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철학

'목표 중독'에 걸린 나, 도전이 즐거워

최만섭 2017. 9. 6. 08:26

'목표 중독'에 걸린 나, 도전이 즐거워

입력 : 2017.09.06 03:04

[동국대 교수 된 미스코리아 출신 금나나]

2002년 眞 이후 하버드대 진학… 박사학위 받고 13년 만에 귀국
"지원한 학교 다 떨어진적도 있어… 쉽고 편하면 배우는 게 없잖아요"

금나나(
/고운호 기자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미국 하버드대에 진학했던 금나나(34·사진)씨가 동국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로 13년 만에 한국에 돌아왔다. 금 교수는 "캠퍼스를 지나다니면 학생들이 힐끔힐끔 쳐다본다. 아직 교수 티가 안 나나 보다"라며 수줍어했다. 인터뷰 도중 동료 교수가 함께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경북대 의예과에 다니던 그는 2002년 미스코리아 진이 됐다. 이후 미국 유학을 떠나 하버드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영양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버드 도전기를 담아 2004년 출간한 에세이 '나나 너나 할 수 있다'는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금 교수는 "미스코리아라는 타이틀 때문에 주목을 받아 함께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서도 "제가 받는 대중의 관심을 새롭게 나온 학문이나 연구에 대한 관심으로 돌려보고 싶다"고 했다. "혼신을 다한 논문을 발표했는데 학자들 사이에서만 읽히고 '논문을 위한 논문'이 될 때 가장 회의감이 들었거든요. 박사과정 중에 콜레스테롤과 건강의 상관관계를 다루는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큰 보람을 느꼈어요. 앞으로도 과학 지식을 좀 더 친숙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처음 영양학에 관심을 가진 것은 미스코리아 시절 다이어트를 하면서부터였다. "미스코리아 1년 동안은 살이 찌면 안 된다는 강박으로 무조건 적게 먹었어요. 그러면서 먹는 음식에 따라 달라지는 기분이나 몸 상태를 관찰하게 됐죠." 그는 "흔히 한식이 건강한 음식이라고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면서 "야채·과일 위주로 식사하다가 한식을 먹으면 염분 때문에 몸이 금방 붓는다"고 했다. 요즘 그는 사찰음식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엔 한국사찰음식연구소에 가서 직접 요리를 배우기도 했어요. 사찰음식을 세계화하기 위해 필요한 과
학적인 근거를 찾아볼 계획입니다."

이번 학기에 그는 일반학과 식품위생학 강의를 맡아 20~30명 학생과 수업한다. 개강 첫 주에는 식품위생학 수업에서 살충제 계란 파동에 대해 학생들과 토론했다. "흔히 음식의 가치를 평가할 때 영양소만 본다면 절반밖에 보지 못하는 것"이라면서 "이번 파동에서도 닭의 사육 과정이 문제가 됐듯이 환경이나 생산과정 등 고려 요소가 굉장히 많다"고 했다. "미국에선 선택할 수 있는 계란의 종류가 많아요. '케이지 프리(Cage-free)'라고 닭장 안에서 키우지 않은 닭이나 목초에서 자란 닭의 계란을 골라 먹을 수 있죠. 비싸더라도 동물 복지 계란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때 농장도 변화를 보일 겁니다."

2003년 미스 유니버스 대회 참가 때 모습.
2003년 미스 유니버스 대회 참가 때 모습.
금 교수는 자신을 '목표 중독'에 걸린 승부사라 표현했다. "항상 성공을 거두진 않지만 도전 자체가 즐거워요. 행복하고 편하기만 하면 배우는 게 없잖아요." 그에게도 쓰라린 실패가 있었을까. "학사 과정 마치고 26개 메디컬 스쿨 에 지원했는데 전부 다 떨어졌어요. 그때는 너무나 고통스러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제 생애 가장 큰 축복이 메디컬 스쿨에 가지 못하게 된 일 같아요." 그는 "대학원에 다니면서 오히려 인생의 가치나 삶의 태도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면서 "다음 목표는 학생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교수의 이익보단 학생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교수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06/201709060004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