 공약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의 공약의 주된 시제는 어제나 오늘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그의 선거운동은 문재인 정부의 실정과 무능에 대한 불만, 즉 반(反)문재인 정서에 여전히 기대고 있다.

이번 선거는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행사이지만 동시에 향후 5년간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뤄내는 기회이기도 하다. 따라서 각 후보는 국정 운영의 방향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유권자의 공감대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나 이재명이나 윤석열 모두에게서 국가 비전이나 국정 운영의 큰 그림은 찾아보기 어렵다. 후보자들이 쏟아내는 말은 풍성하지만 공허하게 들리는 것도 이들이 도대체 어디로 데리고 가려고 하는지 목적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행선지가 어디인지 알려주지도 않은 채 자기가 운전하는 버스에 올라타라는 식이다. 어디로 가는지 몰라도 일단 이 버스를 타면 일자리도 생기고 돈도 많이 벌 수 있고 지역 살림살이도 나아진다는 것이다. 그 말이 진정성 있게 들릴 수 없다.

이런 상황이 심각한 것은 이재명이나 윤석열 두 후보 모두 중앙 정치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평생 검찰에 있었던 윤석열은 말할 것도 없고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경험이 전부인 이재명 역시 제대로 된 정치의 경험이 없다. 그래서 이번 선거를 바라보는 유권자의 시선 속에는 ‘대통령이 되면 과연 잘할까’라고 하는 불안감과 의구심이 깔려 있다. 더욱이 미⋅중 대립은 심각해져 가고, 경제 환경은 급변하고 있고, 기후변화는 시급한 위기로 대두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가오는 변화와 도전을 미리 읽고 대응하려는 지도자의 비전은 보이지 않고, 눈앞의 문제에 집중한 단기적이고 인기 영합적인 각론만 무성하다. 유권자가 마음을 정하기 어려운 것은, 선거 캠프나 당에서 만들어 준 공약을 상황에 맞게 전달하는 퍼포먼스만 눈에 뜨일 뿐, 후보자 자신의 진지한 고민과 진정성 있는 접근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의 정치적 의미를 생각해도 미래에 대한 후보자의 비전은 중요하다. 이재명이나 윤석열 모두 정치적 아웃사이더이다. 이들이 주요 정당의 후보가 된 것은 역설적으로 기존 정치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선은 보수나 진보 세력 모두가 시대에 뒤진 낡음을 버리고 자기 변신을 이뤄낼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탄핵으로 폐기된 과거의 보수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보수의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지 이 질문에 윤석열은 대답해야 한다. 효율과 성장 중심의 불균형 발전과 여전히 극복하지 못한 권위주의 정치의 잔재를 넘어서서,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고 자유와 민주의 가치를 내재화하는 보수 정치의 자기 변신이 있어야만 기득권을 위한 정치 세력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이념과 독선의 80년대 운동권식 진보를 답습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진보의 가치를 추구할 것인지에 대해 이재명은 대답해야 한다. 낡은 이념에 맞춰 현실을 재단하고 독선과 편견을 동원하여 사회를 분열시킨 80년대 운동권 진보주의는, 지난 5년의 경험이 보여주듯,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읽어낼 수 있는 실용적 접근과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 낼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만 무능한 진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

대선은 항상 새 대통령이 당선되면 당면한 어려움과 고통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준다. 그러나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한 대로 수많은 난제를 하루아침에 일거에 해결할 마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달콤하고 인기 영합적인 공약에 휘둘리기보다 큰 틀에서 국가 발전의 미래 방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