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9.04 03:12
'내 탓'보다 '네 탓' 찾아내 잘못 합리화하는 경향 많아
"미안해, 내 탓이야" 반성과 "다시는 실수 안 할게" 약속과
"대신 맛집에서 쏠게" 보상까지… 적절한 사과는 관계 좋게 해
'네 탓이야' 때문에 속상하다는 하소연이 적지 않다. 예를 들면 '남편이 아이가 잘할 땐 다 자기 닮아서라 하고, 아이가 실수할 때는 모두 제 탓이라고 하니 너무 짜증납니다' 또는 '직장 상사가 본인이 지시해 놓고는 일이 잘못되니 저에게 탓을 돌려 울화병이 생겼어요' 등이다.
사과할 일이 생겼다면 우선 '미안하다'라 표현을 하는 것이 시작이다. 그리고 그 문제가 '내 탓이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잘못한 일이 있으면 사과할게'란 말은 사과가 아닌 공격이다. 내 잘못을 모르겠으니 상대방에게 내 잘못을 찾아 보란 이야기다. 이런 말로 사과를 시작하면 상대방 마음도 더 상하기 쉽고 타이밍도 놓치게 된다. 기왕 사과를 할 거라면 즉각적으로 '미안하다, 내 탓이다'라 하는 것이 상대방 마음을 푸는 데 도움이 된다.
여기에 '다시는 이런 실수는 없을 거야'라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 사과가 더 진실해진다. '내 탓이다'라고 해 놓고는 그 실수를 반복하면서 사과만 하는 사람을 신뢰하긴 어렵다. 실수에 대한 재발 방지 약속은 내 마음도 다시 한 번 챙기게 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실제 그 약속을 지켜 나가면, 잘못은 했어도 약속한 말을 지키는 사람이란 이미지가 만들어져 시간이 가면서 오히려 나에 대한 신뢰가 커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재발 방지 약속과 함께 이번 실수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까지 약속하면 사과가 더 묵직해진다.
가벼운 예를 들면, 친구와의 저녁 약속을 당일 어기게 되었을 때, 우선 '미안해, 사정은 있지만 결국은 내 잘못이지'라 이야기한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도록 내가 약속시간을 더 잘 챙겨 볼게, 최소한 일주일 전에는 이야기해 줄게'라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다. 그리고 '오늘 약속을 어겼으니 다음 저녁은 내가 맛집에서 쏠게'라는 보상으로 마감한다. 여기서 새로운 약속 날짜를 잡을 때 오늘 약속을 어긴 것이 미안해서 급하게 '내일 어때' 하는 것보다는 여러 개의 날짜를 주고 상대방이 선택하게 하면 좋다. 우리 마음은 선택의 자유로움이 증가할 때 상대방이 나를 아낀다고 느낀다. '뭐 먹을까 물어봐 놓고는 항상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가는 상사가 힘들다'는 직장인들의 불만 사연이 꽤 많다. 먹고 싶은 것을 못 먹는 것보다 선택의 자유를 힘으로 독점하는
윗사람이나 친구에게 하는 사과보다 어려운 것이 자녀나 후배에게 하는 사과다. 내 힘이 약해지면서 나를 무시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 때문이다. 그러나 적절한 사과는 상대방이 자신의 가치를 존중해준다는 느낌을 갖기에 상대방의 자존감을 튼튼하게 해주고 관계도 더 돈독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