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8.17 03:04
최첨단 기능 갖춘 응텡퐁 병원
고령화 만성질환 증가에 맞춰 의료 서비스까지 개혁 중
병원끼리 환자 정보 공유해 어디서든 진료 가능하고 정부도 통합의료청 세워 지원
지난달 필자는 싱가포르에서 가장 화제가 된 응텡퐁(Ng Teng Fong)병원을 방문했다. 급성 질병 치료를 담당하는 700병상의 종합병원과 400병상의 요양병원, 120개 진료실의 외래센터, 그리고 최신 시설과 최첨단 장비를 갖춘 이 병원 단지의 지난해 10월 개원식에는 리셴룽 총리까지 참석했다.
싱가포르 서부 지역 주롱구 주민 100만명의 건강과 의료를 총괄할 이 공공 병원에 싱가포르 정부가 1조원을 투자했지만 병원 명칭은 1200억원을 기부한 부동산 재벌 응텡퐁의 이름으로 정했다. 공공 기부 문화를 확산하자는 싱가포르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이 병원은 개원 전부터 관심이 집중됐다. 친환경적인 하드웨어, 독특한 건물 설계, IT를 접목해 완전 자동화된 병원 운영 시스템 등 전 세계 첨단 병원의 모든 요소를 다 집약했다. 특히 자연 환기에 최적화된 부채꼴 형 병실 설계, 모든 병실의 창밖에 녹색 정원을 배치한 건물 구조, 무선주파수(RF)를 활용한 손목시계형 환자 인식표, 와이파이로 통제되는 화물 이송 로봇 카트를 통한 검체(檢體) 수송 등이 눈에 띄었는데, 모두 싱가포르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이 병원의 시설이나 기능이 아니라 이를 통해 의료 전달 체계를 고치려는 싱가포르 정부의 노력이다. 응텡퐁병원이 내세우는 비전도 매우 사회적이고 예방의학적이다. '환자 돌봄을 변혁하고 모든 가정에 건강의 가교가 되자.(Transforming care. Bridging health to every home.)'
싱가포르 정부는 2008년부터 의료비 상승과 고령화 및 만성 질환 증가에 본격 대응하고 나섰다. 먼저 의료 기관들이 서로 단절돼 있고 환자들의 의료 서비스 이용이 효율적이지 못한 점을 해결하기 위해 '통합의료청(AIC)'을 설립했다. 통합 의료를 촉진하기 위해 처음에는 수술 등 치료 후 환자 관리에 주안점을 두었고 다음에는 급성 질병 치료 병원과 요양시설, 각 지역의 클리닉을 연계해 통합적 관리를 유도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바로 의료 정보 기술이다. 싱가포르 전체를 커버하는 병원 간 전자의무기록(EMR) 공유 시스템은 약 12년에 걸친 작업 끝에 2012년 7월에 전격 도입되었다. 각 병원이 가지고 있던 전자의무기록에서 필요한 정보만을 추출해 국가전자건강기록(NEHR) 시스템에 담아 공유토록 한 것이다. 이러한 국가 단위 시스템은 세계적으로 덴마크에 이어 두 번째다. 이를 통해 환자가 어느 의료 기관으로 이동해도 모든 기록을 그 자리에서 조회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민간 병원과 공공 병원을 가리지 않으며, 환자들도 자신의 정보에 접근이 가능하다. 물론 각 병원 내부에서 접속 가능한 정보와 전체 병원에 공유되는 정보와 환자에게 제공되는 정보의 수위는 각각 다르다. 효율성을 높이면서 프라이버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의료 분야의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른 원격 의료 도입도 싱가포르에서는 계속 진전되고 있다. 이는 공공 의료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만, 싱가포르는 6개 권역의 거점 병원을 중심으로 장기요양과 방문 간호 서비스 분야에 원격 의료를 활용하고 있다.
작년 메르스 사태 이후 의료 전달 체계의 개편을 추진 중인 우리에게 싱가포르의 경험은 많은 시사점을 던 진다. 의료 공급에서 민간 부문이 90%를 차지한 한국 의료의 특성상 의료 전달 체계를 바꾸려면 그 목표와 동기부여가 확실해야 하며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이슨 치 싱가포르 AIC 청장의 의료 혁신에 대한 조언은 단순하면서도 무겁게 들린다. "우선 정치적인 동의와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투자가 선행돼야 합니다."
싱가포르 서부 지역 주롱구 주민 100만명의 건강과 의료를 총괄할 이 공공 병원에 싱가포르 정부가 1조원을 투자했지만 병원 명칭은 1200억원을 기부한 부동산 재벌 응텡퐁의 이름으로 정했다. 공공 기부 문화를 확산하자는 싱가포르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이 병원은 개원 전부터 관심이 집중됐다. 친환경적인 하드웨어, 독특한 건물 설계, IT를 접목해 완전 자동화된 병원 운영 시스템 등 전 세계 첨단 병원의 모든 요소를 다 집약했다. 특히 자연 환기에 최적화된 부채꼴 형 병실 설계, 모든 병실의 창밖에 녹색 정원을 배치한 건물 구조, 무선주파수(RF)를 활용한 손목시계형 환자 인식표, 와이파이로 통제되는 화물 이송 로봇 카트를 통한 검체(檢體) 수송 등이 눈에 띄었는데, 모두 싱가포르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이 병원의 시설이나 기능이 아니라 이를 통해 의료 전달 체계를 고치려는 싱가포르 정부의 노력이다. 응텡퐁병원이 내세우는 비전도 매우 사회적이고 예방의학적이다. '환자 돌봄을 변혁하고 모든 가정에 건강의 가교가 되자.(Transforming care. Bridging health to every home.)'
싱가포르 정부는 2008년부터 의료비 상승과 고령화 및 만성 질환 증가에 본격 대응하고 나섰다. 먼저 의료 기관들이 서로 단절돼 있고 환자들의 의료 서비스 이용이 효율적이지 못한 점을 해결하기 위해 '통합의료청(AIC)'을 설립했다. 통합 의료를 촉진하기 위해 처음에는 수술 등 치료 후 환자 관리에 주안점을 두었고 다음에는 급성 질병 치료 병원과 요양시설, 각 지역의 클리닉을 연계해 통합적 관리를 유도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바로 의료 정보 기술이다. 싱가포르 전체를 커버하는 병원 간 전자의무기록(EMR) 공유 시스템은 약 12년에 걸친 작업 끝에 2012년 7월에 전격 도입되었다. 각 병원이 가지고 있던 전자의무기록에서 필요한 정보만을 추출해 국가전자건강기록(NEHR) 시스템에 담아 공유토록 한 것이다. 이러한 국가 단위 시스템은 세계적으로 덴마크에 이어 두 번째다. 이를 통해 환자가 어느 의료 기관으로 이동해도 모든 기록을 그 자리에서 조회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민간 병원과 공공 병원을 가리지 않으며, 환자들도 자신의 정보에 접근이 가능하다. 물론 각 병원 내부에서 접속 가능한 정보와 전체 병원에 공유되는 정보와 환자에게 제공되는 정보의 수위는 각각 다르다. 효율성을 높이면서 프라이버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의료 분야의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른 원격 의료 도입도 싱가포르에서는 계속 진전되고 있다. 이는 공공 의료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만, 싱가포르는 6개 권역의 거점 병원을 중심으로 장기요양과 방문 간호 서비스 분야에 원격 의료를 활용하고 있다.
작년 메르스 사태 이후 의료 전달 체계의 개편을 추진 중인 우리에게 싱가포르의 경험은 많은 시사점을 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