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4.11 08:00
- ▲ 수면에 관한 베스트셀러인 ’파워 슬립(Power Sleep)’의 저자 제임스 마스 박사 /이덕훈 기자
잠 좀 한번 실컷 자봤으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푸념들이다. 많은 현대인들이 만성적인 수면 부족을 하소연한다. 잠을 자도 도무지 잔 것 같지가 않다는 사람도 많다. 일과 잠은 영원한 상극인가? 일생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잠의 세계. 잠시라도 허투루 쓰고 싶지 않은 웰빙 시대에 누구에게나 초미의 관심사다.
때마침 세계수면학회(WASM, World Association of Sleep Medicine) 학술 대회가 지난달 21~2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58개국에서 온 수면의학자 1700여명이 한 자리에 모여 수면 장애와 치료, 숙면 등에 관한 최신 정보를 소개하고 토론했다.
이날 참석한 사람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잠의 대가’를 찾아 수면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잠은 도대체 왜 자야 하는지, 다소 뜬금없는 질문부터, 어떻게 해야 꿀잠을 즐길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요령에 이르기까지 시시콜콜 물었다.
자문에 응해준 상대는 제임스 마스(James Maas) 박사. 수면의학의 선구자다. 일찍이 미국에서 ‘Power Sleep(국내에는 ‘쾌면력’으로 번역돼 나왔다가 ‘상쾌한 아침을 여는 책’으로 재출간)’이라는 베스트셀러로 숙면에 대한 관심을 폭발시킨 학자다. 지난달 23일 늦은 오후 시간 서울 시내 호텔에서 마주했다. 한국과 미국 간 시차로 인한 여독이 채 가시지 않았을 텐데도 그는 긴 인터뷰 내내 하품 한 번 하지 않았다. 매일 밤 자정에 잠들어 8시까지 숙면을 취하는 규칙적인 생활 습관 덕분이라고 했다.
-한국은 처음인가? 이번에 온 이유는?
작년 8월에 한 번 와봤다. 이번이 두 번째다. 세계 수면학회 참석차 한국에 왔다. 수면 보조기기 회사인 ‘라이트북’ 초청으로 학부모 상대로 학업과 잠의 중요성에 관한 강연이 예정돼 있다.
-수면은 참 미스터리다. 하루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그런데도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왜 이토록 긴 잠이 필요하게 됐는지는 아직도 모른다고 들었다. 지금까지 더 밝혀진 게 없나?
정확한 이유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잠을 자지 않을 경우에는 일상 생활과 업무는 물론 감정과 전반적인 건강에 해로운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 뿐이다. 잠을 제대로 못 잔 사람은 무기력하고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
건강에 신경 쓰는 사람들조차 균형 잡힌 영양 섭취와 운동의 중요성은 잘 알면서도 수면의 중요성은 잘 아는 경우가 드물다.
-여러 분야에서 과학적인 지식이 발달했는데 왜 유독 수면에 대해서는 큰 진전이 없을까?
아주 좋은 질문이다. 예전에 우리는 수면을 그냥 ‘활동을 하지 않는 상태’로만 봤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마치 차를 차고에 세워둔 상태 같은 것 말이다. 1952년쯤에 와서야 수면이 생각보다 우리 체중과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인간 활동에 필수 요소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가 수면에 대해 좀더 세분화된 연구를 하기 시작한 것 자체가 비교적 최근의 일다. 이제는 가령, 수면 장애만 해도 89가지의 다양한 형태가 있다는 것을 안다. 이 중에서 주요한 것은 5가지 정도로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잠을 연구하는 수면 의학은 기존 의과대학이나 전공의 과정에서 별도 과목으로 가르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내가 수면 의학계에 발을 디딘 것은 1969년이었다. 당시만 해도 전 세계에 ‘수면 의사(sleep doctor)’ ‘수면 연구자(sleep researchers)'라고 할 사람들이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수면 전문 잡지도 없었다.
환자들은 그 방면의 의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수면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치료사를 찾고, 수면 전문의를 찾아 가기도 했다. 문제는 정작 의사들이 잘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 사람들은 의과대학 내내 두 시간짜리 강의 한 번 듣는 게 전부였으니까. 그러니 환자를 제대로 도와줄 수가 없었다. 너무 쉽게 약물 치료를 권하거나(나는 이 방식에 대해 대단히 부정적이다), 그저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네요” “나도 잠 잘 못 자요” 같은 말로 응대하곤 했다.
다행히 이런 관행은 이제 바뀌고 있다. 왜냐하면 수면이야말로 거의 모든 질병과 연관돼 있음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암이나 당뇨병, 심장마비, 알츠하이머까지 대부분의 질병이 수면과 관계가 있다. 수면의 질과 양이 면역시스템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27개 단체가 수면을 연구하고 있고, 나 같은 수면 의학자가 인기 TV쇼인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할 정도로 대중적인 관심도 높아졌다. 이제 수면은 영양, 운동을 넘어 가장 중요한 질병의 예측 변수로 간주되고 있다. 얼마나 자고 얼마나 잘 자느냐는 것이 웰빙 측면에서도 아주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
-지금은 의과대학에 정식으로 수면에 대한 과목이 있나?
일부에만 있다. 이제 막 시작 단계다. 보통은 정신과의 일부로 편입돼 있다. 독립된 분과로 나가기엔 의학계엔 다른 분야 공부도 너무 많다.
그러나 수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매우 높아졌다. 이제 의사들은 환자의 상태를 진단할 때에 "잠은 잘 주무십니까?"라고 묻기 시작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수면 자세 테스트도 받는다.
의사들도 이제는 사람들의 다양한 수면 장애를 일률적으로 5가지 분류에 집어넣지 않는다. 89가지의 수면 장애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장애를 치료한다.
관심은 단순히 수면 장애에 그치지 않는다. 이제는 사람들의 다양한 업무 실적(performance)에도 주목한다. 학생들의 학업이나 기업 CEO와 직원들의 업무 실적 말이다. 학생들의 학습 능력 향상을 위해 수면 프로그램을 적용하곤 한다.
점점 더 많은 세계 주요 기업들이 수면 프로그램을 직원 복지 향상을 위해 도입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글로벌 기업들이 나를 워크샵에 초청해서 수면학 강의를 듣는다. 구글이나 애플, IBM 같은 회사들도 이런 강좌를 듣고 한다.
-인류가 진화해 오는 동안 우리의 수면 패턴에는 변화가 없었나? 수면 시간의 길이라든가?
최근 수십 년 사이에 수면 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산업혁명 전만 해도 사람들은 해가 지면 잤다. 그리고 해가 뜨면 일어났다. 아마 거의 10시간에서 9시간 정도 잤을 거다. 그 뒤로 8시간, 7시간, 6시간씩으로 줄어들더니 요즘은 5시간 정도 잠을 잔다. 특히 CEO나 고위직에서 일하는 사람의 잠이 점점 줄고 있다.
-그동안 수면 길이가 변해왔다는 사실은 어떻게 알 수가 있나?
당시 사람들의 증언을 기록한 기록물이나 삶을 묘사한 문헌 등에만 남아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잠의 양이 아니라 수면의 질이다.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수면을 과대평가하곤 한다. 사실 평균적으로 자기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늘 47분 정도 덜 잔다고 보면 된다. 보통 아침에 물어보면 7시간 잤다고 답하는데, 실제로 잠을 잔 시간은 약 6시간쯤 된다.
-최근에 나온 관련서를 보면 중세 시대에는 밤에 잠을 두 번 나눠 잤다고 하던데 사실인가?
그렇다. 그에 대해선 더 많은 증거가 발견되고 있다. 옛날 석기시대 때로 돌아가 보면, 처음엔 깊은 잠을 자고, 잠깐 일어나서 불이 잘 피워져 있는지 살펴야 했다. 밤에 동물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고 다시 자곤 했다. 그렇게 한 차례 긴 잠, 그 다음 짧은 잠이라는 구분된 수면 주기가 우리에게는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사람들이 요즘 자다가 몇 번 깨고 다시 자는 걸 불면증이라 하는데, 그게 사실 우리에겐 정상적인 것이었다.
근대 와서 산업혁명 이후 우리의 삶이 너무나 많이 바뀌었다. 정시에 자고 일어나는 패턴으로 바뀐 거다. 하지만 그런 것이 인류에겐 오히려 더 이상한 수면 패턴이다. 그래서 우리 같은 전문가들은 자다가 몇 번씩 깬다고 하는 사람에게는 “그 정도는 괜찮다”고 말해준다. 자다가 깨서 다시 잠드는 데에 20분 안팎으로 걸리는 정도라면 수면장애가 아니다. 다만, 한 번 잠이 들었을 때 90분 이상 잠을 이어서 자지 못한다면 불면증으로 볼 수 있다.
요즘은 잠에도 여러 단계가 있다는 ‘다단계 수면 패턴’에 대한 이해가 확산되고 있다. 이게 굉장히 자연스러운 거다. 4시간은 꺼져 있다가 4시간은 켜져 있고, 다음 4시간은 다시 꺼져 있고 하는 식으로. 문제는 이런 수면 패턴을 제대로 이해해 주는 기업이 없다는 거다.(웃음)
-보통은 8시간 수면이 적당하다고 하지 않나?
사람마다 다르다. 보통 7시간 반에서 9시간 정도가 적정 수면 시간이다.
체질적으로 이보다 덜 자도 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short sleeper)은 6시간 반에서 7시간, 혹은 그보다 더 적게 자도 큰 무리가 없다. 하지만 이런 행운을 타고난 사람은 전체의 4~5%에 불과하다.
문제는 다른 일반인들도 'short sleeper'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 수면 부족 때문에 몸이 정상이 아닌데도 힘들지 않다고 여기면서 활동하고, 결국 그로 인해 비행 사고나 자동차 사고를 비롯한 여러 가지 심각한 사고를 낳곤 한다.
-성별로는 차이가 있나?
있다. 불면증으로 고통받는 사람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다. 또 여성은 신체 구조 상 남성보다 더 많은 양의 수면을 필요로 하는 측면이 있다. 호르몬 변화나 월경 주기,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이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니 남편이 아내에게 "왜 그렇게 많이 자, 우울해?" 이런 식으로 타박하는 것은 잘못이다. “너는 왜 사이즈 6짜리 신발을 신니? 왜 그래야 하지?”라고 따지는 것과 같다. 체질적으로, 생물학, 유전학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당연한 거다.
-문화에 따른 차이도 있나?
물론이다. 가장 가까운 예가 바로 쉴 새 없이 일하는 현대인의 ‘7일 24시간제’ 사회다. CEO는 직원들 독려하느라 잠을 못 자고, 직원들은 특히 경기 침체기에는 감원이 되면서 적은 수가 더 많은 일을 하게 된다. 그러니 점점 더 많은 직원이 건강을 잃곤 한다.
그래서 나는 기업에 가서 강연할 때마다 이렇게 강조한다. “최저 수면 시간을 보장해 주지 않는 기업은 직원의 돌연사에 대해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잠을 제대로 자게 해주면 오히려 직원의 생산력이 높아지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당신 책 ‘Power sleep’이 미국에서 오래 베스트셀러였다. 핵심이 뭔가?
내 책은 처음으로 효율적인 수면이 우리 업무 능력과 기억력, 그리고 건강을 모두 향상시킨다는 이론을 제시하고, 인정받은 책이다. 밤에 잘 자기 위한 황금 수칙, 숙면을 위한 20가지 팁 같은 것을 개발했다. 또 ‘꿀 단잠(power nap)'을 위한 팁도 담았다. 잠의 역사와 좋은 잠이란 어떤 것인지, 수면 장애는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서술했다.
-구체적으로 숙면을 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아래에 답변과 책 내용을 정리했다)
1.먼저 자신에게 필요한 하루 수면 양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라.
필요 수면 양은 상황에 따라 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떤 기업인은 ‘잠은 인생에서 낭비하는 시간이니 4~5시간만 잘 수 있도록 컨디션을 관리하라’고 한다. 물론 강한 의지로 그렇게 자고 일어날 수는 있다. 그러나 계속해서 그렇게 산다면 몸이 타고난, 생물학적으로 원하는 수면 욕구를 거스르는 것이 된다.
2.정기적인 수면-기상 스케줄을 짠다.
잠자리에 드는 시각과 아침에 일어나는 시각을 일정하게 유지하라는 거다. 주중 주말 관계 없다. 아까 말했듯이 몸의 생체 시계는 단 하나다. 언제 잠자리에 드는 게 좋은가? ‘졸음이 밀려오는 얼굴(sleepy face)’이 바로 생체 시계라고 보면 된다. ‘sleepy face’가 됐을 때 누워 잠을 청하는 게 좋다.
3.가능하면 하루 안에 끝낼 수 있는 업무 스케줄을 짜는 편이 좋다.
우리는 다단계(polyphasic) 수면을 허락하지 않는 사회에 살고 있다.
4.침실은 늘 어둡고 약간 서늘한 게 좋다.
베개와 매트리스 선택도 아주 중요하다.
5.오후 2시 이후엔 카페인을 섭취하지 말라.
디카페인 커피라고 해도 완전히 카페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밤잠을 방해할 수 있다. 잠자리에 들기 3시간 전부터는 술도 안 마시는 게 좋다. 술에 취하면 곧바로 쓰러져 잘 수 있지만 90분마다 잠에서 깨어나게 된다.
6.반려동물과 함께 자는 것은 방해가 될 수 있다.
수면 중에 동물이 돌아다니거나 하면 깊게 잘 수 없다.
7.낮 시간 적절한 때에 운동을 하라.
8.잠자리에서는 전자제품을 사용하지 말라.
9.만약 밤에 충분히 자지 못했을 땐 쪽잠(power nap)을 자라.
5~15분 정도. 길게는 45분까지도 좋지만 60분 이상은 안 된다. 낮잠을 너무 많이 자면 밤잠을 설치게 된다. 밤에 잠자기 어려운 고령자들에게는 파워 냅을 권하지 않는다.
10.가능하면 스트레스를 줄여라.
명상이든 요가든, 아니면 조용한 클래식 음악을 틀어 두든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라.
-오후 2시 이후 커피를 피하라고 했는데 차는 어떤가?
디카페인 차가 가장 좋겠지만, 어쨌든 카페인을 섭취하는 것 자체가 숙면에는 좋지 않다.
-운동은 몇 시쯤 하는 게 가장 좋은가?
제일 좋은 건 오후 5~7시나 정오다. 제일 나쁜 것은 새벽에 눈 뜨자마자 하는 거다. 몸이 아직 활동을 시작할 준비가 안 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잠에서 깬 직후엔 30분 이상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8시간 정도 푹 잔 뒤에 운동을 한다면 괜찮겠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못한다. 오히려 아침 운동을 하겠다며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나곤 한다. 그럴수록 다치기도 쉽다. 잠자기 직전의 운동도 권하고 싶지 않다. 몸의 활동이 너무 활발해지고 근육이 긴장한 상태가 되기 때문에 잠을 이루기가 어려워진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몸 온도가 적당히 높아진 상태에서 서늘한 잠자리에 드는 거다. 그러면 깊은 잠을 자면서 온도가 적정하게 맞춰지게 된다. 베개와 매트리스의 온도를 서늘하게 맞추고 적당한 습도를 유지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보통 수면 습관에 따라 '아침형 인간'과 '올빼미형'으로 나눈다. 어느 쪽이 나은가?
그런 습관은 보통 유전적인 영향이 크다. 부모님이 양쪽 모두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short sleeper’라면 그 사람도 그럴 확률이 높다.
하지만 보통은 대학생이 되거나 하면서 공부할 게 많아지니까 밤 늦게까지 일어나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그 결과 '올빼미형'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그 동안 문화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잠이 부족해지는 한 방향으로만 발전했다.
다행히 요즘은 올빼미형 인간을 아침형으로 바꿀 수 있는 여러 기술이 개발됐다. 예를 들어 올빼미형이 좀 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싶다면 잠이 깬 직후 밝은 햇볕에 몸을 쬐는 것이다. 태양을 직접 볼 필요는 없다. 반대로 아침형이 좀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려면, 자기 전에 햇볕을 쬐면 된다. 그래서 요즘은 햇볕과 같은 빛을 발산하는 제품('라이트북')도 나와 있다. 인공 햇빛인 셈이다. 이런 방법은 장거리 여행 중에 나타나는 시차증(jet lag)을 극복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최근에 작가의 수면 습관과 생산성에 관한 재미있는 조사 결과를 본 적이 있다. ‘올빼미형 작가’일수록 다작(多作)인 반면, ‘아침형 작가’ 중에 수상자가 많다고 한다.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개인적인 차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 중에는 잠을 적게 자도 괜찮은 ‘숏 슬리퍼(short sleeper)’가 있다. 토머스 에디슨 같은 사람이 대표적이다. 에디슨은 하루 4시간 자는 걸로 유명했다. 잠자는 시간을 낭비라고 생각하던 사람이다. 하지만 실험실 조수의 증언이나, 여러 기록물을 보면 사실 에디슨은 실험실에 침대를 두고 낮잠을 잤다. 그가 평소 수면 시간을 말할 때는 2, 3시간 낮잠 자는 시간은 포함하지 않고 말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윈스턴 처칠은 새벽에야 잠들고 오후 늦게 일어난 ‘올빼미형’이었다.
두 사람 모두 엄청난 위업을 이룬 사람들 아닌가. 그러니 어느 쪽이 더 좋다는 입장을 택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사람들 말이, 천재와 정신이상자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들 하지 않나. 천재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목표가 있을 때 끝까지 자신을 밀어붙인 게 다른 거다.
-아침형이나 올빼미형 중에 어느 쪽이 더 낫다고는 할 수 없다는 얘기네?
그렇다. 물론 '올빼미형'이 되고 싶지 않다면 낮에 일하는 직업을 가져야 할 테고, 반대라면 밤에 일하는 직업이 낫겠다. 일에 따라 좀 더 편하다는 이야기지 뭐가 더 좋다, 나쁘다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멜라토닌 분비가 늦다. 이럴 때 두뇌의 수면과 각성 주기가 교란되면서 나타나는 문제가 ‘수면 지체 단계 증후군(Delayed Sleep Phase syndrome)이란 거다. 하루 중 늘 피곤하다는 신호가 나타나는데도 새벽 1,2시까지 잠을 자지 못하는 거다.
원래 인간에게는 성장 호르몬이 나오는 일정 시간대가 있다. 청소년기는 성장이 필요한 시기 아닌가. 그런데 성장 호르몬이 나오는 시간대에 잠을 자지 못 하면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는다.
아이들이 한밤중이 지나 1, 2시쯤에 잠이 들게 되면 제때 일어나는 시각은 아마 한 오전 11시쯤 될 거다.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늦게 잠자리에 든 애들을 깨워 오전 7시나 8시까지 학교에 보낸다. 그러니 애들이 정신은 베개 위에 놓인 채로 몸만 학교에 가는 꼴이다.
그런데도 선생님들은 "아침 시간에 아이들의 집중력이 제일 좋을 테니 어려운 건 아침에 해야지" 한다.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애들로서는 한밤중인 시간에 가르치는 셈이니까.
굉장히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다. 자주 인용되는 연구인데,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이 6시간을 못 잔 상태에서 수학이나 언어 문제를 풀게 하면 거의 대부분의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했다. 반면, 8~9시간쯤 제대로 자도록 하면 90%는 문제를 잘 풀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자야 뇌가 제대로 깨어나고, 모든 것이 정확하게 돌아간다는 얘기다.
이거야말로 학교가 지금보다 등교 시각을 늦추는 게 좋다고 할 수 있는, 아주 납득할 만한 이유가 된다.
나는 내 딸이나 아들의 등교 시각이 7~8시여도 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정확한 근거까지 나왔다. 펜실베이니아 의과대학 연구에 따르면 수면 부족이 뇌 신경세포, 뉴런을 죽인다는 거다. 이건 회복이 불가능하다.
-최근 미국에서 그 문제가 논란이 된 것으로 안다. 그 뒤로 등교 시각에 변화가 있었나?
미국은 변화가 아주 느리다. 일부 사립학교들이 등교 시각을 바꾼 정도다.
세계적으로 보면 가장 명망 높은 사립학교들이 먼저 등교 시각을 늦추고 있다. 내가 알기로 북미 지역에서 등교 시각을 늦춘 학교의 경우 아이들은 물론 교사의 스포츠 능력이나 건강, 기분까지 모두 상승했다고 한다. 출석률도 더 높아졌다. 마약하는 아이들 수도 줄었다.
-지금까지 몇 개 학교가 등교 시각을 조정했나?
지금까지 내가 아는 학교는 11개 정도다.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으니, 더 많은 주에서 시행할 것 같다.
미국에서는 등하교 시간 조정과 관련해 논란이 가장 컸던 게 통학 수단 문제였다. 초중고 학생까지 모두 한 대의 스쿨버스로 학생들을 실어나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등교 시각이 제일 빠르니 고등학생을 태워 등교시키고, 다음 중학생, 다음 초등학생 순서로 버스가 돌아가는 거다. 어린아이일수록 아침 잠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아침 잠이 더 필요한 애들은 사춘기 아이들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는 점진적으로 등교 시각을 늦추고 있다.
-평소 밀린 잠을 주말에 몰아 자는 것은 효과가 있나?
그건 마치 주중에는 실컷 먹다가 주말에만 다이어트를 하려는 것과 같다. 주중에 매일 감자칩을 먹어 놓고 주말에 몰아서 운동하려는 격이다. 무엇이든 지속적으로 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우리에게 수면에 관련된 생체 시계는 하나뿐이다. 주중용, 주말용 시계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산업혁명 이후 전등이 우리 수면 패턴에 나쁜 영향을 줬다고 했다. 디지털 기기들은 어떤가?
디지털 디바이스, 전기는 우리의 ‘잠 도둑(sleep thief)’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기기에 시선을 빼앗겨 잠잘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북미 지역 사람 95%가 잠자기 전에 디지털 기기를 사용한다는 통계가 있다. 보통 잠자리에 누워서 아이패드, 스마트폰 등으로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TV를 보고 비디오 게임을 한다.
이런 디바이스에서는 굉장히 많은 ‘청색광(blue daylight spectrum)’이 나온다. 이 빛은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해 수면을 어렵게 한다.
그래서 나는 잠자기 전에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아니면 청색광을 차단할 수 있는 안경을 끼는 게 도움이 된다. 잠자기 직전에 디지털 기기를 볼 경우에는 나중에 낮에 밖으로 나가서 햇볕을 많이 쬔다고 해도 별 소용이 없다.
-수면 장애를 겪는 사람에게 약물 요법은 권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어느 정도 허용할 만한 것은 없나?
미국에서 최근 출시된 게 있긴 한데 다른 나라에서도 완전히 같은 걸 구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천연 물질로 만든 거다. 기억력 감퇴나 자살 충동 같은 부작용이 없는 거다.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보조제다. 미국에선 '파워 오프(Power off)'라는 이름으로 팔린다. 원래 운동 시합 앞두고 불안해하는 운동선수들 위해 만든 거다. 도핑 테스트에 걸리는 약물이 들어있지 않았으면서도 진정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멜라토닌이 약간 들어있다고도 하는데 사실 플라시보(위약 효과) 효과를 일으키는 수준 밖에 안 들어있다.
-숙면에 특별히 좋은 음식이 있나?
할머니는 늘 따뜻한 우유가 최고라고 하셨다. 칠면조 고기도 좋다. 트립토판이 풍부하게 들어있기 때문이다. 칠면조를 구하기 어렵다면 참치도 좋다. 병아리콩, 바나나, 사과, 땅콩버터, 씨리얼, 귀리, 크래커도 괜찮다. 반면에 매운 음식이나 MSG를 함유한 음식, 마늘, 스팸 같은 가공육류는 좋지 않다.
-너무 조용해도 잠을 자기가 어렵다. 잠자기에 좋은 소음 수준이 있나?
당연히 시끄러운 것보다는 조용한 게 좋다. 음악을 약간 틀어두는 것도 도움이 되는데, 엄청나게 시끄러운 헤비 메탈은 오히려 방해가 된다. 가벼운 클래식 음악을 추천한다.
실제로 ‘백색 소음(white noise)’를 발산하는 기계도 있다. 비싸서 쉽게 구하긴 어려울 거다. 그럴 때는 이런 방법을 추천한다. 라디오 주파수를 방송국 두 개 사이에 뒀을 때 나는 지지직거리는 소리를 약하게 틀어놓고 자는 거다. 이게 바로 공짜 ‘백색 소음’이다.(웃음)
-잠이 안 오면 흔히 양을 세라고 하지 않나? 실제로 도움이 되는 방법인가?
그건 안 좋다. 오히려 잠을 깨게 된다. 차라리 명상을 하면서 마음을 비우는 편이 좋다.
- ▲ 제임스 마스 박사가 수면장애에 도움을 주는 휴대용 인공광(光) 기기 ‘라이트북’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햇볕을 충분히 쬐지 못했을 때에 15분 정도 이 기기로 빛을 쬐면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요즘은 숙면을 돕는 앱들도 많이 나와 있다. 이런 건 어떤가?
그 앱이 어떤 일을 하느냐에 달렸다. 가령, 지금까지 수면 사이클을 진단해서 알맞은 시각에 자동으로 깨워준다는 앱은 별로 정확하지 않다고 한다. 수면 자체를 측정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몸을 얼마나 뒤척이는지 움직임을 통해 유추해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램수면 상태를 알려준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우리가 연구하면서 뇌파를 측정해본 결과 실제 상태와는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았다. 아마도 애플 워치는 수면을 측정할 수 있을 거다. 그 분야 개발에 대해선 내가 조언을 해줬다.
어쨌든 나는 누구든지 이런 웨어러블 기기를 차고 있는 게 안 차는 것보다는 좋다고 본다. 사람들이 어느 정도 잠에 대해 신경은 쓰게 되니까. 하지만 그저 차고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걸 차고 있으면서 나오는 바이오 정보를 가지고 어떻게 하면 잠을 잘 잘 수 있는지 스스로 생각해서 노력해야 한다.
교육, 기업 CEO, 저널리스트, 어떤 분야가 됐건 사람의 집중력을 끌어올리고 생산성을 높여주는 요소는 영양과 운동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면이다.
-당신은 잠을 어떻게 자나?
누구나 나를 만나면 다 물어보는 질문이다.(웃음) 나는 보통 자정에 자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늘 알람 없이 혼자서 오전 8시에 일어나려 하고 있다. 지금 77세인데 나이를 감안하면 굉장히 수면 질이 좋다고 볼 수 있다. 낮잠은 보통 여러 스케줄 때문에 제한하는 편이지만, 여행 중이거나 출장 다니거나 할 때 조금씩 잔다.
-잠 이야기를 하면 꿈을 빼놓을 수 없다. 숙면과 관계가 있나?
꿈은 누구나 매일 꾼다. 다만 대부분이 제대로 기억을 못하는 것뿐이다. 숙면을 하는 사람은 전체 8시간 수면 시간 중 ‘렘(REM) 수면을 2시간쯤 취하는 거다. 우리는 렘 수면을 하면서 꿈도 꾸지만 제대로 기억을 못한다. 프로이트는 꿈이 자신의 무의식이라고 했다. 꿈을 분석하면 사람 속에 숨겨진 무의식을 깨달을 수 있다고 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심리학적으로는 꿈이 그렇게 도움이 되진 않는다.
그래도 나는 꿈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꿈에서 체험한 걸 기억하면서 창의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프로이트의 꿈 이론이 지금도 유효한가?
그가 이야기한 많은 부분이 틀렸다고 알려지긴 했다. 우리 속에 쌓인 무의식이 꿈에 반영되면서 폭죽처럼 터지는 이미지로 나타난다고 주장한 이야기 등이 그렇다.
우리가 현재 확실히 아는 건, 우리가 이야기하는 꿈이란 게 실제로 꾼 꿈의 마지막 25분 정도라는 사실 정도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꿈을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별로 뚜렷한 증거는 없다.
그리 오래되진 않았는데 연구가 진행된 적이 있다. 그 결과는 결국 꿈이란 우리 두뇌 중심의 하층부에서 뉴런의 발화에 따른 현상일 뿐이라는 사실이었다. 대체로 아플 때나 열이 날 때 감정적인(emotional) 꿈을 꾸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 다른 실험을 해봤는데, 학생들에게 전기 담요를 덮어주고 관찰해 봤다. 그랬더니 온도가 높아졌을 때 학생들이 꾸는 꿈은 굉장히 감정적이 됐고 온도를 낮췄을 때엔 감정적 기복이 덜하고 조용한 꿈을 꿨다. 결국 체온 변화에 따라 뉴런의 발화가 다르다는 거다.
그러자 꿈을 평소 행동과 관련짓던 사람들은 “꿈을 단순한 생리학적 측면에서만 설명할 수는 없다”면서 굉장히 반발했다. 그래서 그 절충안으로 “그래, 꿈 꿀 때 일어나는 뇌 활동 자체는 뇌 중심 하층부에서 뉴런의 활동으로 나타나는 게 맞다. 그런데 꿈 내용을 보면 그 속에 나타나는 문제나 생각들은 감정적인 수준과 연결되는 거다”라는 정도로 정리하고 있다. 증명하기는 어려운 문제다.
-베개나 매트리스는 숙면에 좋은 게 따로 있나?
물론이다. 매트리스의 경우 움직임을 쉽게 전달하지 않는 게 좋다. 부부가 한 침대에서 자다가 뒤척일 때를 생각해보자. 한 사람이 움직이면 옆 사람도 자연히 같이 움직이게 된다. 그 움직임이 쉽게 전달되면 숙면을 취하기 어렵다. 그러니 한 사람이 움직이더라도 다른 사람 쪽은 움직이지 않는 게 좋다.
매트리스 내부 스프링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어느 정도 단단한 게 좋다. 등을 잘 지지해줘야 한다. 매트리스를 감싼 천은 좋은 천을 써야 한다. 서늘한 온도를 유지하고, 먼지가 잘 묻지 않는 게 좋다. 종류는 너무나 많다. 물침대도 있고 공기 매트리스도 있고, 그런 건 개인의 건강 상태나 취향에 따라 고르면 된다.
-한국에는 돌침대도 있는데?
상관없다. 콘크리트 바닥에서 자도 괜찮다고들 한다.(웃음) 자신에게 잘 맞다고 느끼는 걸 고르면 된다. 단, 선택할 때 제대로 시험을 해봐야 한다. 보통 사람들이 매트리스 고르러 가면 어떻게 하나? 피아노 고르듯 잠깐 손가락으로 눌러보고 사지 않나. 그게 아니라 아예 15분 정도 누워서 자기에게 맞는 잠자리인지, 편안한 잠자리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베개는?
베개는 매트리스와 또 다르다. 사람마다 몸의 형태가 모두 다르다. 마르거나 뚱뚱하거나 키가 크거나 작거나 등등. 각자 맞는 베개도 다 다르다. 좋은 베개는 목을 똑바로 유지해 주면서 허리와 배도 편안한 형태를 취하게 해 준다. 자신의 잠버릇과 몸 형태에 맞는 베개를 골라야 한다. 크기와 길이, 높낮이, 그런 요소 하나하나가 숙면에 큰 영향을 미친다. 400달러짜리 스웨덴산 베개를 사더라도 내게 안 맞으면 10달러짜리 베개보다 못할 수 있다. 자신에게 맞는 것을 제대로 찾아야 한다.
-메모리폼이 인기 있는데, 그건 어떤가?
메모리폼은 누워 있는 동안 머리의 압력이 베개 전체로 분산돼 그 사람에게 꼭 맞는 형태를 만들어 준다. 이게 겨울에는 좋지만, 여름에는 땀이 차지 않나?(웃음) 자는 사이에 식은땀이 난다는 항의도 많은 걸로 안다. 그리고 메모리가 너무 중첩되다 보면 베개가 축 처지는 현상도 나타난다. 어쨌든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고, 각자 취향에 따라 선택하는 게 좋다.
-당신은 어떤 걸 쓰나?
나는 15년 동안 시몬스와 일했고 상업적으로 자문 계약을 했기 때문에 그 회사 제품을 쓰고 있다. 나는 좋아한다. 지금은 패러마운트(Paramount) 매트리스와 일하고 있다. 6~7년쯤 그 회사랑 일하고 있는데 아주 좋은 매트리스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다르게 선택해야지. 매트리스만 해도 500가지나 되는데.
그러나 10년이나 12년 정도 지나면 아무리 비싸고 좋은 매트리스라도 수명이 다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30년 동안 같은 매트리스 쓰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건 교체해줘야 한다. 베개도 마찬가지다.
-베개 고를 때 간편한 테스트법이 있나?
누구나 해볼 수 있다. 베개를 절반으로 접어보면 안다. 손을 뗄 때 곧바로 펴지지 않으면 ‘죽은’ 베개다. 그래서 “그런 베개는 손님 방에 넣어두고 직접 쓰지는 말라”고 한다.(웃음)
-부부가 잠에 들 때는 침대를 따로 쓰는 게 숙면을 위해 좋다고도 하던데 사실인가?
사실이다. 누가 됐건 옆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건 숙면을 방해하는 요소다. 요즘 미국 플로리다나 텍사스처럼 은퇴자가 많은 도시의 신축 주택에는 같은 층에 안방 침실(master bedroom)이 두 개 있다. 부부가 관계 후에는 각자 자기 방으로 가서 자는 식이다. 각 방 쓰는 걸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한다.
-요즘은 해외 출장이나 여행자들도 많다. 시차증(jet lag)을 호소하는 사람을 위한 회복 요령이라면?
국제적으로 이동이 많고 잦은 사람들에게 시차 적응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나만 해도 14시간을 날아왔다. 요령을 터득하면 피곤을 덜 수 있다.
내 책에서 제시한 요령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비행기 예약 단계
-밤 비행기는 되도록 피하라. 흔히 항공료와 숙박비 부담 때문에 야간편을 택한다. 그러나 수면 부족에 따른 여러 부작용을 생각하면 돈을 더 내는 편이 낫다. 잠이 모자라면 기억력이 떨어지고 정상 컨디션으로 생활하기 어렵다.
-출발 5일 전부터 생체 시계를 조절하라. 거주하는 곳에서 동쪽으로 가는 비행 편이라면 평소보다 좀더 빨리 자고 빨리 일어난다. 서쪽일 경우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2.비행 중에는
-시계를 행선지 시간에 맞춰라. 목적지 시간대에 미리 적응할 수 있게 머리에 입력해야 한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알코올은 피한다. 건조한 기내에서는 탈수를 일으키기 쉽다. 이 경우 생체 시계 조절이 더뎌진다. 고도가 높아지면 신체의 알코올 흡수율도 상승한다. 높은 곳에서 마시는 두 잔은 지상의 세 잔과 같다. 알코올은 탈수 상태를 악화시키고, 렘(REM) 수면을 교란한다.
-수시로 몸을 움직인다. 오랜 시간 부동 자세가 되는 기내에서 혈액순환이 잘 되게 하기 위해서다.
-기내식은 목적지 시간에 맞춰서 선택한다. 비행기 밖이 낮이더라도 목적지 시간이 밤이면 영화나 식사는 잊고 자는 게 좋다. 안대나 귀마개를 끼고, 승무원에게도 미리 깨우지 말라고 부탁한다. 체온이 내려갈 때를 대비해 담요를 덮는다.
3. 목적지에 도착한 첫날
-현지 시간에 따라 생활한다. 현지에서 아침이라면 아무리 피곤해도 잠을 참는 편이 낫다. 조금 괴로워도 첫날은 걸어다니고 약간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게 좋다. 현지 밤 시간에 푹 잘 수 있게 몸을 피곤하게 하는 것이다.
- 햇볕을 쬔다. 만약 동쪽으로 비행해 아침 일찍 도착했다면 밖으로 나간다. 한낮의 빛은 생체 시계 조정을 촉진하는 자극제다. 서쪽으로 비행할 경우, 생체 시계는 밤인데 현지가 오후일 때가 있다. 이 때도 밖에 나가 오후의 햇볕을 쬔다. 생체 시계도 현지 시각에 더 빨리 적응하게 된다. 보통은 서쪽으로 이동할 때가 동쪽으로 이동할 때보다 더 쉽게 시차에 적응할 수 있다. 하루를 길게 사는 것에 가깝기 때문이다.
- 오랜 비행 후엔 반드시 몸을 움직인다. 빠른 걸음만 걸어도 엔돌핀 농도가 올라간다. 가벼운 움직임으로 근육 긴장도 풀어지고, 식욕도 좋아진다.
앞에서 얘기했지만 요즘은 태양빛에 가까운 빛을 발산하는 인공 조명기기도 나와 있어 어느 정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런 빛을 눈에 쬐어주면 멜라토닌 분비에 도움이 된다. 자외선은 없이 가장 효과적인 파장만 재현한다. 적당한 거리와 각도에 두고 15분 정도 쬐면 된다. ‘청색광’에 약간의 녹색 빛이 더해져서 하얀 빛으로 보인다. 햇빛과 거의 비슷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낮에 햇빛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경우엔 이 기기를 활용하면 보충할 수 있다.
◆ 제임스 B. 마스(James B. Maas)
48년 동안 코넬대학교에서 수면 연구와 강의를 해온 수면 연구가, 심리학 박사. 윌리엄스대학을 졸업한 뒤 코넬대학교에서 심리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수면의 생리학적, 심리학적 측면과 함께 수면의 질이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왔다. 1998년 발표한 '파워슬립(Power Sleep)'은 수면의 질을 높여 생활을 개선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11개국어로 번역됐다. 지금도 애플, 구글, IBM을 비롯해 포천지가 선정한 500대 다국적 기업에 컨설팅과 강연을 하고 있다. 그밖의 저서로 ‘Sleep for Win!’(2013), ‘Sleep for success’(2011), ‘Remmy and the Brain Train: Traveling Trough the Land of Good Sleep’(200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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