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동서남북] 정직한 대통령을 원한다

최만섭 2021. 12. 21. 04:17

[동서남북] 정직한 대통령을 원한다

李, 잘못해놓고 되레 상대 공격
尹, 의혹 해명 대신 여당 탓
국민의 눈과 귀 가리고 대통령 될 수는 없어

입력 2021.12.21 03:00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제53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2021.12.02. photo@newsis.com

2002년 6월 28일 이재명 변호사가 긴급 체포됐다. 공무원(검사) 자격 사칭, 무고 등 혐의였다. 무고는 검사 사칭에 비해 덜 알려져 있다. 죄질은 무고가 더 나쁘고 형량도 무겁다. 검사 사칭은 한 사람을 속이는 행위지만 무고는 국가 사법 시스템, 나아가 국민을 속이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후보는 그해 5월 10일 자기 사무실에서 모 방송사 A 피디에게 “수원지검에 B 검사가 있는데 그 이름을 대면 잘 알 것”이라며 김병량 당시 성남시장에게 전화를 걸게 했다. 분당 ‘파크뷰’ 사업과 관련해 김 시장의 비리를 캐려는 시도였다. 옆에서 질문 내용도 알려줬다. 김 시장은 A 피디가 B 검사인 줄 알고 유도신문에 넘어갔다. 여기까지가 검사 사칭이다. 통화 후 A 피디는 검사 사칭 통화 녹음을 그대로 방송에 보도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내가 제3의 제보자에게 녹음 테이프를 건네받아 방송사에 제보하는 식으로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4일 뒤 이 후보는 한 다방에서 A 피디를 다시 만나 자신이 제3 제보자인 양 연출하고 얼굴을 가린 채 이 장면 사진을 찍었다. 같은 달 18일 A 피디의 질문은 삭제하고 김 시장의 답변도 앞뒤를 잘라 편집한 녹음 테이프가 방송을 탔다.

이 후보는 성남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테이프 복사본을 틀었다. 다음 날 김 시장은 녹음 경위와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이 후보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김 시장을 맞고소했다. 이 후보는 “어떤 경위인지 알 수 없으나 녹음되었고 나에게 제보됐다” “제보된 상태 그대로 불필요한 부분까지 포함해 전문을 녹취해 공개했다”고 했다. 둘 다 거짓 주장이었다. 훗날 김 시장의 제3자 뇌물 수수 비리가 드러났지만, 이 후보도 11일간 구속됐다 무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 후보는 이 사건을 의로운 일을 하려다 얻은 ‘상처’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처음에 김 시장을 속이고, 다음에 방송을 본 시청자와 성남시청에 모인 기자들, 마지막엔 국가를 속이려 한 건 엄연한 사실이다.

 

맞고소 사건에서 보듯이 이 후보는 자신에게 불리한 일을 거꾸로 상대를 공격하는 소재로 전환시킨다. 대장동 의혹이 터지자 국민의힘이 주범이라고 했다. 정부의 부동산 실정이 감표 요인이 되자 문재인 대통령과 차별화하는 동력으로 역이용하고 있다. 아내 김혜경씨의 수행원 ‘대역(代役)’ 논란 당시 여권의 한 원로 정치인은 “하도 (취재진이) 달라붙으니까 골탕을 먹이려고 그랬다고 당 관계자한테 들었다”고 말했다. 국민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국민을 우습게 볼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은 “국민 상대로 ‘밑장 빼기’ 한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같은 당 윤석열 후보도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다. 아내 김건희씨의 경력 부풀리기 의혹에 구체적 해명 없이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사과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억지 사과” “개사과 시즌2″라고 했다. 윤 후보는 이후에도 정확한 사실관계를 따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버럭’ 하거나 “민주당 주장도 가짜가 많지 않으냐” “노코멘트” 식으로 피해가고 있다. 앞서 ‘개사과’ ‘손바닥 왕(王) 자’ 논란도 납득이 안 간다는 국민이 적지 않다. 국민을 무섭게 생각한다면 이런 식으로 뭉개선 안 된다. 정치를 시작한 이유가 ‘공정’이라고 말해온 윤 후보라면 더욱 진솔하게 해명해야 한다. 이 후보도 아들 도박 문제는 깨끗하게 사과했다.

공정한 세상은 정직한 개인이 모여서 만들어진다. 국민은 공정한 나라에 앞서 정직한 대통령을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