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유기농 채소 즐겨 먹고, 마을 주치의가 주민 건강 돌봐

최만섭 2016. 9. 1. 11:21
유기농 채소 즐겨 먹고, 마을 주치의가 주민 건강 돌봐
  • 이보람 헬스조선 기자 입력 : 2016.09.01 07:30

'100세 청춘' 쿠바의 장수 비결
수도 아바나, 농업 자급률 95%… 패밀리닥터, 120가구 전담 관리
노년층에 폴리코사놀 무상 지급

100세 시대를 맞아 장수(長壽)국가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노년학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나라 중 하나가 쿠바다. 쿠바는 2015년을 기준으로 국민 1인당 GDP가 1만200달러로 세계 67위이다. 보통 장수국가는 선진국이 많은데 쿠바는 선진국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전 세계에서 장수 국가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선진국 수준의 노인 인구 비율 때문이다. 쿠바 인구 1120만명 중 60세 이상 노인이 200만명(약 17%)을 웃돌고 있으며, 그 중 100세가 넘는 사람이 10만명당 35명에 달한다. 100세 이상 노인 12명이 춤과 음악을 즐기기 위해 결성한 '쿠바 120세 클럽'도 있다. 그래서 '100세 청춘의 나라'로 불린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국장을 지낸 브룬트란트는 "쿠바는 의료 대국으로, 인류가 직면한 건강 문제를 해결한 방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쿠바는 100세 이상 인구가 10만명당 35명에 달하는 장수국가로 통한다. 쿠바인 장수 비결은 도시농업과 패밀리닥터 그리고 천연건강식품이다. 사진은 쿠바 아바나市에 살고 있는 111세의 파올라(사진 가운데)와 그 가족들. 파올라는 ‘쿠바 120세 클럽’ 단원으로 지금도 춤과 음악을 즐긴다.
쿠바는 100세 이상 인구가 10만명당 35명에 달하는 장수국가로 통한다. 쿠바인 장수 비결은 도시농업과 패밀리닥터 그리고 천연건강식품이다. 사진은 쿠바 아바나市에 살고 있는 111세의 파올라(사진 가운데)와 그 가족들. 파올라는 ‘쿠바 120세 클럽’ 단원으로 지금도 춤과 음악을 즐긴다. / 헬스조선 DB

쿠바 "유기농 채소가 主食"

쿠바가 장수국가가 될 수 있는 것은 도시농업·패밀리닥터·천연건강식품의 힘이 크다. 쿠바는 농업, 특히 유기농업이 국가 경쟁력 중 하나로 꼽힌다. 수도 아바나의 경우 유기농 식량 자급률이 95%이며 아바나 전체에 8000여 곳에 이르는 도시농장이 존재한다. 도시농장에서 수확한 농산물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시장도 80여개가 있다. 모든 농산물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이다. 사실 쿠바의 유기농업은 1990년대 사회주의 몰락과 함께 비료와 농약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시작됐다. 그런데 이런 사회 문제가 계기가 돼 유기농업을 시작한 이후 쿠바 내 채소 소비량은 약 50% 이상 늘고 인스턴트 식품 소비까지 줄었다. 채소는 각종 비타민이 풍부해 항암 효과를 높여줄 뿐만 아니라, 식이섬유로 인해 식후에 혈당 수치가 빠르게 올라가는 것을 방지해준다. 대부분의 채소에는 칼륨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혈압을 조절하는데 도움이 된다.


쿠바인들이 즐겨 먹는 식단에는 늘 검정콩이 올라간다. 검은콩을 팥죽처럼 푹 익힌 '꽁그리(Congri)'를 밥에 얹어 먹는 등 밥을 지을 때 거의 검은콩을 넣는다. 검은콩은 단백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으며, 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올해 나이 111세로 쿠바 120세 클럽의 단원인 파올라는 "매끼마다 우리집 텃밭에서 자라는 토마토와 오이, 상추를 먹는다"며 "이 채소에 소스를 뿌리지 않고 생(生)으로 먹거나 약하게 소금 간만 해서 챙겨 먹는 것이 나의 건강 비결"이라고 말했다.


120가구 전담하는 패밀리닥터제 도입

패밀리닥터도 쿠바가 장수국가가 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쿠바의 전 지역에는 패밀리닥터(의사·간호사로 이뤄진 의료팀)가 팀당 120가구, 700~800명의 건강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패밀리닥터는 주민들의 지병(고혈압·당뇨병·비만 등)을 관리하면서 금연·절주·운동을 권유한다. 지병을 앓는 고위험군에게는 예방적 차원에서 건강기능식품을 처방해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혈관 질환이 있거나 앞으로 혈관 질환이 생길 것으로 보이는 고위험군이나 노인층에게 쿠바산 사탕수수 왁스 추출물로 만든 '삐삐지(PPG·폴리코사놀)'를 무상으로 지급하는 식이다.

사탕수수와 벌집 밀랍에서 추출한 식품 무상 지급

'100세 청춘' 쿠바의 장수 비결

마지막으로 주목받는 장수 비결은 천연 건강식품이다. 쿠바는 약품이나 건강기능물질을 '자연' 즉, 천연물질에서 찾아내고 있다. 쿠바국립과학연구소 산하 천연물연구소에서 건강에 도움이 되는 활성성분을 추출하고, 이를 화학적으로 분석·개발해서 약물학적, 독성학적 평가와 임상시험을 거쳐 그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면 국민들에게 공급한다. 특히 사탕수수 왁스 추출물에서 추출해서 만든 삐삐지와 벌집 밀랍 왁스에서 추출한 아벡솔이 쿠바를 대표한 천연건강식품이다. 아벡솔과 폴리코사놀 모두 이런 엄격한 과정을 거쳐 안전성과 기능성이 입증되었고, 현재는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거의 대부분 무상으로 공급되고 있다.


특히 위(胃)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 아벡솔은 속이 편하게 만들어 노인들이 입맛이 없고, 소화가 안 돼 식사를 꺼려하는 것을 방지한다. 파올라씨 역시 건강 비결로 아벡솔 섭취를 꼽기도 했다. 삐삐지는 폴리코사놀의 쿠바 표현인데, 쿠바산 사탕수수 잎과 줄기의 왁스에서 추출한 8가지 지방족 알코올 혼합물로 혈관 건강을 지켜준다. 쿠바 국립과학연구소 임상연구 결과에 따르면, 폴리코사놀을 하루 5~10㎎씩 3년간 복용했을 때 좋은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HDL 수치가 최대 29%까지 상승했다. 반면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LDL은 최대 26% 낮아졌다. 쿠바 국립과학천연물연구소 사라이 멘도사 소장은 "천연 소재로 만든 건강기능식품 복용은 고대부터 사용돼 왔으며 많은 질병을 치료하는 전통 요법"이라며 "쿠바는 건강에 이로움을 줄 수 있는 재생 가능한 자연 원료를 찾아내는 것이 좋은 약물을 얻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