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논설실의 뉴스 읽기] “수도권 매립지, 100년은 더 쓸 수 있다는데 왜 문닫으려 하나요”

최만섭 2021. 2. 5. 05:12

[논설실의 뉴스 읽기] “수도권 매립지, 100년은 더 쓸 수 있다는데 왜 문닫으려 하나요”

끊이지않는 매립지 갈등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입력 2021.02.05 03:00

 

 

 

 

 

수도권매립지의 3-1매립장. 쓰레기 트럭들이 줄지어 싣고온 쓰레기 하차 준비를 하고 있다. 쓰레기를 4.5m 높이로 쌓은 다음 흙을 0.5m 덮는 방식으로 모두 8단을 쌓게 된다. /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제공

1987년 동아건설의 김포 간척지에 수도권매립지를 조성키로 한 결정에 당시 환경청 간부로 관여했던 사람들은 “신의 한 수였다”고 회상한다. 동아건설은 1980년부터 김포 앞바다 갯벌 3630만㎡를 농경지 조성 목적으로 간척하고 있었다. 그즈음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이 포화 상태로 치닫고 있었고 대체 매립지를 구하던 환경청이 동아건설 간척지 수용을 밀어붙였다. 동아건설 최원석 회장의 로비를 받은 전두환 대통령이 박판제 환경청장에게 “절반만 쓰라”고 말해 북쪽 2075만㎡만 수용했다. 그 과정에서 최 회장이 전 대통령에게 50억원 뇌물을 쓴 것이 5공비리 수사 공소장에 적혀 있다. 결국 1989년 1매립장 공사가 착공돼 1992년부터 쓰레기 반입이 시작됐다. 남쪽 간척지는 토지 공사가 2002년 6355억원에 넘겨받았고 나중 청라신도시로 개발됐다.

당초엔 수도권매립지 수명을 2016년까지로 내다봤다. 그러나 종량제 도입, 재활용 활성화, 소각장 건설 등으로 쓰레기 반입량이 크게 줄었다. 1994년 1166만t이었으나 2019년 336만t까지 감소해 매립지 수명이 크게 늘어났다. 수도권매립지 관할 행정청인 인천시는 매립 종료를 주장했고, 서울시와 경기도는 2044년까지 더 쓰자고 요구하다가 2015년 6월 윤성규 환경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남경필 경기지사의 ‘4자 합의’가 이뤄졌다. 2018년께 2매립장이 가득 차면 3-1매립장(103만㎡)을 더 사용하면서 대체 매립지를 구하자는 것이었다. 단, 대체 매립장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106만㎡ 범위 내 추가(3-2) 매립장을 조성한다는 내용이었다. 4자 합의의 부대 조건에 따라 2016년부터 수도권매립지 반입 수수료에서 연간 800억원 정도씩 떼어내 인천시에 지원했다. 매립지 부지 소유권의 71%를 갖고 있는 서울시는 매립 종료 후 소유권을 인천시에 양도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별도로 인천터미널 물류기지 부지를 판 돈 1600억원도 인천시로 넘겼다. 남의 땅에 자기 쓰레기를 처분하고 있으므로 서울시의 이런 기여는 당연했다.

수도권 매립지 현황

이 상황에서 인천시가 작년 10월, 2025년 3-1 매립장 매립 종료 후엔 더 이상 쓰레기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그다음부터는 서울, 경기, 인천이 각자 매립장을 구해 자기 쓰레기를 처리하자는 것이었다. 인천시는 이어 작년 11월 옹진군 영흥도 14만8500㎡ 부지에 자체 매립장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3곳 소각장 추가 건설 계획도 내놨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남아 있는 3, 4 매립장 부지를 더 쓰자는 입장이다. 다만 4자 합의 원칙에 따라 일단 대체 매립지 확보에 나섰다. 환경부와 함께 지난달 14일부터 4월 14일까지 대체 매립지 공모를 한 것이다. 희망 지자체는 220만㎡ 이상 후보지를 정하고 2㎞ 이내 지역 세대주 50% 이상의 동의를 받아 신청하라는 것이다. 특별지원금 2500억원 등 6700억원대의 일시 지원금과 2조6300억원대의 30년 장기 지원금을 내걸었다.

유치 공모가 성공할지는 불투명하다. 지난달 29일 수도권 지자체를 상대로 설명회를 열었지만 적극 관심을 보인 곳은 없었다고 한다. 인천시가 싫다고 밀어낸 기피 시설을 어느 지자체가 선뜻 받으려 하겠는가. 3조원대 보상에 관심이 있다고 해도 ‘우리 지역을 돈에 팔려는 거냐’는 반발에 부딪힐 것이 뻔하다. 2003년 전북 부안군수가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유치를 신청했다가 폭력 반대 시위에 부딪혀 결국 철회해야 했다. 정부가 2005년 공모 방식으로 방폐장 입지를 경주로 정했지만, 경주 방폐장은 고준위 핵폐기물을 제외한 중·저준위만 받는 시설이어서 의미가 퇴색해버렸다.

수도권매립지가 꽉 찬 것도 아닌데 인천시가 ‘이젠 그만 받겠다’고 해서 대체 매립지를 구하는 것 자체도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다. 곳곳의 매립장·소각장 주민들이 시설을 빼가라고 들고일어나면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인천시가 자체 매립장 후보지로 발표한 영흥도 주민들도 삭발 시위,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세 곳 소각장 후보지들도 반발하고 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관계자들은 3, 4 매립지를 잘 활용하면 100년은 더 쓸 수 있다고 하고 있다. 환경부도 비슷한 얘기를 한다. 우선 작년부터 시행한 반입총량제로 2026년까지 반입량의 60%를 감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3일 수도권에선 2026년부터 생활폐기물 직매립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입법 예고했다. 소각재만 받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생활폐기물 매립량은 15% 정도로 줄어든다. 건설 폐기물도 전처리를 하면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 수도권매립지에 3조원을 들여 하루 2000t 규모의 소각 시설과 4000t 처리 능력의 건설 폐기물 전처리 시설을 짓자는 구상도 있다. 이런 감량화 조치들로 3-2매립장은 49년, 4매립장은 76년 더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도 하루 1000t 처리 용량의 다섯 번째 소각로 건설을 추진 중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 인구 밀도의 나라다. 수도권은 더 심하다. 2600만명이 ㎢당 2200명 밀도로 살고 있다. 쓸 만한 땅은 다 개발된 상황이다. 그래서 바닷가 갯벌을 메워 공단, 발전소, 하수처리장, 공항, 소각장, LNG 기지 등을 입지시켜 왔다. 수도권매립지도 그렇게 어렵게 조성한 것이다. 최대한 활용할 수 있을 때까지 활용해야지 아직 빈 땅이 넓게 남아 있는데 문을 닫는다는 건 현명하지 않은 선택이라는 주장이 강하다. 물론 최대한 친환경적인 쓰레기 처분과 지역에 대한 더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46%가 연탄재·복토용흙인 ‘난지도’… 쓰레기 걷어내고 신도시로 개발案도]

수도권 매립지는 서울 난지도 매립장<사진>이 포화에 달해 대체 매립장으로 조성한 것이다. 난지도 매립장엔 1978년부터 1993년까지 9200만㎥ 쓰레기를 쌓아 높이 90m의 쓰레기 산 두 개가 만들어졌다. 그 쓰레기 더미 위에 흙을 덮어 서쪽 노을공원, 동쪽 하늘공원의 두 개 시민공원을 조성했다.

/서울시

이 난지도 매립장에서 쓰레기를 걷어내자는 구상이 있었다. 1994년 현대건설과 선진엔지니어링 등이 그런 제안을 했었다. 쓰레기 산 두 개 주변의 평화의공원, 난지천공원 등까지 합쳐 270만㎡(약 80만평) 부지에 신도시를 짓자는 것이다.

난지도 매립장에는 연탄재(29%), 복토재(17%)가 많이 들어 있고, 생활폐기물과 산업폐기물은 31%밖에 안 된다. 이 쓰레기들을 선별해 일부 가연성 잔재물은 소각하고 나머지는 서해 매립지 등에서 매립토로 재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컨베이어벨트, 또는 바지선 운반 방식이 검토됐다. 비용은 당시 화폐 가치로 2조원대, 공사 기간은 7년으로 예상했다. 조성 부지의 절반 이상을 공원으로 만든다면 상암DMC의 가치도 올라갈 수 있다.

작년 8월 정부가 태릉골프장 83만㎡(약 25만평)를 아파트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난지도 활용 방법은 없을까 해서 관리 상태를 알아봤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가스 포집 등 사후관리가 필요하다는 공원 관리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아직 분해가 덜 된 유기성 성분이 많다는 것이다. 2002년부터 매립가스(메탄)를 포집해왔는데 처음엔 연간 2800만㎥가 나오다가 2019년 760만㎥까지 줄어들기는 했다. 연간 8%씩 감소 추세인데 2050년까지는 더 뽑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쓰레기 매립장으로 쓴다고 난지도 땅을 수용했었는데 그걸 도시 용지로 바꾼다면 원 토지 소유자들이 권리를 다시 주장하고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