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8.23 03:07
[기능성 미생물 넣은 특수사료]
소 되새김질하는 반추위 속 섬유질 소화시키고 산화 막아 아세트산 늘려 유지방 활성화
건초 속 곰팡이 독소 몸 밖 배출… 체세포 수 줄이는 역할하기도
광물질·아미노산 반추위선 결합, 소장 가면 떨어져 흡수율 높여
'우유의 체세포(體細胞) 수가 적다'는 것은 우유를 짜낸 젖소가 병이 없고 건강함을 뜻한다. 그래서 '좋은 우유'의 조건 중에는 '적은 체세포 수'가 있다. 이런 우유를 생산하려면 소를 키우는 환경이 위생적이어야 할 뿐 아니라 젖소가 좋은 사료를 먹어야 한다.CJ제일제당은 독소를 소의 몸밖으로 배출해 체세포 수를 줄이는 기능 등을 덧붙인 젖소용 사료 '밀크젠 부스터'를 올 2월 재출시했다. 약 2년의 연구 기간을 통해 목적에 맞는 기능을 가진 미생물을 찾아낸 뒤, 사료에 섞는 데 성공한 것이다.
◇미생물이 만들어낸 건강한 우유
CJ제일제당이 찾아낸 미생물 가운데 하나는 빵에서 추출한 'CJ CSG39'다. 이 미생물은 소가 되새김질을 하는 반추위의 pH(산도)가 5.5~5.6 이하로 떨어지는 '산 중독증'을 예방한다. 일반적으로 반추위 pH는 5.8~6.2로 유지돼야 하지만, 소가 곡류를 많이 먹으면 위 안이 급격히 산성화되면서 산 중독증이 온다. CSG39는 섬유질을 소화시키면서 위의 pH를 높여주는 동시에 휘발성 지방산을 생성한다. 휘발성 지방산은 우유 양과 단백질, 유지방 등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CSG39는 휘발성 지방산 중에서도 유지방 함량에 관여하는 아세트산을 증가시킨다. 유지방이 높은 우유일수록 고소한 맛이 강하고, 치즈나 버터, 생크림 같은 부산물의 양도 많아져 농가 수익 증대에 도움이 된다.
건초에 들어있는 곰팡이 독소 등을 몸 밖으로 끌어내 체세포 수를 저감(低減)시키는 역할도 한다. 소에 질병이 있으면 죽은 세포가 많이 떨어져나와 우유의 체세포 수가 많아진다. CJ제일제당 생물자원 연구소 관계자는 "미생물이 몸 안의 독소를 변으로 끌고나오면서 소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 ▲ 그래픽=송윤혜 기자
'CJ 1507'이라는 미생물도 찾아냈다. 이 효모도 반추위의 pH를 높여주는 역할을 하며, 박테리아 3종과 효모균 1종, 유익 곰팡이균 1종을 섞어 만든 복합 미생물이다. CJ 1507은 사료를 분해할 때 생기는 '젖산'을 먹이로 삼는다. 강한 산성을 띄는 젖산을 먹어치워 pH가 낮아지는 걸 방지하는 동시에 이를 아세트산으로 바꿔 유지방 농도가 높은 우유를 생산할 수 있도록 돕는다.
◇미생물을 장 속까지 보내는 기술도
밀크젠 부스터에 적용된 또 다른 기술은 '장내 통과 기술'이다. 이 기술은 킬레이트결합(집게발로 물건을 잡은 것처럼 화학물질이 결합된 구조)된 광물질(미네랄)과 아미노산(단백질)이 반추위에서는 분리되지 않고 소장에서 분리되도록 한 것이다. pH 5.8~6.2 수준인 반추위에서는 광물질과 아미노산의 결합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가 pH 3~4 정도로 영양분 흡수율이 높은 소장에서는 분해돼 미네랄과 단백질의 흡수율이 높아진다.
이승헌 CJ제일제당 생물자원연구소 연구원은 "사료 알갱이에 새로 찾은 이 같은 미생물들을 얇게 입힘으로써, 미생물이 살아서 장까지 가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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