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하반신 마비 환자가 걷기 시작했다

최만섭 2016. 8. 14. 15:22

하반신 마비 환자가 걷기 시작했다

  • 박건형 기자
  • 입력 : 2016.08.13 03:06 | 수정 : 2016.08.13 09:07

    외골격로봇·VR 이용 재활 1년… 8명 중 7명 "다리에 감각 돌아와"

    - 美 듀크대 연구팀 쾌거
    재활 불가능 판정 환자들에 VR장비로 풍경 보여주며 걸어가는 상상 반복하게 해
    1명은 목발만으로 걷게 돼 "뇌졸중 재활에 전환점될 것"

    브라질 상파울루 신경재활연구소에서 하반신마비 환자가 미국 듀크대 연구팀이 만든 외골격 로봇으로 재활 훈련을 하고 있다. 이 훈련을 1년간 진행하자 환자의 두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고, 운동 능력도 향상됐다.
    ▲ 브라질 상파울루 신경재활연구소에서 하반신마비 환자가 미국 듀크대 연구팀이 만든 외골격 로봇으로 재활 훈련을 하고 있다. 이 훈련을 1년간 진행하자 환자의 두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고, 운동 능력도 향상됐다. /네이처
    과학이 '기적'을 일으켰다. 로봇과 가상현실(VR) 기술로 하반신마비 환자의 다리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은 것이다.

    미국 듀크대 미겔 니코렐리스 교수는 11일(현지 시각) "브라질의 하반신마비 환자 8명에게 1년간 외골격(外骨格) 로봇과 VR을 이용해 재활 훈련을 시킨 결과 7명이 두 다리에 감각이 돌아왔고, 일부는 운동 능력도 회복했다"고 밝혔다. 모두 의학적으로 재활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은 환자들이었다. '뇌-기계 연결(Brain-Machine Interface)'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니코렐리스 교수는 장애인들의 활동을 돕는 보조장치인 '외골격 로봇'을 생각만으로 조종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영화에 나오는 '아이언맨 슈트'와 비슷한 원리다.

    니코렐리스 교수는 "사람이 걷거나 서는 등 특정한 동작을 하려고 생각하면 일정한 '뇌파(腦波)'가 나온다"면서 "이 뇌파를 읽어 로봇의 움직임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연구 취지를 밝혔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개막식 때에는 니코렐리스 교수가 만든 외골격 로봇을 입은 하반신마비 환자가 시축(始蹴)을 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환자에게 뇌파를 읽는 모자를 씌운 뒤 걸어가는 상상을 반복하도록 했다. 상상하는 동안에는 VR 장비인 '오큘러스 리프트'를 착용시켜 실제 걸어가는 것 같은 주변 풍경을 보여줬다. 외골격 로봇을 생각으로 조종하는 연습도 병행했다.

    매주 2시간씩 1년간 훈련하자 8명 중 7명이 다리에 통증이나 간지럼 같은 감각을 느꼈다. 일부는 근육이 재생되면서 무릎을 굽히는 동작이 가능해졌고, 한 명은 목발만으로 걸을 수 있게 됐다. 니코렐리스 교수는 "훈련을 반복하면서 신경이 자극을 받아 다시 연결되거나 재생된 것 같다"면서 "기대를 뛰어넘는 놀라운 결과"라고 말했다. 김영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박사는 "하반신마비는 물론 뇌졸중 재활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브라질 정부가 참여한 장애인 지원 사업인 '다시 걷기(Walk Again)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최신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