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기상인사이드] 바다에 鐵까지 뿌리면서 기후변화 대책 총력전

최만섭 2020. 12. 10. 05:22

[기상인사이드] 바다에 鐵까지 뿌리면서 기후변화 대책 총력전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공학부 교수

입력 2020.12.10 03:00

 

 

 

 

 

기후변화를 걱정하는 전 세계 모든 사람의 최근 관심사는 미국 대통령 선거였다. 먼 나라 선거에 유례없는 관심을 가진 것은 선거 결과에 따라 전 세계 기후변화 대응 방향이 크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25일(현지시간) 독일 수도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AP연합뉴스

트럼프와 바이든, 두 후보는 기후변화 대응에 극단적인 시각 차이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후변화 협약에 부정적이었다. 취임과 동시에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약) 탈퇴를 선언했고, 결국 지난달 미국은 파리협약을 탈퇴한 최초의 국가가 되었다. 중국 다음으로 많은 온실 기체를 배출하는 경제 대국의 실망스러운 결정이었다.

 

파리협약은 올해 만료 예정인 교토의정서를 대체해 제안된 국제 기후변화 협약이다. 210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혹은 최대 2도 이내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15년 12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되었으며 현재 197국이 참여 중이다. 유엔 가입국이 193국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전 지구적 공감대를 가지고 있는 기후 협약인 셈이다. 이미 189국(미국 재가입 시)에서 비준되어 법적인 효력을 가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미국 대통령 선거는 파리협약을 공식적으로 탈퇴하기 직전에 치러졌다. 바이든 후보는 환경 분야 주요 공약으로 파리협약 재가입을 전면에 내세웠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성과를 이어받으려는 단순한 선전 문구가 아니었다. 2050년까지 탄소 중립(온실기체 순 배출량 ‘0’)을 목표로 10년간 약 190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구체적인 전략을 발표했다. 유럽의 ‘그린딜’에 상응하는 대규모 투자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극적인 정책 변화를 예고했다.

바다에 鐵까지 뿌리면서 기후변화 대책 총력전 / 일러스트=김하경

온실 기체 배출량 감축과 함께 대기 중 온실 기체를 제거하려는 지구공학적인 논의도 본격화했다. 다양한 방안 중 생태계의 자정 작용에 주목한 시도들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일례가 해양 철분 비옥화. 식물성 플랑크톤은 광합성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데, 철분이 많을수록 활동력이 증가한다. 여기에 착안해 황산철 등 적당량의 철분을 식물성 플랑크톤이 풍부한 지역에 뿌려 플랑크톤을 번식시키고, 대기 중 과다한 이산화탄소를 줄이려는 시도다. 플랑크톤은 죽으면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결국 탄소는 해저에 영구히 매립될 수 있다. 이 방안은 해양 산성화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일부 제한된 실험에서 탄소가 해저에 매립된다는 뚜렷한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 일부 연구자는 오히려 연안 적조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 다른 방법으로 인공 조림(造林)이 있다. 식물성 플랑크톤과 마찬가지로 나무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뿌리, 줄기, 잎에 탄소를 저장한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 나무는 더 잘 성장하는데, 성장하면서 잔가지 혹은 낙엽이 떨어져 흙에 묻히며 탄소가 토양에 매립된다. 그러나 나뭇가지와 낙엽이 썩으면서 온실 기체 일부가 대기 중으로 배출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나뭇가지와 낙엽은 산불이 잘 일어나는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이 영향으로 산불이 빈번해지면 오히려 온실 기체 배출을 증폭할 수 있다. 일례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호주를 악몽에 빠트렸던 거대 산불은 단 몇 달 만에 호주가 1년간 배출하는 양만큼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바 있다.

 

온실 기체 감축 노력에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준 전 세계 10위권으로, 파리협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실질적인 진전을 위해 최근 정부는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2030년 온실 기체 배출 전망치 대비 37% 감축(국내 감축 32.5%)이라는 온실 기체 감축 로드맵도 재확인했다. 그러나 이 목표치는 2010년 대비 18.5% 감축에 해당해, 2050년 탄소 중립을 위해 IPCC가 권고한 2030년 중간 목표치 45%보다 매우 적은 양이다. 지나치게 의욕적인 목표보다는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법제화가 필수적이다. 스웨덴은 3년 전 2045년 탄소 중립을 법제화했으며, 영국과 프랑스 등도 2050년 탄소 중립을 법제화했다. 한국 국회와 정부는 최근에야 탄소 중립 법제화를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결단을 서둘러 조속히 법제화를 마치는 노력이 절실하다.

 

파리협정이 체결된 지 만 5년이 되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전 세계 기후변화 패러다임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국도 온실 기체 국가 감축 목표를 구체화 및 법제화하고 관련 연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한국판 그린 뉴딜이 그 첫걸음이 되길 기대해 본다.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