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한삼희의 환경칼럼] 2050 탄소중립의 중대한 착각

최만섭 2020. 12. 16. 05:44

[한삼희의 환경칼럼] 2050 탄소중립의 중대한 착각

원자력 없이 탄소중립 이루려면 태양광·풍력 설비, 지금의 60배 이상 돼야
‘수소 제조 원전’ 연구 막고 수소 수입해오겠다니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입력 2020.12.16 03:20

 

 

 

 

 

문재인 대통령이 '탄소중립 2050'을 국가 장기 비전으로 공식 채택한 15일의 청와대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2050 탄소 중립’이 15일 국무회의에서 국가 장기 비전으로 정식 채택됐다. 탄소 중립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일인지를 정부가 인식하고 있나 의문이다. 2050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뭐가 필요한 것인지를 안다면 지금처럼 대뜸 구호부터 외쳐놓는 식으로 달려들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 구체 로드맵 작성 단계에서 큰 혼란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소비 가운데 전력 비율은 대략 20%다. 나머지 80%는 석탄·석유·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다. ’20대80′ 비율은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다. ’20% 전력'은 에너지원(源)에 따라 다시 화석연료, 원자력, 신재생으로 구분된다. 신재생을 늘리느냐, 원자력을 없앨 것인지, 가스는 얼마로 유지할 것인지 등의 그간 전력 믹스(mix) 논란은 ’20% 전력' 내에서의 얘기다. 2050 탄소 중립을 목표로 삼으면 완전히 관점이 달라지게 된다. ’20% 전력'만 태양광·풍력으로 공급해서 되는 게 아니다. 나머지 ’80% 비전력'까지 모두 무(無)탄소 에너지로 공급해야 한다. 정부가 원자력을 배제한다고 했으니 태양광·풍력만으로 이뤄내야 한다

 

따라서 2050 탄소 중립은 ’20% 전력'을 무탄소화하는 1단계와, ’80% 비전력'을 전력화(electrification)하면서 동시에 그 전력을 무탄소화하는 2단계로 구성된다. 1단계보다 2단계가 백번 더 도전적 과제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 9월 400쪽짜리 관련 보고서(Energy Technology Perspective 2020)를 발간했다. IEA는 거기서 “전력 부문만 바꾸는 것으로는 탄소 중립 목표의 3분의 1밖에 못 간 것”이라고 했다. 보고서 결론은 ’2050 탄소 중립을 위해선 수송, 빌딩, 산업 등 비전력 에너지의 전력화가 필수적이며 이 경우 전력 수요는 지금의 2.5배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얼핏 봐선 20%였던 전력으로 전체 100% 에너지를 충당하려면 5배로 늘어나야 할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전기가 화석연료보다 효율이 좋아 같은 열량이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기차는 석유차의 2배 에너지 효율을 낸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임재규 박사가 IEA 보고서를 참조해 2050 탄소 중립을 위한 한국의 전력 에너지 수요를 시산(試算)해본 결과 역시 2.5배 전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한다.

 

2018년 총 전력 생산량 가운데 태양광·풍력의 비율은 2.2%에 불과했다. 지금은 4% 정도로 늘었다고 가정할 때, 원자력 없이 태양광·풍력만으로 전체 에너지 250%를 감당하려면 설비를 지금의 60배 이상 규모로 늘려야 한다. 2050년까지 에너지 수요 자체가 크게 는다고 보면 실제론 60배보다 훨씬 더 많이 설치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토지란 토지는 다 태양광으로 채워넣어야 한다.

 

그래서 나오는 얘기가 ‘수소 수입’이다. 수소차가 주목받고 있지만 더 지켜봐야 한다. 경쟁 상대인 배터리차가 수소차보다 효율이 두 배다. 수소가 미래에 진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건 산업 분야일 것이다. 제철 산업은 국내에서 연 1억2000만톤의 엄청난 온실가스를 배출해왔다. 제철소에선 석탄을 쪄서 만든 고순도 탄소인 코크스를 갖고 철광석을 환원시켜왔다. 수소 환원 제철 기술은 코크스의 탄소(C)가 아니라 수소(H)를 갖고 철광석의 불순물인 산소(O)를 떼어내자는 것이다. 그러면 부산물로 이산화탄소 대신 물이 나온다.

 

시멘트(연 온실가스 4000만톤 배출)나 석유화학(5000만톤) 분야에서도 수소를 쓰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자면 막대한 수소가 필요하다. 수소를 만드는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려면 태양광·풍력 전기로 물을 분해하는 수전해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 국내의 빈약한 태양광·풍력 자원으로는 어림없다. 그래서 광대한 사막 지대가 있는 호주에서 태양광 전기로 생산한 수입 수소를 들여오자는 것이다. 그러나 수소를 영하 253도 이하에서 액화시킨 후 특수 선박으로 한국까지 운반해 오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또 수소 환원 제철 기술부터 완성시켜야 하는데, 연구가 시작된 지 몇 년 안 됐다.

 

원자력을 활용한다면 2050 탄소 중립으로 가는 훨씬 쉬운 대안(代案) 경로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원자력연구소에서 개발해온 초고온가스로는 950도의 열을 만들어내 전기 생산의 중간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이다. 그러나 초고온가스로 프로젝트는 현 정부 들어 거의 지원이 끊겼다. 수소 대량 제조의 쉬운 길을 스스로 막아놓은 채 ‘수소 경제’를 거론하고, 태양광·풍력만 갖고 에너지를 전부 공급하겠다는 것은 2050 탄소 중립의 중대한 착각이다.

 

한삼희 선임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