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中 ‘징진지’서 내뿜은 미세먼지 1~2일뒤 어김없이 서울 덮쳐

최만섭 2020. 11. 16. 05:17

中 ‘징진지’서 내뿜은 미세먼지 1~2일뒤 어김없이 서울 덮쳐

[숨막히는 겨울] [1] 학자들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40% 이상이 중국영향 받은 탓”

김효인 기자

입력 2020.11.16 03:06

 

 

 

 

 

 

 

미세먼지의 공습… 뿌연 서울 - 15일 오전 서울 동작대교에서 여의도를 바라본 모습이다. 초미세먼지와 안개 때문에 대기가 뿌옇게 돼 63 빌딩(맨 왼쪽)도 희미하게 보인다. 이날 서울의 시간당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오후 한때 111㎍/㎥까지 오르는 등 온종일 미세 먼지 ‘나쁨’ 수준이 계속됐다. /장련성 기자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이어지고 있는 올겨울에도 중국의 미세 먼지 농도가 높아진 뒤 하루 이틀 지나서 한국의 미세 먼지 상황이 악화하는 패턴이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 본지 취재팀이 중국 생태환경부 자료를 이용한 민간 사이트 ‘중국 공기질 온라인 모니터링 분석 플랫폼’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2일부터 계속되고 있는 고농도 미세 먼지 현상은 중국의 징진지(京津冀 ·베이징, 톈진, 허베이) 지역의 미세 먼지 농도가 오른 후 시차를 두고 발생한 것이 확인됐다. 징진지는 중국 동부에 위치한 대도시 지역으로 우리나라 미세 먼지 농도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징진지' 미세 먼지 농도가 선행 지수

중국 베이징의 경우 지난 11일 일평균 초미세 먼지 농도가 99㎍/㎥까지 치솟았다. 하루 전만 해도 36㎍/㎥에 그쳤지만, 이날 오후에는 시간당 평균 농도 170㎍/㎥까지 기록할 정도였다. 베이징의 공기질은 12일 오전 105㎍/㎥으로 낮아졌고 14일 일평균 63㎍/㎥ 수준으로 내려왔다. 베이징 바로 옆의 톈진은 최근 5일 중 12일에 일평균 초미세 먼지 농도가 101㎍/㎥을 기록해 최고점을 찍었고, 허베이성의 성도인 스자좡도 12일 일평균 농도가 176㎍/㎥까지 치솟은 후 차츰 하락했다. 중국의 징진지 지역이 11~12일 초미세 먼지 농도 최고점에 오르자 하루가 지난 13일 우리나라 최서단에 위치한 인천 백령도의 미세 먼지 농도가 새벽 2시 9㎍/㎥에서 34㎍/㎥(정오 기준)까지 치솟았다. 백령도는 공장도 없고 통행량도 적어 미세 먼지를 발생시킬 일이 없는 ‘청정 섬’이지만, 국외 미세 먼지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다.

13일 오후부터는 서울과 경기도, 충청도 등 중서부 내륙의 미세 먼지 농도도 급증했다. 이날 중서부 지역의 일평균 초미세 먼지 농도(㎍/㎥)는 서울 49 , 경기 56 , 인천 46 , 충남 48 , 충북 44 등을 기록했다. 중국발 미세 먼지의 여파는 계속돼 15일 오후 5시 기준 서울과 인천의 일평균 초미세 먼지 농도는 55 ㎍/㎥까지 올라갔다. 지난해 발표된 한·중·일 공동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서울, 대전, 부산 등 도시 3개의 연중 초미세 먼지 가운데 중국의 영향은 32.1%였다. 국내 학자들은 이 수치가 평균적인 것일 뿐 고농도 미세 먼지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40% 이상이 중국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미세 먼지 상황은 중국발 미세 먼지의 영향에 좌우된다는 것이다.

 

 

환경부 “중국 공장이 직접 원인은 아니다”

국내 미세 먼지 농도가 높아진 것이 중국의 공장 가동률이 높아진 것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명확한 결론이 나지는 않았다. 중국의 공장 가동률은 지난 4월 80%를 회복했고 , 지난여름부터 100% 가까이 회복했다는 것이 환경 당국의 분석이다. 중국의 공장이 미세 먼지 증가의 주된 원인이라면 여름부터 미세 먼지 농도가 높아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직접적인 인과 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 환경부의 입장이다. 유승광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과장은 “중국의 공장 가동률은 지난 5월부터 회복돼 3분기(7~9월)에는 작년 같은 달 수준을 회복했지만, 중국의 월별 초미세 먼지 농도는 9월까지 작년 같은 달보다 줄었다”면서 “중국 공장 가동률과 초미세 먼지 농도 사이에는 상관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지난 10월 말부터 중국 내 미세 먼지 농도가 올라가고 국내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한 것은 편서풍 등 계절적 기상 요인에다 단계적으로 난방을 시작한 결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확대 등 효과 낼까?

정부는 올해 12월부터 3월까지 ‘미세 먼지 고농도 시기’에 더욱 강력한 정책으로 대응하겠다고 지난 3일 발표했다. 올해는 서울 4대문 내에서만 운영되던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이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되고, 사업장의 미세 먼지 발생 감시를 위한 첨단 장비 운영도 확대된다.

그러나 올겨울 또다시 장기적인 고농도 초미세 먼지 현상이 잦아지면 올 초 낮았던 미세 먼지 농도는 정부의 저감 정책과 관계없이 전적으로 코로나 여파로 중국발 미세 먼지가 줄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김순태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이번에도 다양한 대책을 내놨는데, 정책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이미 발표했던 대책 중 잘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효인 기자 편집국 사회정책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