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철학

"대한민국 건국… 명분은 1919년, 역사적 事實은 1948년"

최만섭 2017. 8. 30. 09:59

"대한민국 건국… 명분은 1919년, 역사적 事實은 1948년"

입력 : 2017.08.30 03:06

[대한민국 건국 論爭 이것이 궁금하다] [5·끝] 이완범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건국, 臨政에서 50% 달성하고 정부 수립때 90%, 통일되면 완성
백범·우남, 건국 위해 일생 바쳐… 兩 진영 소모적 이전투구 피해야"

"대한민국 건국은 망명지의 임시정부에서 50%가 이뤄지고 나라를 되찾은 후 정부 수립으로 90%가 됐다. 부족했던 나머지 10%는 통일이 되면 채워질 것이다."

한국현대정치사 연구자인 이완범(57)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명분과 설득력에서는 '1919년 건국론'이 앞서지만 역사적 사실과 사회과학적 평가에서는 '1948년 건국론'도 뒤지지 않는다"며 "양쪽 모두 근거가 많고 해석도 넘치기 때문에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정치학 전공인 이 교수는 '한국 해방 3년사' '한국전쟁' 등의 저서가 있다.

이완범 교수는“‘1919년 건국론’과‘1948년 건국론’은 양쪽 모두 부분적으로 맞지만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완범 교수는“‘1919년 건국론’과‘1948년 건국론’은 양쪽 모두 부분적으로 맞지만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명원 기자
―1919년 수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가 국가로서 50% 부족하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임정은 위대한 독립운동의 구심체였지만 독립운동 세력을 모두 포괄하지는 못했다. 영토·국민·주권·국제적 승인의 측면도 결정적 결격 사유는 없지만 조금씩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상적인 공화국 체제와 비교하면 절반 정도의 성취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임정이 1941년 발표한 '건국강령'과 임정 요인들의 '건국' 다짐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조소앙이 기초한 '건국강령'은 신해혁명으로 중화민국이 수립된 후 손문이 발표한 '건국방략'(1919년)과 '건국대강(大綱)'(1924년)에서 영향받았다. 이는 중국이나 한국이나 국가로서 50%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구상과 방법론을 담은 것이었다. 임정 요인들의 '건국' 다짐 역시 완전한 국가를 만들겠다는 포부로 봐야 한다."

―그렇게 부족했던 부분을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보완했다는 이야기인가.

"그렇다. 대한민국정부는 사회과학적 관점에서 국가의 요소를 대부분 충족했고 대한민국정부에 참여한 임정 요인들도 그들의 건국 구상이 부분적으로 실현된 것으로 생각했다. 다만 분단 정부이기 때문에 영토와 국민의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고 그것은 미래의 한반도 통일정부가 채워줄 것이다."

―'1948년 건국론'은 대한민국정부가 임정을 계승했다는 사실을 별로 인정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김구·김규식 등 임정 주류가 제헌국회 선거에 참여하지 않았고 헌법·정치체제·군대 등을 창설했기 때문에 절반은 신생국가 면모를 지녔다. 하지만 이승만 대통령 등이 정부 수립을 주도했고 임정을 정신적으로 계승했기 때문에 나머지 절반은 독립운동과 함께 진행된 건국을 완성한 것이었다. 양 측면을 함께 봐야지 어느 한쪽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

―'1919년 건국론'과 '1948년 건국론'의 종합을 강조하는데.

"대한민국임시정부와 대한민국정부를 연속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임정을 '0공화국'으로 부르는 등 대한민국의 기원임을 분명히 나타내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건국기념일 논쟁과 관련해서는 1919년을 '대한민국임시건국일', 1948년을 '대한민국정식건국일'로 부르는 것도 방법이다."

―현재로서는 대립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

"이 논쟁은 보수 세력 내 김구주의자
와 이승만주의자의 갈등인데 진보 세력이 김구주의자에 가세해 대립구도가 형성됐다. 양 진영의 리더들은 상대 쪽에 유리한 사실을 무시하지만 귀를 열고 상대방 주장을 들으면 경청할 부분이 많다. 백범(김구)과 우남(이승만)은 모두 대한민국 건국을 위해 일생을 바친 분들이다. 학문에 유일하고 영구적인 이론은 없다는 점을 이해하고 소모적인 이전투구는 피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30/201708300009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