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11.30 03:03
美 전역에 전자 중환자실 확산… 병원 500곳 연결해 인력 부족 해소, 의료 과실 감소 등 놀랄 만한 성과
보수적 일본서도 도입 서두르는데 우리는 몇 년째 의료계·정부 간 실질적 진전 없이 공방만 오가
최근 미국 뉴저지에 있는 종합병원을 다녀왔다. 미국 병원에 빠르게 확산되는 전자 중환자실(eICU) 시스템을 보기 위해서였다. 전자 중환자실은 일종의 원격 중환자 관리 시스템이다. 병원 밖 중앙센터에 중환자 의학 전문의와 전문 간호사들이 24시간 근무하면서 모니터 등을 통해 연결된 중환자실 환자를 돌보고 일선 중환자실 진료를 지원하는 체계다.
필자가 방문한 eICU 센터는 의료원 산하 7개 병원 중환자실 120여개 병상을 원격으로 연결한 곳으로, 12명의 전담 의사와 25명의 간호사가 24시간 교대로 근무하고 있었다. 각 스테이션에는 8개의 모니터가 있어, 환자들의 산소 포화도, 호흡량, 약물 투여 상황 등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환자 상태에 따라 현장의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지시나 조언을 하고, 직접 처방을 변경하거나 약물 처방을 낼 수도 있다.
미국 전역에는 이런 eICU가 50여개 있다. 연결된 병원 수는 500여곳을 넘어섰다. 미국 전체 성인 중환자실의 15%에 달한다. 이 시스템이 급속히 확산하는 근본 이유는 고령사회를 맞아 늘어나는 중환자 진료 수요에 비해 이를 담당할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의료계 내의 대표적 3D 분야로 꼽히는 중환자실 전문 인력 부족은 미국이라고 다르지 않다.
eICU에는 20년 차 이상의 숙련된 의사와 간호사가 근무하기 때문에 경험이 적은 일선 의사와 간호사를 잘 보조해 준다. 또한 중환자실 야간 당직자 수와 업무 피로를 줄여 줘 현장 의료진의 삶의 질이 매우 좋아졌다고 한다. 어느 나라나 밤 근무 기피 때문에 간호사가 부족하기에 이 시스템이 갖는 의미는 크다.
에볼라 치료 병원으로 유명세를 탔던 애틀랜타주(州)의 에모리 대학병원은 밤 시간 중환자 관리를 위해 밤낮이 정반대인 호주 시드니에 eICU를 설립해 의료진을 파견했다. 1만5000㎞ 떨어진 시드니에서 시차를 활용해 애틀랜타 중환자를 관리하다니! 기존 개념으론 상상 못할 새로운 병원이다.
eICU를 도입한 병원들은 놀랄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입원 기간과 재입원율이 현저히 줄었고, 합병증 및 의료 과실도 감소했다. 환자는 더 잘 치료받아 좋고, 병원은 경제적으로 비용 절감을 하니 환자와 병원 모두에 윈-윈이다. 여러 중환자실의 성과와 지표를 비교 관리함으로써 진료 표준화도 대폭 진척됐다. 일하는 방식을 전부 바꿔야 하는 의료진의 저항이 있었지만, 막상 도입하자 의료진도 만족해했다.
의료 정책이 보수적이기로 이름난 일본도 eICU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도쿄에 있는 쇼와 대학병원은 정부 지원을 받아 시범사업으로 내년 초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전자 환자 관리 시스템은 일반 병실은 물론 응급실이나 감염관리 격리실 등에도 적용 가능하다.
전 세계적으로 이처럼 ICT(정보통신기술)를 이용한 새로운 의료 시스템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미국 미주리주 체스터필드에는 330명의 의료진이 365일 24시간 근무하는 1만2000평 규모의 4층짜리 병원이 새로 문을 열었다. '머시(Mercy) 가상의료센터'라는 이름의 이 병원에는 입원실도 없고 외래도 없다. 환자 없는 병원이다. 손님 없는 백화점인 셈이다. 이 병원은 미국 7개 주 38개 병원을 연결해 eICU와 원격 뇌졸중 센터를 운 영한다.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재택 원격의료도 제공한다.
우리나라는 최근 몇 년간 원격의료를 둘러싸고 의료계와 정부 간 치열한 공방이 있었다. 불행히도 실질적인 진전과 합의는 하나도 이뤄내지 못하고 말만 요란했다. 의료를 산업화하는 수단이라는 단정적인 반대도 있었다. 그 사이 전 세계는 효율적인 의료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원격의료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필자가 방문한 eICU 센터는 의료원 산하 7개 병원 중환자실 120여개 병상을 원격으로 연결한 곳으로, 12명의 전담 의사와 25명의 간호사가 24시간 교대로 근무하고 있었다. 각 스테이션에는 8개의 모니터가 있어, 환자들의 산소 포화도, 호흡량, 약물 투여 상황 등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환자 상태에 따라 현장의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지시나 조언을 하고, 직접 처방을 변경하거나 약물 처방을 낼 수도 있다.
미국 전역에는 이런 eICU가 50여개 있다. 연결된 병원 수는 500여곳을 넘어섰다. 미국 전체 성인 중환자실의 15%에 달한다. 이 시스템이 급속히 확산하는 근본 이유는 고령사회를 맞아 늘어나는 중환자 진료 수요에 비해 이를 담당할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의료계 내의 대표적 3D 분야로 꼽히는 중환자실 전문 인력 부족은 미국이라고 다르지 않다.
eICU에는 20년 차 이상의 숙련된 의사와 간호사가 근무하기 때문에 경험이 적은 일선 의사와 간호사를 잘 보조해 준다. 또한 중환자실 야간 당직자 수와 업무 피로를 줄여 줘 현장 의료진의 삶의 질이 매우 좋아졌다고 한다. 어느 나라나 밤 근무 기피 때문에 간호사가 부족하기에 이 시스템이 갖는 의미는 크다.
에볼라 치료 병원으로 유명세를 탔던 애틀랜타주(州)의 에모리 대학병원은 밤 시간 중환자 관리를 위해 밤낮이 정반대인 호주 시드니에 eICU를 설립해 의료진을 파견했다. 1만5000㎞ 떨어진 시드니에서 시차를 활용해 애틀랜타 중환자를 관리하다니! 기존 개념으론 상상 못할 새로운 병원이다.
eICU를 도입한 병원들은 놀랄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입원 기간과 재입원율이 현저히 줄었고, 합병증 및 의료 과실도 감소했다. 환자는 더 잘 치료받아 좋고, 병원은 경제적으로 비용 절감을 하니 환자와 병원 모두에 윈-윈이다. 여러 중환자실의 성과와 지표를 비교 관리함으로써 진료 표준화도 대폭 진척됐다. 일하는 방식을 전부 바꿔야 하는 의료진의 저항이 있었지만, 막상 도입하자 의료진도 만족해했다.
의료 정책이 보수적이기로 이름난 일본도 eICU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도쿄에 있는 쇼와 대학병원은 정부 지원을 받아 시범사업으로 내년 초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전자 환자 관리 시스템은 일반 병실은 물론 응급실이나 감염관리 격리실 등에도 적용 가능하다.
전 세계적으로 이처럼 ICT(정보통신기술)를 이용한 새로운 의료 시스템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미국 미주리주 체스터필드에는 330명의 의료진이 365일 24시간 근무하는 1만2000평 규모의 4층짜리 병원이 새로 문을 열었다. '머시(Mercy) 가상의료센터'라는 이름의 이 병원에는 입원실도 없고 외래도 없다. 환자 없는 병원이다. 손님 없는 백화점인 셈이다. 이 병원은 미국 7개 주 38개 병원을 연결해 eICU와 원격 뇌졸중 센터를 운
우리나라는 최근 몇 년간 원격의료를 둘러싸고 의료계와 정부 간 치열한 공방이 있었다. 불행히도 실질적인 진전과 합의는 하나도 이뤄내지 못하고 말만 요란했다. 의료를 산업화하는 수단이라는 단정적인 반대도 있었다. 그 사이 전 세계는 효율적인 의료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원격의료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